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적생과 이혼 아픔 겪었지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차지…장 토드와 재혼, 올해 아들 부부가 출산
1985년 개봉한 ‘예스마담’은 양자경을 단 번에 홍콩 영화계 최고의 스타 반열에 올려놓은 작품이다. 1983년 미스 말레이시아가 된 양자경은 이듬해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뭄바 페스티벌 미녀 대회에서 우승해 미스 뭄바가 된 뒤 바로 홍콩의 덕보(D&B) 필름과 계약하며 홍콩 영화계에 진출한다.
덕보필름에서 제작한 ‘예스마담’이 흥행에 성공하며 시리즈 4편까지 연이어 출연한 양자경은 1988년 돌연 은퇴를 선언한다. 은퇴 이유는 결혼으로 배우자는 덕보필름의 CEO 반적생(딕슨 푼)이었다. 덕보필름은 1984년 설립된 회사로 설립 직후 양자경을 영입했다. ‘예스마담’의 제작자이기도 한 덕보필름 CEO 반적생은 D&B 그룹을 이끄는 패션 사업가로 당시 홍콩에선 재벌로 분류되는 인물이었다.
80년대 홍콩에선 D&B 그룹이 1984년 갑자기 덕보필름을 설립한 이유를 두고 반적생이 양자경에게 한눈에 반해 그를 홍콩 영화계에 데뷔시키기 위해서라는 얘기가 나돌기도 했다. 자본력을 앞세운 덕보필름은 홍금보, 임자상 등 당시 홍콩의 인기 배우와 서극 감독 등을 영입해 ‘예스마담’ 시리즈와 ‘가을날의 동화’ 등 좋은 영화를 다수 제작했다. 양자경의 데뷔작 ‘홍금보의 범보’ 역시 홍금보가 감독과 주연을 맡았고 임자상이 공동 주연이었다. 이 영화에 조연으로 출연했던 양자경은 바로 ‘예스마담’ 주인공으로 발탁되는데 이 영화 제작자도 반적생과 홍금보였다. 덕보필름은 1992년 문을 닫았는데 반적생과 양자경이 이혼한 직후였다.
최근 이 당시 상황이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양자경은 최근 영국 BBC라디오4에 출연해 “아이를 낳지 못해 실패자가 된 것 같았다”고 이혼 당시의 아픔을 털어놔 화제가 됐다. 양자경은 “항상 가족을 갖길 원했다. 첫 번째 결혼도 아이를 낳아 다음 세대를 키우는 것이 어느 정도의 목적이었다”면서 “여전히 아기를 사랑한다. 노력이 부족해서 아이를 낳지 않은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근 양자경은 선데이타임스, 타임즈 등 해외 매체들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얘기를 자주 언급하고 있다. 아무래도 영화 ‘위키드’ 홍보 차원의 인터뷰인 터라 아이를 낳지 않은 이유에 대한 언급이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데일리메일은 아예 양자경의 최근 인터뷰들을 종합해 보도하기도 했다.
양자경은 반적생과의 첫 결혼 당시 불임 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양자경은 “우리는 아이를 갖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했지만 불가능했다”면서 “전남편은 대가족을 원했고 그가 세운 기업을 이어갈 아들이 필요했다. 10년, 20년이 지나도 전남편이 원하는 가족을 이뤄줄 수 없었기 때문에 이혼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양자경과 이혼한 뒤 반적생은 세 번째 결혼을 했고 현재는 다섯 자녀를 두고 있다. 전남편과의 불화가 아닌 불임 문제로 이혼한 양자경은 지금도 반적생 가족들과 교류하며 지내고 있다. 양자경이 반적생의 큰딸 대모일 정도다.
결혼과 함께 은퇴했던 양자경은 이혼한 뒤 바로 홍콩 영화계로 돌아온다. 컴백작이 1992년 개봉한 ‘폴리스 스토리3-초급경찰’이다. 성룡과 호흡을 맞춘 양자경은 여전한 액션 실력을 뽐내며 화려하게 컴백했다. 1993년에는 매염방, 장만옥과 호흡을 맞춰 또 하나의 대표작인 ‘동방삼협’에 출연했다.
1997년 개봉한 ‘007 네버 다이’는 양자경의 할리우드 진출작이다. 중국 측 미녀 첩보원 웨이 린 역할을 맡아 제임스 본드의 조력자로 활약한다. 기존 본드걸은 주로 본드의 도움을 받는 역할로 섹시함이 강조됐는데 양자경은 화려한 액션 연기로 본드걸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
2000년에는 ‘와호장룡’에 출연한다. 1996년 개봉한 ‘센스 앤 센서빌리티’의 이안 감독, 1998년 ‘리플레이스먼트 킬러’로 할리우드에 진출한 주윤발과 호흡을 맞춘 이 영화를 통해 양자경은 본격적으로 활동 기반을 할리우드로 옮기게 된다. 2006년 개봉한 ‘게이샤의 추억’ 당시에는 완전히 할리우드에 안착했다.
2018년에 개봉한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에서 양자경은 가장 무서운 캐릭터를 소화한다. 수려한 액션 연기를 자주 선보인 양자경이지만 이 영화에서는 액션 연기가 전혀 나오지 않는다. 대신 무시무시한 예비 시어머니로 출연한다. 싱가포르에서 가장 부유한 집안의 안주인으로 출연해 뉴요커 예비 며느리에게 시월드의 문을 활짝 열어준다. 주인공은 뉴요커 레이첼(콘스탄스 우 분)과 남자친구 닉(헨리 골딩 분)이지만 닉의 어머니 엘레노어 영 역할의 양자경이 더 호평을 받았을 만큼 뛰어난 연기를 선보였다.
마지막 작품은 당연히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다. 양자경 입장에선 할리우드 진출 이후 처음으로 단독 주연을 맡게 된 작품이지만 주로 저예산영화를 제작 및 배급하는 A24의 영화라 개봉도 제한적으로 이뤄졌다. 그렇지만 엄청난 호평을 받으면서 북미 전역으로 확대 개봉됐다. 그리고 이 영화로 양자경은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다. 아시아 여성 최초의 수상이며 아카데미에서 여우주연상을 유색인종이 수상한 것 역시 2002년 할리 베리 이후 21년 만이었다.
2023년 12월 양자경은 고향인 말레이시아의 레스토랑 리틀 카통에서 결혼식을 가졌다. 지인들을 불러 소박하게 연 결혼식으로 양자경은 웨딩드레스가 아닌 말레이시아 전통 바지 의상을 입었고 남편은 티셔츠와 바지를 입었다. 그렇다고 소박한 남성과의 조촐한 결혼식은 아니다. 남편은 페라리의 전 CEO인 장 토드다.
양자경과 장 토드는 이미 2023년 7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결혼식을 치렀고 이날 고향에서 다시 한 번 지인들과 결혼식을 가졌다. 당시 청첩장을 통해 이들은 19년 동안 열애를 이어왔다고 밝혔다. 청첩장에는 “우린 2004년 6월 4일 상하이에서 만나 7월 26일 장 토드가 청혼했고 양자경은 ‘예스’로 답했다. 만난 지 6992일이 된 2023년 7월 27일 제네바에서 사랑하는 가족, 친구들에 둘러싸여 특별한 순간을 함께 기념하게 돼 기쁘다”고 적혀있다.
2024년 1월에는 할머니가 됐다. 장 토드의 아들 부부가 아이를 출산한 것. 양자경은 자신의 SNS를 통해 갓 태어난 손주와 함께한 사진을 여러 장 공개하며 행복해했다. 최근 불임의 아픔을 털어 놓으며 양자경은 “다행히 저에게는 6명의 자녀와 수많은 조카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그의 SNS에는 행복한 표정으로 아이들과 찍은 사진이 많이 올라와 있다.
이호연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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