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제트도 투자한 메타버스 유망주서 사기 피의자로…투자금 40억 원 중 3000만 원만 반환
가상부동산 프로젝트 '메타버스 서울'을 표방한 ‘위에이알’(we ar)은 2022년 1월, NFT와 가상부동산 열풍이 한창이던 시기를 타고 투자자 모집에 나섰다. 투자자들에 따르면 회사는 1개당 15만~30만 원 수준의 가상부동산 7200개를 예약판매 형식으로 판매했다. 직접 민팅(발행) 투자금액이 약 15억 원이고 민팅된 NFT가 2차 거래되면서 생긴 피해금액이 약 26억 원 수준이다. 투자자는 약 1800명에 달한다.
투자자 A 씨는 “당시 9시 뉴스에서 메타버스 가상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소식을 보고 처음 관심을 가졌다”며 “네이버 파워블로그를 통해 위에이알을 알게 됐는데, 국내 법인이 AR(증강현실), VR(가상현실) 사업을 하고 있어서 신뢰가 갔다”고 말했다.
특히 회사가 애플 팀쿡 CEO의 키노트 발표에 등장할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은 스타트업이라는 점이 투자자들의 신뢰를 샀다. 투자자 B 씨는 “다른 가상자산은 정체불명의 사람들이 진행하는 게 일반적이라 러그풀을 당하기 일쑤였는데, 이 회사는 달랐다”며 ”AR/VR 사업으로 번 돈으로 가상부동산 사업을 한다고 해서 자금력도 충분할 거라 믿었다”고 회상했다.
문제는 얼마 되지 않아 터졌다. 2022년 하반기에 가상부동산을 제공하기로 한 약속은 지켜지지 않으면서다. 같은 해 11월 회사는 가상자산 시장 침체를 이유로 개발 일시중단을 선언했다. “그때부터 쎄한 느낌이 들었다”는 투자자 A 씨는 “투자자들이 로드맵대로 개발을 계속하라고 요구했지만, 회사는 자금을 아낀다며 개발을 멈췄다”고 전했다.
2023년에는 불안을 느낀 투자자들이 환불 요구 시위까지 나섰지만, 회사는 “개발을 포기하지 않았다”며 거절했다고 한다. 투자자 B 씨는 “가상자산 시장이 어려워지자 일방적으로 약속을 미루더니, 결국 이렇게 됐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B 씨는 “WE-AR은 클레이랜드 로드맵과 달리 개발을 계속 고의적으로 지연시키고 답보상태에 있었다. 당시 투자자들이 투자금 현황이라도 알려달라는 질문했지만 그럴 의무가 없다고 일관했다”고 말했다.
2024년 7월, 결국 회사는 사업 종료를 선언했다. 충격적인 것은 환불 금액이었다. 회사가 제시한 환불액은 고작 3000만원에 불과했다. 15억 원의 직접 민팅 투자금 중 2%에 불과했다. 2차 거래로 발생한 26억 원의 피해액은 아예 환불 대상에서 제외됐다.
클레이랜드는 공지를 통해 “내부적으로 여러 차례에 걸쳐 본 프로젝트의 장기적인 지속 가능성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고, 추가적인 비용 투입보다는 운영 잔여 예산을 커뮤니티분들께 돌려드리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어 클레이랜드는 “민팅비로 약 15억 원을 벌었고, 세금 신고 약 1억 5000만 원, 클레이튼 하락 손실 약 4억 원, 2년 반 동안 클레이랜드 관련 프로젝트 운영 비용으로 약 11억 3000만 원이 들었다. 사업 잔여 예산으로 2000만 원이 남았다. 사업 예산을 초과하는 환불 비용은 팀에서 전적으로 부담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투자자들은 ‘회사가 투자금을 수십억 원 유치했기 때문에, 환불할 자금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면서 ‘돈이 있는데도 클레이랜드라는 프로젝트와 회사 사이 선을 긋고 안주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투자자 A 씨는 “블록체인에 모든 거래가 기록되어 있다”며 “15억 원의 투자금 중 98%는 회사가 쓰고, 투자자에겐 2%인 3000만 원만 환불해준 것”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특히 2차 구매자들의 피해가 심각하다. 투자자 C 씨는 “1차 민팅 때보다 더 비싼 가격에 구매했는데 환불 대상에서 제외됐다”며 “정상적인 거래로 구매했음에도 피해 보상에서 차별받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회사는 모든 소통 창구를 폐쇄한 채 공지사항만 게시하고 있다. 투자자 B 씨는 “카카오톡 채널과 디스코드 등 모든 소통 수단을 차단한 것은 3년간의 약속과 홍보 내용이 담긴 증거를 없애려는 의도”라며 “다행히 많은 투자자들이 주요 내용을 캡처해뒀다”고 전했다.
더욱이 회사는 투자자들의 움직임에 대해 “수사당국과 협조하겠다”면서 명예훼손, 업무방해 등을 이유로 법적 조치를 언급하고 있어 논란이 커지고 있다. 투자자 A 씨는 “고소도 하지 않은 회사가 수사당국과 무슨 협조를 한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며 “투자자들을 겁주려는 허세”라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네이버 관계사의 투자 여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투자자 B 씨는 “회사가 네이버제트, 스노우, 한국투자파트너스의 투자를 받았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는데, 이 부분이 사실인지 확인이 필요하다”며 “대기업 계열사의 투자 사실을 내세워 신뢰도를 높였다면 이 역시 기만”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으로 회사의 역량 부족을 지적한다. 투자자 C 씨는 “AR/VR 사업과 3D 메타버스, 블록체인이 결합한 가상부동산 사업은 결코 쉽지 않은 사업”이라며 “새내기 스타트업이 감당하기에는 버거운 프로젝트였다”고 분석했다.
특히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은 구체성이 크게 떨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투자자 B 씨는 “구체적인 활동 중인 사용자(DAU) 수치나 매출발생 예상액, 순이익 예상액 같은 기본적인 수치조차 제시하지 못했다”며 “이렇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사항을 적어 놓은 것에 불과했다”고 비판했다.
투자자 C 씨는 “기존 증권이나 부동산 투자처럼 예치금이나 지급보증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며 “무턱대고 사업 실패했다고 하면 면죄부를 주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투자자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가 있었다면 이 정도 피해는 없었을 것”이라고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투자자 A 씨는 “아파트 분양권으로 비유하면 이해가 쉽다”며 “분양권을 약속했다가 안 주고 사업을 종료하면서 당시 금액의 10분의 1만 돌려주고, 2차로 산 사람에게는 환불조차 안 해주는 것과 같다. 이게 사기가 아니면 뭐냐”고 반문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NFT 투자 사기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코인 관련 정보를 다루는 텔레그램 ‘변창호 코인사관학교’ 운영자 변창호 씨는 “소통도 단절한 클레이랜드가 갑자기 피해자들을 향한 강경대응의 이유는 네이버제트와 같은 투자사들이 투자 철회할 것을 우려한 대응이라고 본다”면서 “네이버 계열사와 NFT 투자자 모두 같은 투자자인데 한쪽만 무서워하고 한쪽은 우습게 여기는 이유가 법적인 테두리가 미비해서라고 생각한다. 계속 이런 식으로 방치한다면 코인투자자는 호구 취급만 당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관련 입장을 듣기 위해 접촉했지만 클레이랜드 측은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고 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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