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이후 처음 선보이는 영화에서 ‘승려’ 역할 도전…장인 주가 조작 혐의 관련 구설은 넘어야 할 산
12월 11일 개봉하는 ‘대가족’은 이승기가 2018년 내놓은 ‘궁합’ 이후 6년 만에 주연한 영화다. 그동안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활발히 해왔지만 상대적으로 영화에 참여할 기회가 적었던 이승기가 각별한 마음으로 임한 작품이기도 하다. 특히 ‘대가족’의 양우석 감독과 상대역으로 나선 배우 김윤석은 이승기의 도전 욕구를 일깨웠다. 양우석 감독은 1000만 관객을 모은 ‘변호인’과 인기 시리즈 ‘강철비’를 통해 묵직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대중적인 성공까지 거둔 실력자다. 김윤석 역시 한국영화를 이끄는 대표 배우. 이들과의 작업을 위해서라면서 “삭발은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는 게 이승기의 말이다.
# 이승기, 데뷔 이후 가장 파격적인 외모 변화
‘대가족’은 서울 종로구의 노포 맛집 평만옥을 배경으로 만두에 자부심이 강한 자수성가형 사장 무옥과 그의 외아들 문석이 만들어가는 따뜻하고 유쾌한 가족 이야기를 그린다. 만둣집의 대를 이을 줄로만 알았던 문석이 돌연 승려가 되겠다고 선언하고 출가하자 무옥의 근심도 깊어진다. 그때 낯선 아이들이 평만옥을 찾아와 승려가 된 문석이 자신의 아빠라고 말하고, 곤경에 빠진 문석과 달리 무옥은 묘한 희망과 기대를 갖기 시작한다. 이승기가 유명 만둣집의 외아들이자 승려가 된 문석으로, 김윤석의 평만옥의 사장 무옥으로 호흡을 맞춘다.
이승기는 ‘대가족’에 참여한 이유에 대해 “양우석 감독님, 김윤석 선배님”의 이름을 보고 결정했다고 밝혔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양우석 감독의 연출작이라는 사실에 “절반 이상으로 마음을 열었다”는 그는 “아버지 역할이 김윤석 선배님이라는 말을 듣고는 감사한 마음이었다”고 돌이켰다. 출가한 승려 역할을 위해 삭발해야 했지만 출연을 결정하는 데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이승기는 “어떤 영역을 넘어선 분들을 가까이 볼 수 있는 과정은 굉장히 큰 축복이라고 생각한다”며 “제가 작품을 고르는 기준은 같이 하는 사람들을 통해 어떤 영감과 자극을 받을 수 있는지 여부”라고 밝혔다. 양우석 감독, 김윤석과 함께 연기하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은 이유였다. 실제로 촬영 과정에서도 이승기는 “김윤석 선배님이 어떻게 연기하는지 보는 재미가 있었고 디테일을 많이 배웠다”며 “‘대가족’ 촬영장은 저에게 학교이자 교육현장이었다”고 만족을 표했다.
가족의 만류를 뚫고 출가해 주지스님이 되는 문석은 극 중 젊은 승려로 주목받으면서 매스컴에도 자주 오르내리는 유명인이다. 이를 표현하기 위해 촬영 전 머리카락을 자르는 일은 필수였다. 이승기는 “삭발이 큰 부담은 아니었다”면서도 “머리카락을 미는 순간 ‘어! 큰일 났는데?’ 싶더니 다 자르니까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짧아서 놀랐다”고 했다. 하지만 금방 익숙해졌다. ‘대가족’을 촬영하는 시기에 병행해야 하는 일정은 가발을 쓰고 소화했다.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본 김윤석은 이승기가 고민 없이 삭발한 이유에 대해 “자기의 머리통이 얼마나 예쁜지 알기 때문”이라고 거들면서 “이승기의 두상이 동그랗고 예쁘다. 그걸 알고 있어서 삭발도 거침없이 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번 영화에서 이승기와 처음 작업한 김윤석은 “직업적으로 연기자의 눈을 보게 되는데 이승기는 애어른 같은 느낌이 있었다”며 “절제를 굉장히 잘하고 뭘 맡겨놔도 충분히 할 수 있는 균형 감각이 좋은 친구”라고 평했다.
# ‘가장’이 된 이승기가 넘어서야 할 ‘가족’
‘대가족’의 개봉이 임박하면서 승려를 연기한 이승기의 모습이 대대적으로 공개되고 있지만 영화 촬영을 시작할 때만 해도 그의 삭발 사실은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때문에 이승기가 2022년 12월 31일 밤 KBS 연기대상 시상식 생방송에 삭발한 모습으로 깜짝 등장하자 시청자들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당시는 ‘대가족’의 촬영이 한창인 시기였다.
수상자로 무대에 오른 이승기가 돌연 머리카락을 전부 자르고 나타나자 순식간에 시선이 집중됐다. 게다가 이때 이승기는 데뷔부터 함께한 소속사와 갈등을 빚고 있었다. 수익금 미정산과 부당한 대우 등에 대한 각종 폭로와 공방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삭발을 감행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됐다. 이를 의식한 듯 이승기는 생방송 도중 마이크를 잡고 “(삭발이) 개인적인 심경의 변화 때문인지 추측하는 분들이 있는데 전혀 아니다”라며 “촬영 중인 영화에서 주지스님 역할이라 머리카락을 잘랐다”고 ‘해명’했다.
이승기를 대범한 도전으로 이끈 양우석 감독은 ‘변호인’과 ‘강철비’ 시리즈를 통해 아픈 현대사를 관통한 실존 인물들의 이야기, 갈등하는 남북한의 문제를 그만의 시선으로 풀어내 작품성은 물론 흥행 측면에서도 성공을 거둔 연출자다. 감독은 김윤석을 무옥 역으로 먼저 캐스팅한 상황에서 아들 문석을 연기할 배우를 고민하다가 이승기를 떠올렸다고 했다. 감독이 생각하는 문석은 모두가 선망하고 인정하는 ‘엄친아’ 이미지 그 자체였다.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실제로 공부를 잘하고 잘생기고 머리가 좋고 키도 큰, 여러 면에서 완벽한 배우가 필요했다”고 밝힌 감독은 “1번으로 떠오른 배우가 이승기였다”고 신뢰를 보였다.
‘대가족’이 내세운 가족의 화두는 영화뿐 아니라 작품에 참여한 배우들에게도 중요한 의미다. 특히 이승기는 지난해 배우 이다인과 결혼해 가정을 꾸리고 딸을 낳으면서 가장이자 아빠가 됐다. 이번 영화는 이승기가 결혼 후 처음 공개하는 작품으로 관객의 평가를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받는다.
하지만 다른 쪽에서 아내인 이다인의 부친이자 이승기의 장모인 배우 견미리의 남편 A 씨가 얽힌 주가 조작 혐의와 관련해 줄곧 구설에 휘말리고 있다. 특히 지난 6월 대법원은 주가를 조작해 거액의 부당이익을 챙긴 혐의로 기소된 A씨 등 4명에 대한 무죄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환송했다. 그러자 또 다시 온갖 억측 속에 이승기와 아내를 공격하는 악성 댓글이 쏟아졌다. 이에 이승기는 소속사를 통해 “가족은 건드리지 말아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마침 공개하는 영화가 가족 이야기인 까닭에 최근 열린 제작보고회에서는 이승기의 처가 일에 관련한 질문이 나왔다. 이승기는 조심스러워하면서도 “제가 시종일관 얘기하고 있는 건 처가 쪽의 일은 처가 쪽 일이라는 사실”이라며 “결혼한 이후 저희 부모님은 물론 저의 아내도 처가와 독립해 독립된 가정을 이룬 상태”라고 강조했다.
이호연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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