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희진 상대 각종 소송전 펼쳐놨지만 뉴진스 잔류가 관건…11월 28일까지 ‘시정 요구’에 답변할지 관심
11월 20일 민 전 대표는 입장문을 내고 어도어 사내이사 사임을 알렸다. 그는 "하이브와 체결한 주주간계약을 해지하고 하이브에 주주간계약 위반 사항에 대한 법적인 책임을 물으려 한다"며 "더불어 하이브와 그 관련자들의 수많은 불법에 대해 필요한 법적 조치를 하나하나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민 전 대표는 "지난 4월 하이브의 불법감사로 시작돼 7개월여 넘게 지속돼 온 지옥 같은 하이브와의 분쟁 속에서도 저는 지금까지 주주간계약을 지키고 어도어를 4월 이전과 같이 제자리로 돌려놓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해 왔다"며 "그러나 하이브는 지금까지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고 변할 기미도 전혀 없기에 더 이상의 노력은 시간 낭비라는 판단으로 결단하게 됐다"고 사임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돈에 연연하며 이 뒤틀린 조직에 편승하고 안주하고 싶지 않았다"며 "하이브는 최근까지도 산하 레이블들을 이용해 막무가내 소송과 트집잡기, 공정치 못한 언론플레이를 통해 저를 소위 '묻으려고' 하면서도 동시에 엄청난 호의라도 베푸는 듯한 독소조항으로 가득한 프로듀싱 업무위임계약서를 들이미는 위선적이고 모순된 행동을 지속해 왔다"고 주장했다.
하이브 측 인사로 전부 채워진 어도어의 새 이사회는 8월 27일 민 전 대표를 어도어 대표직에서 해임하는 대신, 어도어의 사내이사직과 뉴진스 프로듀서직을 보장하겠다는 '회유책'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민 전 대표에게 제기한 각종 소송의 취하 여부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은 데다 사전 협의 없이 통보처럼 계약서를 전달했을 뿐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민 전 대표가 스스로 거부할 것을 노리고 허울뿐인 제안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실제로 하이브(어도어) 측이 민 전 대표에게 제안한 프로듀싱 계약은 통상적인 업무위임계약 체결 방식과 다소 달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민 전 대표는 "해당 계약서에는 업무위임계약의 요체라고 할 수 있는 R&R(Role and Responsibility, 역할과 책임) 협의를 하자고 하면서도 협의 전 포렌식 동의 등 이해할 수 없는 요구사항들이 포함된 비밀유지약정을 운운하며 대면 미팅만을 강요하고 R&R 문서는 제공하지 못하겠다는 이해 불가한 주장을 거듭했다"며 "자신들이 일방적으로 해임했음에도 언론에는 대표이사에서 물러나 프로듀싱 업무를 맡기로 했다는 허위 사실을 유포한 자들이 남에게는 '비밀유지'를 강요하는 비양심은 이제 놀랍지도 않다"고 꼬집었다.
결국 민 전 대표의 사내이사 사임과 뉴진스 프로듀싱 계약 거부에 따라 어도어는 빠른 시일 내에 새 프로듀서를 찾아야 하는 상황인데, 이번엔 뉴진스의 계약 해지 위기까지 맞닥뜨리게 됐다. 11월 13일자로 총 6가지 요구사항이 담긴 내용증명을 어도어에 보낸 뉴진스 멤버들은 "내용증명 수신 후 14일 이내에 모든 위반 사항이 시정되지 않는다면 전속계약을 해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애초에 뉴진스는 그들의 입장을 처음 공개적으로 밝혔던 9월 11일부터 꾸준히 "민희진 대표가 있던 원래의 어도어로 돌려달라"고 요구해 온 만큼 민 전 대표가 사임한 현재 어도어가 어떤 답변을 내놓든 뉴진스의 계약 해지는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소속사의 멤버들에 대한 보호가 전무했다는 점도 문제지만, 계약 당시 옛 어도어(민희진 전 대표)가 약속한 아티스트 지원 방향과 현 어도어(하이브)가 제시할 방향성이 다를 수 있다는 점도 계약의 근간을 이루는 신뢰를 파탄내기에 충분하다는 것이다.
국내외 K-팝 팬덤 내에서는 '민희진=어도어=뉴진스'로 연결되는 공식을 하이브와 새로운 어도어가 깨트리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 역시 또 다른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데뷔 당시부터 '민희진 걸그룹'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가져갔고 SM엔터테인먼트 때부터 이어져 온 '민희진 감성'이 기반이 된 그룹이었기에 대중들이 기대하고 그들에게 익숙한 '뉴진스 속 민희진'을 완전하게 들어낼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익명을 원한 해외 K-팝 칼럼니스트는 "애초에 뉴진스는 데뷔부터든 활동 중간부터든 이 그룹을 사랑하게 된 사람들이라면 민희진의 감성도 함께 사랑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만들어진 것"이라며 "하이브(어도어)가 새로운 프로듀서를 들여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뉴진스 버전 2'를 만든다면 대중들에게 외면당할 것이고, 반대로 이전과 비슷한 이미지를 유지한다고 해도 필연적으로 '민희진 때만 못 하다'는 말을 듣게 될 텐데 어느 쪽을 선택해도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하기 힘든 모험"이라고 꼬집었다.
이처럼 프로듀서로서의 민희진이 존재하지 않고, 뉴진스마저 사실상 계약해지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는 예측이 확실시 된다면 어도어는 말 그대로 '빈껍데기'만 남게 된는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어도어는 2023년 매출액 1103억 원, 순이익 265억 원으로 하이브 국내 6개 레이블이 낸 매출액의 10%와 순이익의 11%를 차지했다. 2022년 7월 데뷔 후 같은 해 매출액 186억 원, 순손실 32억 원을 기록했으나 활동한 지 1년 만에 급성장세를 보인 것이다. 올해 상반기 하이브의 각종 내홍을 겪으면서도 호성적을 거둔 뉴진스가 다시 정상 활동 궤도에 오른다면 지난해 이상의 이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란 게 시장의 분석이었다.
이처럼 수익성이 확실한 어도어의 유일한 그룹이자 하이브의 중요한 캐시카우로도 지목되는 만큼 뉴진스의 계약 해지는 이들에게 있어 하이브-민희진 사태 이상의 중대한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뉴진스가 빠질 경우 하이브는 국내 걸그룹으로 르세라핌과 아일릿, 프로미스나인 등을 보유하게 되는데, 이 가운데 르세라핌과 아일릿은 앞선 사태에 직간접적으로 훼손된 브랜드 이미지가 회복되지 않은 상태다. 특히 국내 K-팝 시장에서 이들과 그 소속사(쏘스뮤직, 빌리프랩, 하이브)를 향한 적대감이 상당한 데다 이런 분위기가 해외로 재유입되면서 사실상 이전처럼의 회복은 요원할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어도어 측은 앞서 민 전 대표의 사내이사 사임 입장문에 대해 "일방적인 사임 통보에 안타깝게 생각한다. 당사는 뉴진스가 더 크게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2024년 연말과 2025년 초까지 예정돼 있던 뉴진스와 관련된 활동 플랜은 외부 일정을 제외하면 사실상 전면 중단, 또는 연기된 상태로 알려졌다.
뉴진스를 담당했었던 어도어 내 스태프와 각종 작업에 협력해 왔던 협업 업체들의 '어도어 손절' 소식도 들려오고 있는 가운데 어도어 측이 뉴진스에 대해 내놓은 앞으로의 청사진도 아직까지는 불투명한 상태다. 11월 28일 이전까지 뉴진스의 시정 요구에 답변을 내놔야 하는 어도어가 요구사항을 모두 받아들이고 구체적인 활동 지원 계획을 내놓을 것인지, 아니면 하이브의 각종 소송 목록에 어도어와 뉴진스와의 소송까지 더해질 것인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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