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게 섰거라’ 이커머스 대결구도 격화 불가피…네이버 “물류 경쟁력 강화하고 고도화하는 차원”
#1시간 내외 '지금배송' 띄운다
네이버가 지난 11월 1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팀 네이버 통합 콘퍼런스 ‘단24’에서 내년부터 새로운 배송 서비스를 선보인다고 밝혔다. 네이버는 쿠팡을 비롯해 컬리, 쓱닷컴 등이 하고 있는 ‘새벽 배송’과 주문 이후 1시간 내외 배송하는 ‘지금배송’, 가전·가구 등의 설치일을 지정할 수 있는 ‘희망일 배송’ 등 배송서비스 다변화 전략을 추진할 예정이다.
그동안 배송 예정일만 특정했던 ‘도착 배송’이 아니라 배송 선택지를 대폭 넓혔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앞으로 쿠팡과 똑같은 수준에서 배송을 해주겠다는 얘기다”라며 “특히 1시간 내외 배송은 그간 업계 최단 기간 배송으로 주목을 받았던 쿠팡보다도 더 단기간이다. 밀집도가 높은 곳이라면 네이버의 제휴 물류사인 CJ대한통운이 그만한 배송 부담도 어렵지 않게 질 수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가장 주목받는 변화 중 하나는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혜택 확대다. 네이버는 지난 10월에 예고한 대로 오는 11월 26일부터 멤버십 혜택에 넷플릭스 이용권도 추가한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네이버웹툰 쿠키(이용권)와 티빙 이용권을 제공했다. 이번 개편으로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이용자는 국내에서 가장 점유율이 높은 OTT 1·2위 플랫폼과 국내 1위 웹툰 플랫폼을 이용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진짜 ‘큰 게’ 왔다. 네이버가 네이버웹툰과 티빙을 넘어서는 카드를 꺼낸 만큼 유통업계가 긴장해야 될 것 같다”라며 “넷플릭스는 우리나라 OTT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회사고 쿠팡 입장에서는 쿠팡플레이 때문에라도 가져갈 수 없는 옵션이다. 고객 이동이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유통업계 다른 관계자는 “최근 발표는 이제 쇼핑 플랫폼에 주력하겠다는 신호탄으로 보인다. 넷플릭스가 붙는 건 유통업계 전체가 위협으로 느낄 것 같다”라며 “아시다시피 네이버의 경우 적립금 쌓아주는 비율도 높다. 소비자들로선 멤버십 가입을 안할 이유가 없어질 것 같고 물류까지 개선된다면 지금보다 더 강력한 상대가 될 거라고 본다”라고 밝혔다.
이커머스 업계 점유율·매출 1위를 수성 중인 쿠팡은 와우멤버십 회원에게 로켓배송과 쿠팡플레이, 쿠팡이츠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고객을 묶어두고 있다. 쿠팡의 와우멤버십 가격은 월 7980원으로 월 4900원(연간 이용권 구독할 경우 월 3900원) 수준인 네이버보다 1.5배 이상 높다. 네이버는 올해 7월부터 요기요와도 제휴해 멤버십 회원이라면 요기패스X도 추가로 이용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하고 있다.
#네이버 올해 매출 10조 원 돌파 전망
쿠팡은 2022년 매출 26조 원을 돌파하면서 네이버를 제치고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주하고 있다. 쿠팡의 물류 자회사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가 성장하면서 CJ대한통운의 점유율 역시 30%대로 감소했다. 조철휘 아주대 대학원 MBA교수는 “일요일에 배송하는 쿠팡의 전략이 주효했다. 금요일부터 주말까지 이용하는 고객들을 쿠팡이 잡으면서 네이버와 CJ대한통운이 둘 다 밀렸다”라고 지적했다.
네이버는 올해 매출 10조 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할 여력을 충분히 갖춘 만큼 네이버로서는 올해가 새 사업전략을 발표하기엔 적기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철휘 교수는 “영업소장들의 배송 권역을 감안하고 택배 기사들의 휴식권과 수입을 보장해주면서 로테이션 짜는 게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안정화하는 데는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 자리만 잡으면 네이버 물류연합군이 쿠팡과 대적할 만한 물류 세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상품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종우 교수는 “쿠팡처럼 대규모로 직매입을 하지 않고 잘 팔리는 상품들 위주로 위탁 풀필먼트 사업을 하기 때문에 제품 구색이 많지가 않고 이번에 새로 발표한 1시간 내외 배송이 가능한 상품군도 생필품 위주일 가능성이 높다”며 “수익성에 유리한 자체브랜드(PB) 상품도 없으니 쿠팡보다 상품력은 열세라고 봐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오픈마켓은 일반 셀러들이 부담해야 하는 배송비가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소비자에 맞게 셀러도 늘어나야 하는데 배송비 지원을 계속 해주다 보면 운영비가 너무 많이 소모될 수밖에 없다”며 “쿠팡이 셀러들을 꽉 잡고 있어서 쿠팡이 매출이 잘 나오는 것이다. 셀러들을 더 과감하게 끌어들여 제품군을 확대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이와 관련, 네이버쇼핑 관계자는 “쿠팡에 대응한다기보다는 저희 안에서 물류 경쟁력을 계속 강화하고 고도화하는 차원으로 봐주시면 좋겠다”라며 “셀러분들과 관련해서는 현재 네이버 생태계 안에서 좀 더 수월하게 장사하실 수 있도록 플랫폼으로서 기술 지원에 주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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