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가격 경쟁으로 마진 감소…수출업체와 부품·리튬배터리 회사는 호황
최근 중국 당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1~9월 중국 자동차 업계 매출은 7조 3593억 위안(1357조 원)으로 집계됐다. 2023년 동기 대비 3% 증가했지만 순이익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이 기간 순이익은 3360억 위안(65조 1000억 원)으로 2023년보다 1.2% 감소했다.
2023년 1~9월까지 자동차 업계 이익률은 4.6%로, 중국 주요 산업 평균 순이익(6%)보다 낮았다. 이익률은 자동차 회사의 경영 상황을 측정하는 중요한 지표다. 2024년 4월까진 5~7%대를 기록했지만, 6월 들어서부터 떨어지기 시작했고 9월엔 3.4%로 연중 최저치를 보였다.
중국승용차연합회 사무총장 추이둥슈는 “현재 자동차 산업은 변화 조정기에 있다. 이익률이 어느 정도 하락하는 것은 신·구 동력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면서도 “자동차 회사들이 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매년 가파르게 오르던 중국 자동차 업계 순이익 그래프가 꺾인 것은 2021년부터다. 2020년 6.2%였지만 2021년 6.1%로 소폭 떨어졌다. 그 후 2022년(5.7%)과 2023년(5%) 모두 순이익은 전년 대비 감소했고, 올해엔 4%대로까지 내려왔다. 자동차 업계는 4%대를 지켜내기 위해 남은 3개월간 총력전 태세에 들어갔다.
중국승용차연합회 자료에 따르면 순이익은 감소했지만 자동차 판매량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024년 1~9월까지 중국에서 판매된 자동차는 총 2157만 1000대였다. 이는 2023년 동기 대비 2.4% 늘어난 수치다. 승용차만 놓고 보더라도 1867만 9000대로 2023년 같은 기간에 비해 3% 증가했다.
판매량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정도로 늘어났는데, 이윤은 왜 계속 낮아지고 있을까. 이에 대해 한 자동차 업체 고위 임원은 “자동차 업계 채산성이 떨어지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가격 경쟁 때문”이라면서 “사실 판매량이 늘어난 것도 자동차 가격이 크게 떨어진 것과 무관하지 않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갈수록 자동차 수요는 줄어들고 있고, 업계는 포화 상태다. 제한된 시장에서 살아남으려 많은 업체들이 가격을 앞 다퉈 내리고 있다. 그러니 판매가 늘어난 것이다. 제 살을 깎아먹는 식의 출혈 경쟁이 벌어지고 있지만 별다른 수는 없는 상태다. 가격 전쟁을 멈추지 않으면 업계 전체가 위험해질 수 있다.”
중국자동차유통협회는 올해 1~9월 시장의 가격 전쟁으로 인한 손실이 1380억 위안(26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유통협회 관계자는 “신차를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싼값에 내놓은 경우가 많았다”면서 “(지나친 가격 경쟁이) 업계의 건전한 발전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승용차연합회 사무총장 추이둥슈도 “자동차 시장의 가격 전쟁이 심각해 회사 이익이 전반적으로 하락하고 압력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점쳤다.
중국승용차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1~9월 가격을 인하해 판매한 차종은 195개였다. 이는 2023년의 연간 150개, 2022년 95개를 뛰어넘는 규모다. 남은 3개월을 감안하면, 2024년엔 사상 처음으로 200개 돌파가 확실시된다. 새롭게 출시된 자동차를 할인 없이 파는 사례는 이제 찾아보기 힘들다.
회사가 자동차 한 대를 팔았을 때, 최소 2만 위안(386만 원) 이상의 이익을 남겨야 재투자 및 실적 개선이 가능하다고 한다. 하지만 2023년 1만 7000위안(329만 원)으로 떨어졌고, 2024년 9월까진 1만 6000위안(310만 원)에 그쳤다. 이마저도 9월 한 달만 따져보면 1만 1000위안(212만 원)에 불과했다. 차 한 대를 팔았을 때의 마진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의미다.
많은 자동차 제조사들이 고전을 하고 있지만 판매 증대로 인해 웃는 곳들도 있다. 우선 부품회사다. 주식시장에 상장된 18개의 자동차 부품회사들 중 14개사가 1~3분기 순이익이 전년 대비 증가했다. 쌍림 등 몇몇 회사는 순이익이 2배 이상 증가하면서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기도 했다.
수출을 위주로 하는 업체들도 좋은 실적을 거뒀다. 중국은 2024년 9월까지 469만 대를 수출했다. 이는 2023년 한해보다 26% 오른 규모다. 수출업체들의 순이익은 대부분 큰 폭으로 올랐다. 추이둥슈는 “자동차 업계의 이익을 그나마 뒷받침하는 것은 수출”이라면서 “이는 중국 자동차들이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했다.
예를 들어 동남아시아를 공략하고 있는 만리장성자동차의 경우 2024년 3분기까지 32만 4200대를 수출했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1422억 5400만 위안(27조 원)로 2023년 동기 대비 19.04% 늘어났다. 상하이자동차 역시 2023년 동기 대비 5.5% 증가한 80만 6000대를 수출했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4304억 8000만 위안(83조 원), 순이익은 69억 1000만 위안(1조 3000억 원)을 기록했다. 상하이자동차의 순이익은 2023년 대비 108.7% 이상 늘어났다.
리튬배터리 업체들도 신에너지차 판매 호조에 힘입어 돈방석에 앉았다. 리튬배터리를 만드는 대부분의 회사들의 순이익은 두 자릿수 이상 올랐다.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저렴한 배터리를 앞세워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닝더스다이의 경우 2023년 3분기까지 360억 위안(6조 9600억 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2023년 동기 대비 15.6% 늘어났다.
중국=배경화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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