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기업 주가 폭락에 저조한 실적, ‘홀딩스’ 자회사 신설 간접 피해 지적도…HL “재무 상황 우려 없어”
다만 일각에서는 HL만도가 HL그룹의 미래먹거리를 책임지는 것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이고 있다. HL만도는 자동차 부품업 특성상 경쟁이 치열하고 이익률이 높지 않다. HL만도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률은 3.88%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HL만도는 그룹 지배구조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상황에서 신사업까지 선두에서 발굴하고 있다. HL만도의 3분기 순이익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도 투자한 기업의 주가가 폭락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아이모션' 지분 둘러싼 고민
HL만도의 매출은 지난해 3분기 2조 1191억 원에서 올해 3분기 2조 1717억 원으로 2.48% 증가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815억 원에서 825억 원으로 1.21% 늘었다. 증권가에서는 HL만도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을 1017억 원으로 예상했다. HL만도는 증권가 기대를 밑돈 실적을 기록한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순이익 부문이다. HL만도의 올해 3분기 세전이익은 마이너스(-) 516억 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이는 지분투자 평가손실 1377억 원이 반영된 영향이다. 손실의 주범으로는 중국 자율주행 기업 아이모션이 꼽힌다. HL만도는 자회사 HL클레무브를 통해 아이모션 지분 7.5%를 보유하고 있다.
아이모션은 지난해 12월 홍콩거래소에 상장했다. 아이모션은 올해 4월 한때 주가가 122.2홍콩달러(약 1만 9600원)까지 상승했지만 이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국 견제 정책을 내놓으면서 주가가 하락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 5월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기존 25%에서 100%로 대폭 인상했고, 오는 2027년부터 2030년까지 커넥티드·자율주행 차량에 중국산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사용을 금지하는 규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현재 아이모션 주가는 23홍콩달러(약 4100원) 수준이다.
HL만도는 아이모션과 관련해 일회성 요인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그렇지만 올해 상반기 HL만도의 주가 상승에는 아이모션에 대한 기대감도 반영됐다는 평가다. 아이모션 주가 하락이 HL만도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일부 증권사 연구원은 아이모션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는 뉘앙스의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HL만도는 신규 수주 확대와 중국과 인도, 북미지역에서의 고속 성장, 글로벌 위탁생산업체(OEM)와의 납품 관계 확대 등 긍정적인 요인이 많지만 외부 요인에 따른 실적 변동성이 너무 크다”며 “HL만도 또한 아이모션 지분을 매각할지, 유지할지를 두고 고민 중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장문수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3% 후반대의 영업이익률이 향후 설비투자(CAPA) 확대 속에서 초기 고정비를 커버하며 어느 정도 수익성을 향상시킬지와 투자자산의 평가 손익이 영업외손익 변동성을 키우는 것을 어떻게 안정시킬지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HL클레무브 상장 추진할까
HL만도는 HL그룹 의사 결정 과정에서 간접적인 피해를 보는 일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HL만도는 2013년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 ‘마이스터’를 통해 한라건설(현 HL D&I) 유상증자에 참여해 논란이 된 바 있다. 한라건설은 당시 HL만도의 모회사였다. 마이스터가 한라건설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새로운 순환출자 구조가 형성됐고, 소액주주들은 크게 반발했다. HL만도 직원들 사이에서는 옛날만큼은 아니지만 현재도 계열사 지원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만도가 2022년 사명을 HL만도로 변경한 것에 대해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상표권 사용료 지급을 위해 HL만도 사명에 ‘HL’을 붙였다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HL만도는 지난해 브랜드 사용료로 292억 원을 HL홀딩스에 지급했다. HL만도 한 직원은 “글로벌 시장에서 만도라는 사명이 더 통하는데 HL을 붙인 뒤 돈을 내게 한 것이 코미디”라고 꼬집었다.
HL만도가 2021년 HL클레무브를 물적분할한 것도 HL만도 투자자 입장에서는 좋지 않은 일이다. 현재는 HL만도가 HL클레무브 지분 100%를 갖고 있어 사실상 같은 회사로 인식된다. 하지만 HL클레무브가 추후 상장한다면 ‘제2의 LG에너지솔루션’과 같은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 HL만도는 2021년 6월 HL클레무브 분할 설립 발표 당시 주가가 11% 급락한 바 있다.
HL그룹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자율주행 시장이 만개해 좋은 조건에 투자 유치할 수 있는 시기가 오면 HL클레무브도 상장을 추진할 전망이다. 다만 금융위원회(금융위)의 소액주주 보호 방안 도입에 따라 HL클레무브의 상장을 위해서는 HL만도 주주에게 HL클레무브 주식을 현물 배당하거나 HL만도 자체적으로 배당 확대나 자사주 취득과 같은 주주 환원책을 마련해야만 한다.
또 하나 주목할 지점은 최근 HL홀딩스 자회사로 HL로보틱스가 설립됐다는 것이다. HL홀딩스는 HL로보틱스 지분 100%를 갖고 있다. HL로보틱스는 자본금 490억 원으로 설립됐다. HL로보틱스는 설립 후 프랑스 주차로봇 기업 스탠리로보틱스 지분 74%를 330억 원에 인수했다.
스탠리로보틱스의 주요 사업은 실외용 주차 로봇의 로봇판매 및 관리, 구독서비스 등이다. 그랜드뷰리서치는 글로벌 로봇주차 시장 규모가 지난해 21억 달러(약 2조 9370억 원) 수준에서 2030년 67억 달러(약 9조 37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글로벌 주요 대도시는 인구 증가 및 밀집 문제가 심각해 점점 로봇주차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당장 이익 창출이 가능한 회사는 HL홀딩스 자회사로, 오랜 기간 투자해야 하는 영역은 HL만도 자회사로 배치됐다고 분석한다. 한 펀드매니저는 “HL만도와 HL클레무브가 자율주행과 로봇 등 신사업을 맡기로 했는데 나름 괜찮은 회사가 지주회사 밑으로 가 HL만도 투자자 입장에서는 다소 아쉽다”고 평가했다. 유지웅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HL홀딩스에 대해 “로봇시장 진출을 통해 그동안의 성장성에 대한 의구심이 한층 해소될 것”이라고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이와 관련, HL그룹 관계자는 “HL만도는 (1~3분기 누적으로) 순이익 1085억 원의 흑자를 유지해 재무적으로 우려 되는 상황이 없고, 투자 기업 주가 누적 손익도 최초 진입시점에서 지난 9월 말까지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HL로보틱스와 관련해서는 “로봇 사업의 경우 스타트업과 같이 신속한 의사결정이 중요하다”며 “미래사업실 운용을 통해 신사업 발굴 경험이 풍부한 HL홀딩스 산하에 있는 HL로보틱스는 세계 최초 실외 주차 로봇 상용 기업 스탠리 로보틱스를 인수하며 적극적인 외부 투자유치는 물론 그룹 계열사와 시너지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설명했다.
민영훈 언론인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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