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는 환경 만들어…아이 앞 부부싸움 안하고, 패하고 울어도 달래지 않아
#앞에서 부부싸움을 하지 않는다
과거 한 인터뷰에서 오타니는 “술을 마시러 가는 것보다 야구연습이 더 즐겁다”라고 말했다. 당시 기사에는 “우리 아이도 오타니처럼 자랐으면 좋겠다” “오타니를 키운 부모의 교육법이 궁금하다”라는 댓글이 적지 않았다. 타고난 피지컬이야 어쩔 수 없다지만, 향락 대신 꿈과 목표를 향해 전진하는 태도를 갖추길 바라는 마음에서일 것이다.
스포츠기자 요시이 다에코는 “초일류 선수들의 부모와 만나 취재해보면 크게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고 밝혔다. 하나는 ‘윽박지르며 화를 내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자녀의 일에 간섭하지 않는다’라는 점이다. 그는 “자녀를 존중하는 태도가 초일류 선수로 자라게 하는 자양분”이라고 덧붙였다.
흔히 많은 부모가 자녀에게 경쟁심을 부추기는 말을 하기 쉽다. “너는 왜 못 하느냐”고 윽박지르고, 심지어 자녀가 뭘 잘못했을 때 “이럴 줄 알았어. 너는 안 돼”라며 기를 꺾는다. 그러나 이런 말을 듣는 순간, 아이의 자존감은 사라진다.
일본의 저명한 교육심리학자 가와이 하야오는 “옛날의 부모는 (아이를 위해) 무엇을 해 줄까를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의 부모는 ‘(아이를 위해)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까’를 고민해야 한다”고 저서에 썼다. 실제로 초일류 선수를 키운 부모들은 후자에 초점을 맞췄다.
예를 들어 오타니 부모의 일화다. 일본 매체 ‘주간겐다이’는 ‘오타니 부모가 아이 앞에서 절대로 하지 않았던 의외의 일’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오타니가 자란 가정환경을 소개했다. 오타니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아들이 어렸을 때 한 가지 다짐을 했다고 한다. 그것은 ‘아이들 앞에서 절대 부부싸움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부모가 싸우면, 아이들은 불안해하고 눈치를 보게 된다. 때문에 오타니 부모는 항상 가정 분위기를 명랑하게 만들었고, 아이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껏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덕분에 “오타니는 반항기 없이 중학교 2학년 때까지 아버지와 목욕했다”라는 일화가 유명하다.
또한, 오타니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하고 싶은 것을 즐겁게 하라”고 가르쳤다. “야구연습을 하라”고 강요하는 일은 일절 없었다. 예전 프로야구 선수들의 경우 엄격한 교육으로 성공한 사례가 많았던 것과는 구분된다. ‘시속 160km 공을 던지겠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겠다’ 등등 어릴 적부터 오타니는 ‘엉뚱한 목표’를 거침없이 말해 왔다. 아이가 어른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환경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좋아하는 것을 간섭하지 않는다
오타니만큼이나 많은 일본인이 주목하는 천재가 후지이 소타다. 후지이는 14세 2개월의 나이에 최연소 프로기사로 데뷔한 이후 최연소 100승(16세 4개월), 최연소 200승(18세 4개월), 최연소 300승(20세 5개월)을 모두 갈아치우며 일본 장기계에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그의 부모 또한 자녀에게 ‘특정한 길’을 강요하는 법이 없었다. 아이가 좋아하는 일, 하고 싶어 하는 일을 중시했으며 ‘괜한 참견은 하지 않는다’를 원칙으로 했다.
후지이가 장기와 만난 것은 다섯 살 때의 일이다. 할머니가 사다 준 초급자용 장기세트로 처음 접했는데, 식사 시간도 잊을 만큼 푹 빠져들었다. 보통의 가정이라면 “밥 먹을 시간이다”며 중단시켰을 것이다. 그러나 후지이의 부모는 아들이 뭔가 집중하고 있을 때는 방해하지 않았다. 스스로 깨닫고 결정하는 자발적인 환경을 중시했기 때문이다.
중학교에 올라가자 후지이가 열중한 것은 영어와 수학 같은 주요 과목이 아니라 지리였다. 다른 과목은 제쳐두고 산과 강 이름만 열심히 외웠더랬다. 이때도 후지이의 부모는 “영어를 더 공부해라” “수학 공부가 중요하다” 등 간섭하지 않았다. 오히려 아이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스스로 살피는 것을 도왔다. 이러한 교육은 후지이가 장기에 대한 남다른 탐구심과 집중력을 기르는 것으로 이어졌다.
“경기에 져서 울어도 달래지 않았다”라는 독특한 일화도 있다. 후지이는 어릴 때부터 지는 걸 싫어하는 성격이라 장기에서 지기라도 하는 날엔 바닥에 엎드려 엉엉 울었다고 한다. 후지이의 어머니는 속이 풀릴 때까지 울라며 말리지 않았는데, 결국 우는 도중 후지이 스스로가 생각을 정리하고 침착해졌다고 한다.
멘탈케어 전문가 쓰지 슈이치 의사는 후지이 부모의 규칙에 대해 “비인지적 능력을 향상하는 교육법”이라고 설명했다. 비인지적 능력이란 이를테면 아이가 자신과 마주하는 능력, 내재적 동기에 의해서 목표를 향해 꾸준히 노력하는 태도 등을 뜻한다. 최근 교육계 추세도 기억을 많이 하고 인지하는 능력보다 자기 인식이나 목표 설정을 중시하는 비인지적 능력 향상으로 바뀌는 중이다.
쓰지 슈이치 의사는 “평소 아이에게 ‘왜 너는 누구처럼 못하느냐’라고 화낼 것이 아니라 ‘남들과 똑같지 않아도 돼’라고 응원하고, ‘숙제는 다 했니’라고 물을 것이 아니라 ‘오늘 좋았던 것은 무엇이니’ ‘어떤 것을 열심히 할 수 있겠니’라고 질문하라”고 조언했다.
오타니와 후지이의 부모, 양쪽을 만나본 기자는 “본인들도 모르는 공통점이 있다”고 전했다. 다름 아니라 자식을 ‘소유물’로 생각하지 않고, 성공을 일군 것은 어디까지나 아들이 노력한 결과물로 여긴다는 점이다. 성공한 아들을 뒀지만, 두 집 모두 아주 평범한 독채였다고 한다. 특별히 눈에 띄는 것은 아니지만 관리가 잘된 집이다.
실제로 오타니의 어머니는 오타니가 거액의 몸값을 받은 이후에도 여전히 파트타임 근무를 하고 있고 아버지 역시 리틀야구 감독이라는 자신의 본업을 똑같이 하고 있다. 후지이의 아버지도 샐러리맨으로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간혹 스타 선수를 키운 부모 중에는 말을 건네기 어려운 타입도 있다. 그러나 오타니와 후지이의 어머니는 항시 미소를 띠며 그야말로 ‘평범한 어머니’의 모습이라는 것. 부모의 꿈을 자녀에게 강요하지 않고 아이의 성장 과정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부모야말로 자녀의 재능을 꽃피울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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