수분양자들 “24시간 발렛파킹 등 허위·과장 광고에 속았다”…시행사 “잔금 안 낸 분들이 소송 제기”
서울 강남구 A 오피스텔 60여 세대는 2020년 11월 분양이 시작됐다. 당시 보도된 홍보성 기사에서 A 오피스텔은 '하이엔드 주거 시설'로 명명됐다. 주된 내용은 이랬다. "A 오피스텔은 입주민들에게 조식, 발렛파킹 등 컨시어지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인근 5성급 호텔 수영장, 사우나, 골프장 등 피트니스 회원권도 증정한다."
A 오피스텔 분양가가 지나치게 비싸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2020년 11월 한 언론은 "A 오피스텔 분양가는 3.3㎡당 1억 원이 넘는다. 2017년 최고가 논란을 불렀던 서울 잠실 '시그니엘 레지던스' 평균 분양가(3.3㎡당 7500만 원)보다 훨씬 비싼 가격"이라고 지적했다. 당시 A 오피스텔 측은 "조식, 발렛파킹 등이 제공되는 레지던스 스타일이라 분양가가 비싸게 책정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A 오피스텔은 조식, 발렛파킹 등 컨시어지 서비스를 11월 7일 현재까지 제공하지 않고 있다. A 오피스텔은 2023년 12월 입주가 시작돼 거의 1년이 지났다. 호텔 피트니스 회원권은 제공했다. A 오피스텔은 2020년 말 분양 당시 걸어서 1분 거리 5성급 호텔 회원권 제공을 홍보 포인트로 삼았다. 그러나 실제로는 1.3km 거리에 있는 호텔 회원권이 제공됐다. 걸어서 가려면 20분 넘게 걸린다.
A 오피스텔 수분양자 B 씨는 분양 계약 취소를 요구하는 소송을 지난 3월 시행사를 상대로 제기했다. 법원은 B 씨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시행사는 B 씨에게 계약금(약 1억 5000만 원)을 지급하고, B 씨가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아 납입한 중도금은 시행사가 변제하라"고 지난 7월 강제조정 결정을 내렸다. 시행사가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서 강제조정은 2024년 8월 확정됐다. 강제조정은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
하지만 B 씨는 계약금을 돌려받지 못했다. B 씨는 "시행사는 계약금을 반환할 수도 없고 계약 해지를 할 수도 없으니 저에게 어떻게든 입주하라는 터무니없는 억지 요구를 하고 있다"며 "이에 맞서고자 추가로 형사 고소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B 씨 등 수분양자 4명은 A 오피스텔 시행사를 사기 등 혐의로 지난 9월 서울 강남경찰서에 고소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A 오피스텔 수분양자에게 호텔 회원권을 증정한다는 홍보가 이뤄질 당시 해당 호텔 측은 이의를 제기했다. 아무런 협의 없이 홍보 자료에 호텔 이름이 거론됐기 때문이었다. 이의 제기 후에야 A 오피스텔 시행사는 호텔 측과 협의에 나섰다. 하지만 오피스텔 분양이 완료된 후 시행사는 업무 협의를 일방적으로 중단했다.
B 씨 등 고소인들은 "허위 광고 사항은 하이엔드 오피스텔의 고급 주거 문화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로서 분양 및 입주 여부를 결정할 만큼 충분히 중요한 사항"이라며 "서비스 제공 업체들과 업무 협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단지 업체들 이의 제기를 무마해 하이엔드 오피스텔이라는 이름에 부합하는 높은 분양대금을 받고자 하는 의도에서 나온 행동이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A 오피스텔 분양률을 허위로 고지받았다며 소송에 나선 분양자도 있다. 수분양자 C 씨는 A 오피스텔 시행사를 상대로 분양대금 반환 청구 소송을 지난 1월 제기했다. 시행사가 소송에 대응하지 않으면서 무변론 판결이 이뤄졌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시행사는 C 씨에게 계약금(약 1억 5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2024년 6월 판결했다. 시행사는 지난 7월 항소했다. 항소심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C 씨는 소장에서 "시행사 직원은 분양이 완판돼 남은 회사 보유분을 분양하는 것이라며 향후 높은 전매차익이 발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며 "실제로는 미분양 주택이 상당수인 것으로 확인됐다. 애초 전매차익을 기대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 명백한 허위 고지로서 사기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C 씨는 또 "시행사 직원은 만일 전매가 되지 않는다면 본인이 전매로 받겠다고까지 확언했다"고 강조했다.
A 오피스텔 부지 전(前) 소유주들도 시행사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시행사가 부동산 매매대금 370억 원 중 348억 원만 지급했다며 나머지 22억 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2023년 2월 제기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시행사에게 부동산 매매대금 나머지 22억 원을 지급하라고 2024년 7월 판결했다. A 사는 판결에 불복해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시행사는 1심 재판 과정에서 "실제로 부동산 계약의 매매대금은 330억 원"이라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을 받기 위해 허위로 매매대금을 370억 원으로 부풀려 기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매매대금을 370억 원으로 증액하면서 매도자들이 추가로 부담할 양도소득세 18억 원을 시행사가 부담했기 때문에 더 이상 지급할 돈은 없다"고 항변했다.
1심 재판부는 시행사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항소심에서 판결이 뒤집어진다고 해도 또 다른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소송 쟁점과 별개로 시행사는 부동산 매매대금 허위 기재를 자인한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A 오피스텔 시행사를 사기 등 혐의로 고소한 수분양자 B 씨 등을 대리하는 신광현 법무법인 정솔 변호사는 "하이엔드를 표방한 오피스텔들이 과장 광고로 고가로 분양 계약을 체결한 뒤 실제 시공은 광고 수준을 한참 하회해 피해를 호소하는 입주자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기웅 정솔 전문위원은 "선량한 분양 계약자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다"며 "심각한 사회적 문제이며 대형 경제범죄"라고 덧붙였다.
시행사 대표 D 씨는 오피스텔 허위 광고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D 대표는 "휴대폰을 사면 사은품을 주는 것처럼 호텔 회원권은 서비스 개념인 거지 그게 주체가 되지는 않는다"며 "특정 호텔 회원권을 제공한다고 계약서에 명시된 것도 아니다. 홍보물 하단을 보면 상황에 따라 변경될 수 있다고 표시도 해뒀다"고 11월 5일 통화에서 주장했다.
D 대표는 발렛파킹 등 컨시어지 서비스에 관해선 "입주율이 70% 이상이 되면 실시하겠다"며 "이제 75% 정도가 돼서 12월 정도에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D 대표는 수분양자들이 제기한 소송을 "잔금을 안 내서 하는 소송"이라며 "3년 전 계약했을 때랑 지금이랑 상황이 많이 달라서 이제 잔금을 못 내는 걸 충분히 안다"고 말했다. 이어 "잔금을 안 낸 수분양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고 덧붙였다.
D 대표는 수분양자가 제기한 소송에서 대응하지 않아 무변론 판결로 1심에서 패소한 경위는 "본사 직원들이 사업장에 다 들어와 있어서 서류를 못 받았다. 소장 확인도 못 했다. 뒤늦게 알고 항소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분양자와 강제조정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이유는 "이의 신청 기간을 놓쳤다"며 "항소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D 대표는 부동산 매매대금 소송에 대해선 "항소심 결과를 보면 된다"고 말했다.
남경식 기자 ngs@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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