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브랜딩 역량 갖춰 승산 있지만 “비관련 다각화 우려, 트렌드 빠른 뷰티업 대응 여부 관건”
지난 10월 17일 하이트진로 계열사 ‘서영이앤티’는 사모펀드 SKS프라이빗에쿼티가 보유하고 있던 화장품 기업 ‘비앤비코리아’ 지분 전량을 인수했다고 밝혔다. 비앤비코리아는 2011년 설립된 화장품 주문자위탁생산(ODM) 업체로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다. ‘달바’ ‘메디큐브’ ‘더마팩토리’ 등 100여 개 중소 화장품 브랜드를 고객사로 두고 있는 국내 15위권 규모의 제조사로 알려져 있다.
지난 2일에는 하이트진로의 음료 사업 계열사 하이트진로음료가 신기술사업투자조합 ‘티피-에스비피 뷰티 제1호’ 지분 57.12%를 150억 원에 취득했다. 또 다른 계열사인 진로소주도 ‘티피-에스비피 뷰티 제1호’ 지분 38.1%를 100억 원에 매입했다. 지분 취득 목적으로 하이트진로와 진로소주는 ‘출자를 통한 투자수익 제고’를 들었다.
하이트진로가 새 먹거리로 ‘뷰티’를 낙점한 데는 국내 주류시장 성장세가 둔화한 것과 달리 ‘K뷰티’는 고공행진 중이라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식품산업통계정보(FIS)에 따르면 국내 소주 시장 규모는 2021년 2조 4277억 원에서 2023년 2조 3516억 원으로 축소됐다. 같은 기간 맥주 시장 규모는 4조 2462억 원에서 3조 9297억 원으로 줄어들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발표한 ‘2021년 주류산업정보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주류시장은 2015~2020년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다 2021년 정체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전 세계적인 흐름으로 주류 소비 감소와 칵테일류 주류시장 및 비알콜성 음료 시장 확대가 주원인이라고 분석했다. 하이트진로도 국내 주류시장 성장 둔화로 지난해 영업이익이 1239억 원으로 전년 대비 35% 줄었다. 지난해 기준 영업이익률은 4.9%다.
반면 글로벌 시장에서 ‘K뷰티’ 인기 덕분에 국내 화장품 ODM 업체들은 연일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코스맥스는 올해 상반기 연결 매출 1조 783억 원으로 화장품 ODM 업계 최초로 반기 매출 1조 원을 돌파했다. 영업이익은 92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3.9% 늘었다. 한국콜마의 뷰티부문 상반기 매출은 803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 늘었고 영업이익도 34% 증가해 626억 원이었다.
뷰티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뷰티 제품은 면세점‧백화점에서 사는 ‘사치재’였다면 최근에는 중소기업 위주로 시장이 형성되고 공급자가 늘면서 가격대도 비교적 낮아졌고 이제는 ‘필수재’처럼 여겨진다”며 “뷰티제품은 식품과 달리 유통기한도 넉넉해 재고 걱정이 적고, 상품 마진도 꽤 좋은 편이라 다양한 산업군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으려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화장품은 브랜딩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하이트진로’의 이번 뷰티업계 진출을 긍정적으로 내다본다. 기존 뷰티업계에서도 화장품 생산은 ODM업체에서 전담하고 있고, 브랜딩과 판매하는 온‧오프라인 플랫폼 이 두 박자가 잘 맞으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하이트진로와 같이 제조력을 갖춘 회사가 만든 제품이라면 소비자들도 믿고 구매할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다만 브랜딩을 할 때 세심한 설계가 필요하다는 조언도 있다. 앞의 뷰티업계 관계자는 “구두약으로 유명한 ‘말표’가 식품기업과 콜라보로 음료‧주류 등을 만들었을 때 구두약과 먹는 것의 만남으로 ‘펀 마케팅’은 성공했지만 일각에서는 ‘구두약을 먹어도 된다는 건가’ 하는 오인도 불러일으켰다”며 “주류업으로 유명한 하이트진로가 연령 제한이 없는 화장품을 생산할 때 기존 ‘두꺼비’ 캐릭터를 이용한다면 술에 대한 인식이나 여론 등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미 레드오션인 뷰티업계에서 주류회사의 성공 여부는 불투명하다는 점은 고려 대상이다. 과거 식품업계에서도 화장품 브랜드를 론칭했다가 철수한 사례가 여러 차례 있다. 대표적으로 대상홀딩스는 2020년 자회사 디에스앤을 통해 뷰티용품을 포함한 라이프스타일 제품을 판매하는 ‘100LABS(일공공랩스)’를 출시하고 온라인몰도 열었으나 3년 만인 2023년 공식몰을 없앴다. CJ제일제당은 이보다 앞선 2016년 화장품 원료 전문 브랜드 ‘엔그리디언트(N’gredient)’를 론칭했으나 2년 만에 사업을 접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대학원장은 “하이트진로는 제조 노하우와 역량이 있으니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뛰어든 것 같다. 뷰티는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이를 캐치해 신제품을 계속 쏟아내야 하는 특징이 있는데, 주류는 그렇지 않다. 오히려 ‘지속성’이 있는 분야”라며 “과연 하이트진로가 이런 차이점에 잘 대응할 수 있을지 우려되는 지점”이라고 말했다.
서영이앤티 관계자는 “인수 계약이 이제 마무리됐고 아직 인수 후 절차를 진행 중이라 구체적인 계획이 수립되지 못한 상태”라면서도 “신사업을 통한 도약을 경영 목표로 삼고 있으며 사업 다각화를 목표로 꾸준히 노력해왔다. 비앤비코리아를 인수함으로써 종합식품기업을 넘어 라이프스타일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도약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김정아 기자 ja.kim@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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