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20% 붕괴’에도 여당 당론으로 거부권 건의…‘이재명 1심 유죄’로 재표결 시 이탈표 영향 미미할 듯
국회는 11월 14일 본회의를 열고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주가조작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수정안(김건희 특검법)’을 의결했다. 재석의원 191명 중 찬성 191명이었다.
김건희 특검법이 국회에서 처리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서 두 번은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 국회로 돌려보냈고, 국회 재의결을 거쳐 결국 최종폐기됐다. 그러자 민주당 주도로 세 번째 특검법을 곧바로 재발의, 법제사법위원회 소위 심사 등을 거쳐 한 달도 되지 않아 본회의 가결까지 이끌어낸 것.
다만 민주당은 김건희 특검법 처리를 앞두고 수정안을 제시했다. 당초 원안은 김 여사 관련 의혹을 전방위적으로 수사한다는 취지를 담아 수사 대상이 디올백 명품수수, 대통령 집무실·관저 이전 계약 개입,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개입 의혹 등 14개에 달했다.
하지만 수정안에서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과 명태균 씨 관련 부정선거·인사개입·국정농단 의혹 등 수사 대상을 2개로 한정했다. 또한 특검 추천 방식은 대법원장이 4명의 특검 후보자를 국회에 추천한 뒤 야당이 그중 2명을 추리고, 대통령이 1명을 추천하는 ‘제3자 추천’ 방식으로 정했다.
민주당이 수정안을 선택한 이유는 국민의힘의 동참을 이끌어내기 위해서였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표결을 앞두고 “국민의힘은 있는 핑계 없는 핑계 쥐어짜내면서 김건희 특검법 처리를 반대한다”며 “김건희 특검을 하라는 것이 민심”이라고 한동훈 대표와 국민의힘에 찬성 표결을 촉구했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은 김건희 특검법 수정안 표결 전 일제히 본회의장을 퇴장했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김 여사 특검법과 관련해 당론으로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를 강력히 건의하고, 앞으로 이 법을 반드시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 역시 김건희 특검법이 정부로 넘어오면 이번에도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11월 7일 진행한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은 김 여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 “내가 검찰총장 때부터 나를 타깃으로 해서 집사람(김 여사)에 대해서도 침소봉대는 기본이고 없는 것까지 만들었다”며 “내 처를 그야말로 ‘악마화’시킨 것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야당이 추진하는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서도 “사법 작용이 아닌 정치 선동”이라며 “대통령과 여당이 반대하는 특검을 임명한다는 것 자체가 헌법에 반하는 발상”이라고 강경한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민주당 등 야당은 윤 대통령이 세 번째 거부권 행사 시 11월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표결 절차를 밟겠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한 법안이 국회에서 재의결되려면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국민의힘 의원 108명 중 최소 8표 이상 이탈표가 나와야 한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여당 내 친윤계와 친한계 사이의 갈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분열을 통해 이탈표가 발생하기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재표결에 들어가도 여당 내 찬성표는 거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앞서 두 번의 재표결과는 변화된 상황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국민적 비토 심리가 크게 높아졌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 국정운영 평가는 한때 20%선이 무너지며 연일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11월 12일부터 14일까지 자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의 ‘잘하고 있다’ 응답은 20%를 나타냈다(여론조사 자세한 사항은 여론조사기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앞서 2주간 각각 19%와 17%로 연이어 최저치를 갱신하던 하락세를 멈추고, 20%선을 겨우 회복한 것.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보수 전통적 지지층인 70대 이상과 TK(대구·경북) 등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이 추락하는 위기감에 결집한 효과라고 읽고 있다.
특히 윤 대통령 직무수행 부정평가한 응답자에 그 이유를 묻자 ‘김건희 여사 문제’가 16%로 가장 높게 나왔다. 김건희 특검법 두 번째 거부권 행사에 따른 최종폐기 이후 검찰은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 대해 ‘혐의없음’ 처분했다.
더욱이 ‘명태균 게이트’와 관련해 김 여사의 공천 개입·국정 개입 정황이 담긴 증거와 녹취록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명태균 씨 검찰 수사 과정에서 김 여사가 명 씨에 돈 봉투를 두 차례 건넨 사실도 드러났다. 명 씨의 변호인 김소연 변호사는 명 씨와 김 여사가 4·10 총선을 앞두고 나눈 텔레그램 메시지의 실물을 공개했다. 김 여사는 명 씨에게 김영선 전 의원 공천에 대해 “단수를 주면 나 역시 좋음. 기본 전략은 경선이 돼야 하고, 지금은 김영선 의원이 약체 후보들부터 만나서 포섭해나가는 게 답”이라고 말했다.
결국 검찰이 명 씨를 넘어 윤 대통령과 김 여사로까지 수사 대상을 확대할지가 관건이다. 하지만 현재 검찰의 움직임을 보면 수사의 칼날이 윤석열 대통령 부부에게 향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야당이 검찰의 수사 의지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김건희 특검법을 내놓았는데, 윤 대통령이 또 다시 거부권을 행사하면 지지율에 부담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 1심 판결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의 선거 전략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 처벌에 따른 차기 대선 출마 불가가 사실상 유일하다”며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1심 판결이나 25일 위증교사 혐의 1심 판결에서 무죄가 나오면 정부여당에 역풍이 불 수 있다. 그럼 차기 지방선거나 총선에서 본인들이 살기 위해 김건희 특검법 찬성으로 돌아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이 김건희 특검법 세 번째 재표결을 28일로 예정한 것도 25일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1심 판결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15일 서울중앙지검 형사34부(부장판사 한성진)가 선거법 위반에 대해 이 대표에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면서,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해소가 김건희 특검법 국민의힘 이탈표를 이끌어내기는 어렵게 됐다는 분석이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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