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 확대 대신 ‘전선 수정’ 움직임…“과거와 달리 특검에 넘길 가능성도” 관측
특히 검찰 수사 과정에서 김건희 여사가 명 씨에게 돈 봉투를 두 차례 건넨 사실도 드러났다. 명 씨의 휴대폰을 포렌식 하는 과정에서 돈 봉투 사진이 발견됐고, 김 전 의원의 회계 책임자였던 강혜경 씨 등에게 “500만 원을 받았다고 명 씨가 얘기한 것을 들었다”는 진술까지 확보했다. 명 씨도 “교통비 명목으로 받은 돈이고 얼마를 받았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생각보다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두 번 받았고 다 썼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500만 원이라면 어떤 성격의 돈 봉투인지 확인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윤 대통령 부부까지 수사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권 반환점을 막 돈 시점이고 심우정 검찰총장이 취임한 지 얼마 안 된 상황이라 대통령실 압수수색 등이 불가피한 수사를 결정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검찰, 영장 발부에 한숨 돌렸지만
창원지법은 15일 새벽 1시 20분께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며 명 씨와 김 전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다만 법원은 명 씨에게 돈을 준 지방선거 예비후보자 2명에 대해서는 영장을 기각했다.
현재 검찰이 명 씨 구속영장에 포함시킨 것은 언론에 제기된 의혹들 가운데 극히 일부다. 김 전 의원과 공천 대가로 돈을 주고받은 것과 2022년 6월 1일 실시된 지방선거 후보자 추천 대가로 배 아무개 씨와 이 아무개 씨에게 각각 1억 2000만 원을 받아 챙긴 혐의다.
언론에 제기된 의혹들은 아직 수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김건희 여사에게 500만 원을 받은 대가나 배경, 지난 대통령선거 기간 윤석열 후보를 위해 81차례에 걸쳐 여론조사를 하면서 이뤄진 조작 의혹, 2022년 창원의창구 국회의원 보궐선거 김 전 의원 공천에 개입했는지 여부, 창원 제2국가산단 선정에 개입한 의혹 등은 전혀 확인되지 않았다.
#검찰 ‘다행’이지만 깊어진 고심
현 정권을 겨눈 게이트성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핵심 인물들에 대한 영장이 발부되면서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법원이 명 씨와 김 전 의원의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다 터트릴 것”이라고 했던 명 씨의 신병 확보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또 늦장 수사 등 비판을 받아왔던 것도 만회할 수 있게 됐다.
동시에 고심에 빠졌다. 향후 수사 방향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검찰이 창원지검 수사팀에 검사 등을 증원시키며 ‘특수수사팀’ 규모를 꾸렸지만 어디까지 확인할 것인지, 윗선은 어디까지 올라갈 것인지가 중요한 상황인 것이다. 국회에서 명 씨 관련 의혹을 수사해야 한다는 특검법이 통과된 상황에서 검찰 비판을 최소화하기 위한 ‘액션’을 어디까지 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특히 민주당은 명 씨와 윤 대통령 간 통화 등 추가적으로 공개할 수 있는 자료가 있다며 명태균 게이트를 통해 김건희 여사 특검법 필요성을 더 강조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다만 검찰이 공천 개입 여부를 실제로 확인하기 위해 윤 대통령 부부를 겨누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심우정 총장이 갓 취임한 상황이고 정권이 지금 막 반환점을 돌았기 때문에 검찰이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수사하는 결정을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과거 특검 가능성이 거론되면 더 속도를 냈던 것도 이번만큼은 다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차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과거에는 특검보다 검찰이 더 제대로 잘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수사를 미리 끝내버리는 경향이 있었지만, 이제는 특검을 견제하는 분위기는 아니다”라며 “특검이 차라리 들어오면 검찰 입장에서 손을 털 수 있어 부담이 줄어든다고 생각하는 수뇌부도 분명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리적으로 고민해 볼 지점들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앞의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500만 원의 돈 봉투가 두 번 전달된 게 맞다면, 검찰총장을 내려온 일반인 신분이었는지 아니면 당선인 신분이었는지도 봐야 하고 김건희 여사가 돈 봉투를 준 것을 당시 배우자(윤석열 대통령)가 알고 있었는지도 다 확인해야 한다”며 “돈의 성격과 돈이 전달됐을 때 공직자 해당 여부 등을 모두 확인해야 하고 이를 위한 압수수색이나 소환 조사가 절대적으로 필요해 난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명 씨의 불법 여론조사 및 국민의힘 경선 개입과 관련한 고발건은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조민우 부장검사)에 배당된 상황이지만 아직 서울중앙지검은 움직이지 않고 있다. 검찰은 이 사건을 창원지검으로 이송할지 여부를 검토 중인데, 검찰이 수사를 확대할 생각이라면 서울중앙지검을 투입해 경선 개입 수사에 나설 것이다.
#수사 대상 바꾼 검찰
검찰은 수사 확대 대신 수사 대상을 바꿨다. 창원지검은 윤 대통령이 경선을 거쳐 대선후보로 확정되고 이후 당선되기까지 국민의힘 당대표였던 이준석 의원과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검토 중이다. 당시 전략공천을 담당했던 공천관리위원장인 윤상현 의원에 대해서도 조사 가능성이 거론된다. 윤 대통령 부부를 제외하고 국민의힘 내부만 확인해 ‘명 씨의 개입이 실제였는지’를 확인하는 선에서 끝내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실제로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11월 14일 2022년 6·1 지방선거 당시를 언급하며 “대통령이 저에게 특정 시장 공천을 어떻게 해달라고 하신 적도 있고, 서울의 어떤 구청장 공천은 ‘지금 있는 사람들이 경쟁력이 없으니 (다른 사람에게) 주는 게 좋지 않냐’고 말한 적도 있다”며 대통령의 공천 개입이 있었음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게이트 사건을 수사한 적이 있는 검찰 출신 변호사는 “발부되어야만 하는 영장이 나왔지만 거꾸로 검찰은 이제 ‘어디까지 수사를 할 것인지, 윤 대통령 부부를 겨누지 않으면서도 의혹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는지’를 윗선이 고심해야 한다”며 “검찰 조직을 최대한 지키면서 정권도 받아들일 수 있는 수사의 정도와 방향이 어디일지는 다음 압수수색이 어디에서 시작되는지 보면 된다”고 풀이했다.
서환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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