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찰청 강남 등지 유흥업소 관계자 등 91명 검거…마약을 마케팅 수단 활용도
11월 7일 서울 강남경찰서는 유흥업소 영업부장 A 씨(31)와 공급책 B 씨(30) 등을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A 씨는 10월 25일 새벽 유흥업소 손님들에게 케타민 2g과 엑스터시 2정을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A 씨는 자신이 영업부장으로 일하는 룸살롱 손님들을 대상으로 마약을 판매했다. 룸살롱을 예약하는 손님들에게 업소 방문 하루 전에 미리 마약 대금을 받은 A 씨는 텔레그램으로 마약 공급책 B 씨에게 필요한 마약을 주문했다. 그런 뒤 A 씨는 서울 강남구 소재의 한 클럽 앞에서 B 씨를 만나 마약을 구매해 손님들에게 건넸다.
손님으로 가장해 범행 현장을 덮친 경찰은 A 씨를 긴급체포 했고, 수사하는 과정에서 사흘 뒤 공급책 B 씨도 검거했다. B 씨에게는 마약 판매 외에도 마약 투약 혐의도 적용됐다. B 씨는 A 씨에게 마약을 전달한 뒤 클럽 화장실에서 케타민을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경찰은 B 씨를 수사 하는 과정에서 은닉처에 숨겨 놓은 케타민 375g도 발견했다. 이는 9000만 원 상당으로 동시에 1만 2000여 명이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경찰 수사는 A 씨가 일하던 룸살롱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 A 씨에게 마약을 구매한 다른 손님들을 추적하는 동시에 룸살롱 접대여성과 업주 역시 마약 투약 방조 혐의로 조사 중이다.
이런 방식으로 서울 강남의 유흥업소들에서 마약 거래 및 투약이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강남 일대 유흥가를 대상으로 마약사범 집중 단속을 벌이고 있는데 2024년에만 49명을 검거해 14명을 구속하는 성과를 올렸다.
강남경찰서만 관련 단속을 벌이는 것은 아니다. 10월 31일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유흥주점 운영자 B 씨(42) 등 마약류 판매·투약 사범 91명을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검거해 B 씨 등 12명을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무려 91명이 동시에 검거됐는데 이 가운데 28명이 유흥업소 종사자였다. 이 가운데 26명은 유흥주점과 클럽 등 강남 일대 유흥업소 20곳에서 일하는 이들이었고 나머지 2명은 수도권 소재 유흥업소에서 일한 이들이다.
B 씨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지하 1, 2층 규모로 연 면적 990여㎡(300평)에 룸이 31개나 되는 대형 유흥주점을 운영했다. 접대여성이 20여 명이나 됐다. B 씨는 유흥주점 손님 유치를 위해 1월부터 9월까지 수차례 손님들에게 엑스타시와 케타민 등 마약류를 판매하고 투약 장소도 제공했다.
5월부터 관련 첩보를 입수해 수사를 이어온 경찰은 10월 4일 B 씨를 체포하고 업소 전체와 접대여성 등 직원들 소지품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그렇게 수사가 확대돼 무려 91명이나 검거하는 성과를 냈다.
코로나19의 기나긴 터널만 지나고 나면 다시 호시절이 올 거라는 기대는 이미 유흥업계에서 사라진 상황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영업 자체가 제한되거나 밤 9시로 영업시간이 제한돼 간판 불을 끄고 몰래 영업을 하던 시절에 오히려 더 손님이 많았다는 하소연이 나올 정도다. 이렇게 불황이 길어지면서 유흥업계가 마약을 일종의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는 상황까지 연출되고 있다.
서울 강남에서 룸살롱을 운영 중인 한 업주는 “이번에 적발된 업소 업주가 알고도 방조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요즘 같은 불황에 유독 예약손님이 많은 영업부장들 가운데 이렇게 몰래 마약을 팔아 단골손님을 유지하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불과 몇 년 전에만 해도 마약이 연루되면 영업정지 등 불이익을 크고 이런저런 귀찮은 일들도 많아져 극도로 조심했다. 손님들이 룸에서 몰래 마약을 하는 정황이 포착되면 다시 그 손님들의 예약은 받지 않았을 정도”라며 안타까워했다.
강남의 대형 룸살롱에서 영업상무로 근무 중인 한 유흥업계 관계자는 “사실 예전에도 그렇게 몰래 손님들에게 마약을 파는 업소가 있기는 했다. 이 바닥에서는 ‘약쟁이들이 찾는 룸살롱’이라고 따로 분류했을 정도”라며 “당시엔 국내에서 마약을 구하기 어려워 극히 일부 업소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는데 강남 바닥에 마약이 흔해지면서 유흥업계 분위기도 크게 혼잡해졌다”고 요즘 분위기를 설명했다.
가장 큰 변화는 접대여성들이라고 한다. 2022년 7월에는 20대 남성 손님이 몰래 술에 탄 마약을 먹고 30대 여성 종업원이 사망하는 소위 ‘강남 유흥업소 사망사건’이 벌어졌다. 몰래 술에 마약을 탄 남성도 업소 인근 공원에서 차 사고를 낸 뒤 사망한 채 발견됐다. 이 사건이 벌어지자 강남 일대 유흥업소 접대여성들 사이에서 마약에 대한 공포감이 상당했었다.
2년여의 시간이 흐른 요즘에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마약을 상습적으로 투약하는 접대여성들도 꽤 많아졌다고 알려져 있을 정도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우리도 그렇고 주변 사무실에도 유흥업소에서 2차(성매매)를 갔다가 상대 접대여성이 마약 투약으로 적발돼 경찰 수사를 받게 됐다는 상담이 늘고 있다”면서 “본인이 마약을 투약하지 않았다면 괜찮지만 불법 성매수로 처벌받는 것은 피하기 어렵다. 심지어 경찰을 사칭해 이런 연락을 한 뒤 돈을 주면 사건을 무마해준다고 접근하는 사례도 있다”고 요즘 분위기를 설명했다.
전동선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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