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업계 “인력 충원 없이 주 7일 배송 불가능”…기업 택배비 인상 추진 두고도 집하 물량 감소 우려
하지만 ‘주 7일 배송’ 시스템 도입을 한 달여 앞두고 CJ대한통운과 택배노동자들이 아직 세부 계획 합의를 하지 못해 계획대로 도입 가능할지 물음표가 찍힌다. CJ대한통운이 내년부터 기업고객 택배 단가를 조정하는 것을 검토 중이란 소식까지 들려오면서 택배노동자들의 우려는 더욱 깊어지고 있다.
한국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CJ대한통운의 택배시장 점유율은 2022년 40%에서 2023년 8월 말 기준 33.6%로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의 점유율은 12.7%에서 24.1%로 증가했다.
CJ대한통운의 택배사업 실적도 안심할 수 없다. 택배사업의 올 3분기 매출은 8982억 원으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04억 원으로 3.1% 감소했다. 올해 택배사업의 1~3분기 영업이익 증가율은 1%로 CJ대한통운 4개 사업 부문 중 가장 낮았다.
CJ대한통운은 주 7일 배송 서비스 ‘매일 오네(O-NE)'를 도입해 더 많은 택배 물량을 처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경쟁사인 쿠팡은 로켓배송과 새벽배송 등으로 무장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불가피한 상황이다.
택배노동자들은 반발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은 일요일과 공휴일에도 배송은 하되 택배기사의 수입 감소 없이 주 5일 근무하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택배노동자들은 ‘수입 감소 없는 주 5일 근무’ 대원칙에는 합의하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추가 인력이 필요하고, 이를 위한 세부 계획이 마련되지 않은 채 주 7일 배송이 시행된다면 노동 강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택배노조에 따르면 CJ대한통운은 주 7일 배송을 위해 4인 1조 등 조를 짜서 순환근무하는 형태를 제안했다. 4인의 기사가 한 조를 구성해 격주로 주5일 근무를 하는 방식이다. 택배노조 측은 이 방식이 일부 노동강도가 낮은 아파트 대단지를 제외하고는 실현 불가능한 방안이며 추가인력 투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인다.
자신을 택배노동자의 가족이라 밝힌 한 여성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수입 감소 없는 주5일 근무시스템을 가져가려면 지금보다 하루 근무시간이 필연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쉬는 누군가를 위해 그 사람의 구역을 몇 명이 나눠 배송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주 7일 도입이 되면 그나마 쉬던 설날·추석·각종 공휴일까지 아예 쉬지 못하고 순번대로 근무를 해야 한다. 쿠팡을 이길 생각에 시원한 사무실에서 이 계획을 만들었을 텐데, 택배기사들의 피, 땀, 눈물을 쥐어짜야 가능하다는 걸 알면서도 어쩔 수 없다 할 것이냐”고 반문했다.
남희정 택배노조 CJ대한통운본부장은 ‘일요신문i’에 “순환근무제 형태로 강제로 이 제도가 시행된다면 현장에서는 노동 조건 후퇴가 반드시 일어날 수밖에 없다”며 “현재까지 사측이 내놓고 있는 안들을 보면 오히려 강제성만 높아지는 방향이라 우려가 된다”고 밝혔다.
택배업계에서도 회의적인 반응이 나온다. 택배업계 한 관계자는 “CJ대한통운의 주 7일 배송 서비스 도입 소식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도 “노조랑 합의도 안 된 상황에 발표는 했지만 추가 인력 투입 없이 주 7일 배송에 주 5일 근무, 게다가 수입 감소도 없게 하겠다는 안이 실현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정말 가능하다면 우리도 적극적으로 도입해 볼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에 더해 CJ대한통운이 기업택배 가격 조정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들려오면서 택배노동자들과 대리점연합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CJ대한통운은 기업택배 가격 조정 검토는 원가 부담 가중 때문이라 밝혔다.
CJ대한통운은 기업택배의 무게나 부피, 배송 구간에 따라 내년부터 가격을 100원 올릴 방침이며 영세 상공인 물량이나 농·특산물 등의 택배 가격은 종전보다 내린다는 방침이다. 기업택배의 가격이 인상되면 집하 물량이 줄어들어 소득이 줄어들지 않을까 택배노동자들과 대리점은 우려하고 있다.
CJ대한통운 택배대리점연합 관계자는 ‘일요신문i’에 “회사 입장에서는 내년 사업을 위해 필요한 비용이 있을 테고 가격 인상이 필요하다는 점엔 공감한다”면서도 “경쟁 택배사보다 (CJ대한통운 기업택배) 가격이 오르면 영업상 어려움이 있을 수 있어서 회사와 논의해 접점을 찾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는 입장을 내놨다. 남희정 본부장도 “집하 물량 수수료를 기사들이 가져가는 구조인데, (기업 택배 가격이 인상되면) 집하 영업이 어려워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다”며 “택배노동자 중 집하를 주로 하는 기사들은 수입에 영향을 크게 받을 수 있어서 이들을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실행 방안과 관련한 여러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며 “택배노조뿐 아니라 전체 종사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해 소비자에게는 보다 나은 서비스를, 판매자들에게는 새로운 성장 기회를 제공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기업택배 가격 조정에 대해서는 “최근 2년간 단가를 동결하는 동안 인건비 등 여러 비용이 증가해 조정이 불가피하다. 단순한 인상이 아닌 테이블 조정으로 동결 또는 인하되는 구간도 있다”며 “운임 조정으로 확보되는 재원은 택배기사의 복지 확대와 작업환경 개선, 안전조치 강화 등에 사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아 기자 ja.kim@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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