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씨 장남 3인방 각각 미국·중국·중동 시장 노려…승계 정당성 위해 ‘미래 먹거리’ 성과 입증해야
#수출 미미한데…미국 공략 나선 신승열 본부장
지난 11월 8일 농심미분은 ‘농심밀스 USA(NONGSHIM MILLS USA, INC.)’라는 미국 법인에 5억 5480만 원을 투자해 주식 40만 주를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10월 29일자로 투자가 완료됐다. 농심밀스 USA는 농심미분이 미국에 설립한 중간지주사다. 농심미분은 농심밀스 USA를 통해 캘리포니아주 LA에 지난 5월 설립한 식품생산판매법인 농심밀스 CA(NONGSHIM MILLS CA, LLC.)에 설비 투자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농심밀스 USA 대표 자리에는 신승열 농심미분 해외사업본부장이 올랐다. 신 본부장은 해외사업부문을 총괄하며 글로벌 사업을 추진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1990년생인 신 본부장은 2022년 해외사업본부장에 선임됐다. 지난해 5월에는 농심미분 사내이사직에 취임했다. 농심미분 이사회에는 신 본부장과 박상규 농심미분 대표이사, 신동익 부회장이 참여하고 있다.
2009년 설립된 농심미분은 물에 불린 쌀을 절구에 빻는 전통방식을 현대화한 습식쌀가루를 제조·판매하는 회사다. 쌀가루를 이용해 쌀 가공식품과 제면·제과·제빵 적성에 맞는 전용분을 개발·제조한다. 2022년에는 농심미분의 제빵용 글루텐프리 쌀가루 3개 제품이 한국쌀가공식품협회에서 국내 최초로 글루텐프리 인증을 받았다. 지난해 농심미분의 매출은 152억 1043만 원, 영업이익은 20억 9106만 원이다. 2022년(매출 144억 9348만 원, 영업이익 16억 7633만 원)대비 각각 4.9%, 24.4% 증가했다.
하지만 수출액은 미미한 수준이다. 농심미분에 따르면 농심미분 수출액은 2020년 1억 7300만 원, 2021년 3500만 원, 2022년 5300만 원, 2023년 5100만 원이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1.45%, 2021년 0.26%, 2022년 0.36%, 2023년 0.34%에 그친다. 농심미분은 주로 북미 지역에 습식쌀가루나 제빵용 글루텐프리 베이커리 전용분 등을 수출해왔다. 하지만 해외 시장에서는 습식쌀가루에 대한 정보가 부재한 데다 제조 기업이 없어 습식쌀가루가 거의 유통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심미분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미국 글루텐프리 베이커리 사업에 나설 전망이다. 현지에 식품 제조공장을 설립해 글루텐프리 베이커리 등을 현지에서 제조·판매한다는 계획이다. 농심미분은 지난해 해외시장개척비로 1075만 원을 처음 지출하기도 했다. 농심미분 관계자는 “국내에서 습식쌀가루의 경쟁력이 입증돼 미국 시장에 도전하고자 한다”며 “현지에 습식쌀가루의 우수성을 좀 더 알릴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2차전지 불안…신시열 상무 사업 확대 타진
신시열 율촌화학 신사업담당 상무도 해외에서 신사업의 가능성을 타진 중이다. 1990년생인 신 상무는 2017년 율촌화학에 입사한 이후 2022년 신사업담당 임원으로 승진했다. 신 상무는 율촌화학 전사적으로 사업부를 챙기는 동시에 신사업을 발굴하고 사업성을 검토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성장하는 산업 분야를 조사하고 직접 고객사들을 만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율촌화학은 신시열 상무를 주축으로 폴더블폰 디스플레이 소재 사업성을 검토 중이다. 삼성전자는 폴더블폰인 ‘갤럭시 Z 폴드’ 시리즈를 이미 내놓았다. 애플도 폴더블폰 정식 개발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업체들 중에서는 화웨이나 샤오미 등이 폴더블폰 시장에 진출해있다. 율촌화학 입장에서는 특히 중국 업체들에 공급을 노려볼 수 있다. 폴더블폰 시장 개화 초창기인 2019년에 율촌화학은 중국 로욜의 폴더블폰에 디스플레이 소재를 공급한 이력이 있다.
농심그룹의 포장재를 담당해온 율촌화학은 최근 2차전지 소재 기업으로의 탈바꿈을 시도 중이다. 전기차 배터리용 알루미늄 파우치 필름이 주력 제품이다. 알루미늄 파우치는 전기차 배터리 주요 소재인 양극재와 음극재 등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2차전지 소재 사업이 안정적인 상황은 아니다. 지난 7월 제너럴모터스(GM)와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합작법인 얼티엄셀즈는 율촌화학과 맺었던 1조 5000억 원 규모의 파우치 필름 공급계약을 일방 해지했다.
전기차 배터리용 파우치 필름 사업이 속한 전자소재 사업부문 매출은 2021년 1351억 원, 2022년 968억 원, 2023년 912억 원으로 감소 추세다. 다만 올해 1~3분기 매출은 930억 원으로 지난해 1~3분기(679억 원) 대비 늘었다. 율촌화학 관계자는 “폴더블폰 디스플레이 소재 사업은 고객사와 협의하며 사업 추진을 검토하는 단계”라며 “2차전지 소재의 경우 LG에너지솔루션 등과 정상적으로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신상열 실장, 스마트팜 중동에서 싹 틔울까?
신동원 농심 회장의 장남 신상열 미래사업실장(상무)도 신사업을 이끌고 있다. 1993년생인 신 실장은 2019년 농심 경영기획팀에 입사한 후 2020년 경영기획팀 대리, 2021년 경영기획팀 부장을 거쳤다. 2021년 11월엔 구매담당 상무로 임원 승진했다. 올해 1월에 신설된 농심 미래사업실로 자리를 옮겼다. 미래사업실은 농심의 미래 먹거리를 위한 청사진을 마련하는 조직이다. 신사업 진출 여부, 인수합병(M&A)과 스타트업 투자 등을 전담한다.
신상열 실장을 중심으로 미래사업실은 건강기능식품·펫푸드·스마트팜 등을 신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특히 농심은 최근 스마트팜을 중동 지역으로 수출하며 스마트팜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농심은 2018년 사내 스타트업 팀을 결성해 스마트팜 기술 개발을 진행했다. 지난 7월 농심은 농림축산식품부가 주최하고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이 주관한 ‘스마트팜 수출 활성화 사업’에 선정됐다. 농심은 2025년 말까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지역 약 4000㎡ 부지에 스마트팜 시설을 구축하기로 했다.
신사업 성과는 농심의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도 중요하다. 연결 기준 올해 1~3분기 농심 매출액(2조 5836억 원) 중 라면 부문 매출은 2조 1085억 원으로 81.6%에 달한다. 신사업을 포함한 기타 부문 매출은 3236억 원으로 13.3%다. 농심 관계자는 “현재 사우디아라비아 스마트팜 설비 스팩 확정을 위한 협의 과정에 있다”며 “신상열 실장은 중장기 비전 및 전략, 성장 계획을 모색하는 역할을 수행 중”이라고 밝혔다.
재계에선 오너 3세 승계 시점과 맞물려 농심그룹이 계열 분리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는다. 농심 지주사 농심홀딩스 지분을 신상열 실장이 1.41%, 신시열 상무가 0.29%, 신승열 본부장이 0.27%를 보유하고 있다. 신상열 실장은 농심 지분 3.29%를 보유한 농심 개인 최대주주다. 신시열 상무는 율촌화학 지분 4.64%, 신승열 본부장은 농심미분 지분 20%를 갖고 있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국내 시장은 규모가 크지 않은 데다 신사업은 해외와 연계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오너 일가는 해외 유학파 출신이 많아 네트워크를 활용하기도 유리하다”며 “승계 정당성을 입증하려면 신사업에서의 실적을 증명해내는 게 과제”라고 말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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