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교한 배경·흐릿한 인물 대비로 현대인의 내면 표현… 서상익 작가 ‘화가의 성전’ 시리즈 등 신작 40여점 전시
[일요신문] 서상익 작가가 11월 24일까지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뉴스프링프로젝트’에서 개인전 ‘Pictures’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대표작인 ‘화가의 성전’ 시리즈를 포함해 신작 약 40점이 2~3층 공간에 걸쳐 선보인다.
늘 실험적인 회화 작업을 선보여온 서상익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기존과는 다른 접근법을 시도한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작품 제목에서 드러나는데, ‘변덕스럽고 조급한’, ‘고독과 동조된 희열’, ‘소소하며 정적인’ 등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형용사들을 사용했다. 이는 명확한 실체가 없는 감정과 모호한 단어들로 작품을 명명함으로써, 관람객들에게 더욱 확장된 상상과 해석의 여지를 제공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대형 캔버스에 그려진 ‘변덕스럽고 조급한’은 이번 전시의 주요 출품작이다. 촘촘하게 들어선 도시 건물들을 배경으로, 실내에서 멍한 표정으로 앉아있는 두 인물과 바닥에 흩어진 LP판이 등장한다. 작가는 파랑, 빨강, 초록, 노랑 등 경쾌한 색채를 사용했지만, 역설적이게도 작품 전반에는 우울하고 다운된 분위기가 흐른다. 이러한 대비는 현대인의 복잡한 내면세계를 효과적으로 표현한다.
또 다른 신작 ‘묘하고 적막하며, 사적인 계곡’에서는 폭포와 푸른 녹지를 배경으로 사색에 잠긴 남자와 걸어가는 여자의 모습이 포착된다. 작가는 정교하고 섬세하게 묘사된 자연 배경과 대조적으로 인물의 표정은 의도적으로 흐릿하게 처리했다. 이는 표정을 통한 감정 전달보다는 시각적 유머와 세밀한 연출을 통해 작품의 분위기를 형성하려는 작가의 의도가 반영된 것이다.
‘화가의 성전’ 시리즈도 주목할 만하다. 이번에 선보이는 작품들 중에는 루시안 프로이드, 에릭 피셀, 제니 새빌 등 현대 미술사에 큰 족적을 남긴 작가들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포함됐다. 각 53×45.5cm 크기의 소품들로, 작가가 오마주하고자 하는 거장들의 특징을 자신만의 시각으로 재해석했다.
전시 제목 ‘Pictures’는 1977년 더글러스 크림프가 기획한 동명의 전시에서 차용했다. 당시 이 전시는 회화가 주류 미술계에 복귀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크림프는 ‘Pictures’라는 단어가 작품의 표면적 측면뿐 아니라 중요한 모호성까지 전달할 수 있으며, 미적 대상의 생성과 정신적 과정 모두를 의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상익 작가는 이러한 개념을 자신의 작업에 접목해, 회화를 통해 표현되는 기억과 감각을 성찰하며 새로운 내러티브를 구축한다.
서상익 작가의 ‘스쳐 지나가는 순간처럼 보이는 찰나도 각각의 레이어가 쌓인 내러티브가 있다’는 작가의 말처럼, 그의 작품은 표면적으로는 단순해 보이는 일상의 한 장면을 포착하지만, 그 안에는 깊이 있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정교한 배경 묘사와 흐릿한 인물 표현의 대비, 경쾌한 색채와 우울한 분위기의 충돌 등 작가만의 독특한 표현 방식은 관람객들에게 깊은 사색의 순간을 선사한다.
서상익(47)은 서울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을 수료했다. 2008년 첫 개인전 이후 자하미술관, 인터알리아, 갤러리 기체 등에서 10여 회의 개인전을 가졌다. 최근에는 ‘Days of Tomorrow passed’(스페이스 수퍼노말), ‘High and Dry’(갤러리퍼플) 등의 전시를 통해 작품세계를 확장해왔다.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서울시립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등 주요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으며, 현재 남양주 퍼플스튜디오에서 입주작가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전시는 화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매주 월요일과 공휴일은 휴관이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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