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서울 광주 등 투입 감소, 제주만 증가…필요성 공감하지만 지자체 예산만으론 한계
#경상북도, 내년 재정 지원 중단 예고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국 17개 광역지자체에서 받은 자료(대구광역시는 자료 제출 거부)를 일요신문이 분석한 결과, 광역지자체 중 강원도·충청남도·부산광역시·인천광역시·대전광역시는 올해 공공배달앱 관련 예산을 한 푼도 투입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부터 2023년까지 강원도·충청남도·부산시·대전시가 투입한 공공배달앱 관련 사업비는 총 98억 원이다. 강원도가 37억 원, 충청남도가 4억 원, 부산시 44억 원, 대전시 13억 원이었다.
이들 광역지자체가 올해 사업비를 투입하지 않은 것은 자체 개발하거나 민관협력 방식으로 운영한 공공배달앱에 지원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강원도는 2020년 12월 시작한 민관협력 공공배달앱 ‘일단시켜’ 서비스를 지난해 10월 종료했다. 충청남도는 2021년 7월 민관협력 공공배달앱 ‘소문난샵’을 출시했지만 지난해 5월 운영을 중단했다. 부산이 2022년 1월 서비스를 개시한 자체 개발 공공배달앱 ‘동백통’ 서비스는 올해 5월 종료됐다. 대전은 민관협력 공공배달앱 ‘휘파람’ 서비스를 2021년 5월부터 운영하다가 지난해 3월 중단했다. 인천은 2021년 7월부터 지역사랑상품권 운영대행사 코나아이 부가서비스 일환으로 공공배달앱 ‘배달e음’을 운영하고 있다. 인천이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는 않다.
내년에 재정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예고한 광역지자체도 나타났다. 경상북도는 2021년 7억 원을 들여 민관협력 공공배달앱인 ‘먹깨비’ 운영을 시작했다. 도비와 시·군비를 합쳐 2022년 24억 원, 2023년 23억 5000만 원, 올해 20억 원을 투입했다. 경상북도는 먹깨비 서비스를 올 연말까지만 유지하고 내년엔 예산을 지원하지 않기로 했다.
공공배달앱 예산이 줄어든 광역지자체도 있다. 충청북도는 공공배달앱에 2020년 2억 5000만 원, 2021년 2억 5000만 원, 2022년 5억 원, 2023년 4억 3000만 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하지만 올해 예산은 5000만 원에 그쳤다. 충청북도는 2020년 9월부터는 민관협력 공공배달앱인 ‘먹깨비’를 운영했고 지난해 9월부터는 ‘땡겨요’ 서비스도 개시했다. 충청북도 한 관계자는 “운영사가 가맹점이나 회원 모집에 주력하고, 도는 현금성 이벤트보다는 홍보에만 주력하기로 하면서 올해 예산이 줄었다”라고 밝혔다.
경기도나 서울, 광주 등도 공공배달앱 예산이 감소 추세다. 민관협력앱 ‘배달특급’을 운영 중인 경기도가 공공배달앱에 투입한 예산은 2021년 137억 원, 2022년 80억 원, 2023년 71억 원, 올해 62억 원으로 줄었다. 5개 운영사와 민관협력 방식으로 공공배달 서비스 ‘서울배달플러스’를 운영 중인 서울은 2021년 4억 5300만 원, 2022년 2억 3900만 원, 2023년 14억 5400만 원(배달상품권 발행 비용 6억 400만 원 포함)을 투입했는데 올해 투입 예산은 1억 8000만 원에 불과했다. 민관협력 공공배달앱 ‘위메프오’와 ‘땡겨요’를 운영 중인 광주는 2021년 5억 원을 투입하다 2022년과 2023년엔 각각 16억 원과 13억 원의 예산을 썼다. 올해 예산은 8억 3500만 원이 편성됐다.
지자체에선 공공배달앱의 효용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공공배달앱 중개수수료는 0~2% 수준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점주 분들은 중개수수료가 높아 매장 가격과 배달 가격을 달리하는 이중가격제를 도입하고 있다. 중개수수료가 낮은 공공배달앱을 쓰면 이중가격제를 도입할 필요가 없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이득”이라며 “공공배달앱은 지역 화폐와도 연계되기 때문에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지자체 재원 투입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공공배달앱 운영과 관련한 국비 지원은 사실상 없다. 소비자를 모으기 위한 할인 쿠폰 발행을 지자체 재원만으로 감당해야 한다. 다른 지자체 관계자는 “배달의민족 등 민간 배달앱은 연간 수천억 원씩 마케팅 비용을 써서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지자체 재원을 투입해도 소비자들을 유인하는 데 한계가 있다. 그러다 보니 가맹점 모집도 쉽지 않다”고 밝혔다. 인터넷 시장 조사 기관 닐슨코리아 클릭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전국 공공배달앱 시장 점유율은 3.87%에 그친다.
공공배달앱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보고 일단 예산을 늘리는 곳도 있다. 대표적인 곳이 제주도다. 제주도는 민관협력형 공공배달앱 ‘먹깨비’를 2022년 12월부터 운영 중이다. 제주도 공공배달앱 예산은 2022년 1억 2400만 원, 2023년 4억 3600만 원, 올해 4억 5000만 원으로 증가 추세다. 제주도 한 관계자는 “공공배달앱이 이탈한 민간배달앱 이용자들을 데려올 정도로 성장할 만큼 (도가) 지원해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서울과 경기도도 내년에는 예산을 확대 편성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배달앱 상생협의체 11차 회의도 합의 불발
지난 7월 배달앱 수수료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출범한 배달플랫폼 상생협의체는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11월 7일 상생협의체 11차 회의가 열렸지만 합의가 불발됐다. 상생협의체는 현재 음식 값의 9.8% 수준인 배달앱 중개수수료율을 평균 6.8%로 낮추라고 최후통첩했다. 배달비는 현 수준인 1900~2900원 정액제를 유지하는 조건을 제시했다. 하지만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는 중개수수료는 낮추되 배달비를 올리는 안을 제안하면서 합의가 불발됐다.
상생협의체에는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등 배달 플랫폼과 소상공인연합회, 전국가맹점주협의회 등 입점업체, 외부 전문가(공익위원)와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처장 등 관계 부처 국장급 공무원(특별위원)들이 참여 중이다. 11월 11일 마지막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이중선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사무국장은 “공공배달앱은 지역화폐 등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활성화될 수 있다. 지자체가 협력을 끊으면 민관협력 공공배달앱도 유명무실해질 수밖에 없다. 수익이 안 나는데 민간 기업에서 대폭 자금을 투입하기도 어렵다”며 “정부는 내년에 영세·소상공인에 2000억 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지만 결국 이 비용은 배민이나 쿠팡이츠 같은 민간 배달앱에 들어가게 된다. 전국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공공배달앱을 만들고 정부가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는 방안이 필요하다”라고 제언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도 “국비 지원을 늘리면 공공배달앱 사업을 포기하려고 하는 지자체들도 다시 나설 수 있다”며 “소비자들에게도 선택지를 열어주는 게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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