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시티가 자금조달을 위해 꾸민 A프로젝트문건 | ||
윤씨가 그처럼 민주당의 대선 승리에 집착한 이유는 무엇인가. 최근 정대철 민주당 대표가 윤씨로부터 거액의 자금을 받은 사실이 밝혀지면서 그 단초가 하나둘씩 드러나고 있다. 굿모닝시티의 성장에 민주당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어 정권 재창출을 통해 ‘흑막’을 덮으려 했다는 의혹이 그것.
또한 윤씨는 대선은 물론, 후보 경선과정에서도 의원 후원금 등의 명목으로 상당액을 제공하는 등 민주당쪽에 매우 공을 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굿모닝시티를 둘러싼 갖가지 의혹이 윤씨의 ‘민주당 공들이기’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굿모닝시티 사건은 권력과 결부된 ‘윤창렬 게이트’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굿모닝시티 사건은 2001년 8월13일 윤창렬 대표와 사채업자 간에 ‘무리한’ 계약이 체결되면서 비롯됐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윤씨와 사채업자 허아무개·김아무개씨의 투자약정서에 따르면 이 사업은 애초부터 성공이 불가능한 것이었다. 54억원을 빌리는 대가로 1백8억원 지급 약속, 로얄 상가점포 특혜분양 등 상식에서 벗어난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
계약 체결 당시 동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윤씨는 무릎을 꿇고 빌면서까지 돈을 부탁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윤씨가 96년 인수한 한동토건을 2001년 8월 (주)굿모닝시티로 상호를 바꿔 굿모닝시티사업(쇼핑몰)을 시작했지만 자금은 사채로 끌어모은 7억원이 전부였다”며 “실제로는 빈털터리였다”고 말했다.
윤씨가 굿모닝시티사업을 계획한 것은 2001년 중순으로 알려졌다. 대상지역은 서울시 중구 을지로 6가 경기여객 부지. 그러나 당시 윤씨는 부지 매매대금 5백66억1천5백만원은커녕 계약금 56억원조차 마련할 수 없었다. 윤씨가 무리한 조건으로 사채업자 허씨와 김씨에게 매달린 것도 그 때문.
윤씨는 사채 54억원으로 계약을 체결한 뒤 이 부동산을 담보로 은행 대출을 받아 쇼핑몰 건설에 나섰지만 분양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그러자 윤씨는 다시 사채로 수백억원을 끌어모아 인근 계림빌딩 부지까지 확보, 대형화함으로써 분양률을 높이고자 했다.
그러나 서울시(건축위원회)는 “계림빌딩이 건축한 지 10년이 안 된다”며 재건축에 반대했다. 이에 윤씨는 서울시와 중구청 관계자들에 대한 로비를 통해 그 같은 장벽을 돌파하고자 했다.
굿모닝시티의 한 관계자는 “윤 대표가 지난해 6월 건축심의에 반대하던 몇몇 사람을 찬성으로 돌려놨다고 자랑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윤 대표가 로비를 하는 과정에서 서울시는 물론 정치권에 선을 대려고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윤씨는 검찰에서 “2001년 8월 사업을 시작하면서 회사 관계자를 통해 지역구 국회의원인 정대철 대표에게 인사를 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굿모닝시티의 한 관계자는 “윤 대표가 서울시로부터 인·허가를 얻어내는 과정에서 서울시 공무원은 물론, 정 대표를 포함해 상당수 정치권 인사들에게도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안다”고 말하기도 했다.
굿모닝시티는 지난해 8월 서울시의 ‘조건’을 통과했지만 처음부터 문제를 안고 있었다. 무리한 사업추진을 위해 사채와 금융권에서 마구잡이로 돈을 끌어다 쓰다보니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 그러자 굿모닝시티는 다양한 자금조달 계획을 세우고 정·관계 인맥을 총동원하기까지 했다.
지난 7월10일 굿모닝시티 계약자협의회(회장 조양상)가 공개한, ‘A 프로젝트’로 명명돼 있는 문건은 대표적인 예. 문건에는 굿모닝시티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막내 동생인 김대현 한국사회경제연구소 이사장과 김정태 국민은행장 등 인맥을 가동해 국민은행 대출을 받으려 한 계획이 나타나 있다.
그러나 굿모닝시티의 이아무개 임원은 “A프로젝트뿐만 아니라 K프로젝트까지 다양한 프로젝트가 있었지만 대부분 ‘과시용’이나 ‘보고용’에 불과했고 실제 자금조달로 이어진 것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수포로 끝났지만 군인공제회를 통해 1천억원, 외환은행을 통해 3천억원 등을 조달하려고도 했다. 위기에 몰린 윤씨는 마침내 ‘비상수단’을 강구했다. 파산절차가 진행중이던 중견 건설사 (주)한양을 인수해 부채 문제를 일거에 해결하려 한 것.
굿모닝시티의 전직 임원들은 윤씨가 ‘민주당에 사활이 달렸다’고 말한 배경이 한양 인수 문제 때문이라고 한결같이 말한다. 즉 민주당이 대선에서 패배할 경우 ‘다된 밥’인 한양 인수가 물건너 갈 수도 있고 또 인수과정 비리가 드러나 사업도 망하고 처벌받는 최악의 상황을 우려했다는 것.
굿모닝시티는 우여곡절 끝에 대선을 앞두고 한양을 확정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나 이 인수는 ‘미꾸라지가 용을 잡아먹는 격’일 만큼 의혹투성이. 실제 한양의 주채권자인 주택공사는 굿모닝시티에 ▲한양 부동산 저평가-헐값 인수 ▲채권 납부기한 연장 ▲인수대금의 한양부동산 매각대금 상계 등 특혜를 준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권해옥 전 주공 사장, 박종원 한양 사장, 한기호 전 주공 총무이사 등 굿모닝시티와 한양 매각 협상을 주도한 당사자들이 뇌물 수수혐의로 구속돼 실제 다양한 로비가 있었음을 방증해주고 있다.
한 전직 임원은 “한양 인수계약 체결 뒤 윤 대표는 임원들에게 ‘민주당의 대선 승리가 중요하다’는 것을 수차례 강조했고 정치권 인사들도 자주 만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대철 민주당 대표는 대선 때 윤씨로부터 2억원을 받았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대선 당시 사령탑인 중앙선거대책위원장이었다. 굿모닝시티 관계자들은 “윤 대표가 지난 대선 때도 민주당에 최소 10억원 이상을 베팅한 것으로 안다”고 말한다. 윤씨가 한양 인수를 전후해 ‘민주당에 사활이 걸려 있다’고 말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