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내세워 국내 승용차 시장 ‘노크’…중장기적으론 국내 기업에 위협 될 수도
#승용차 흑역사, 이번에는 바꾸나
BYD는 가성비가 장점인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주력으로 삼아 전기차를 생산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9월 BYD는 261만 5000대의 전기차를 판매했다. 같은 기간 테슬라 판매량(129만 6000대)의 2배 넘는 규모로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22.3%)를 차지했다.
앞서 2016년 국내 법인을 설립한 BYD는 전기버스, 전기트럭, 전기 지게차 등 상용차 시장에 진출했다. BYD를 비롯해 하이거버스, 신위안, 둥펑쏘콘 등 중국 자동차 제조사들은 우리나라 상용차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2023년 상반기 수입 상용차(소상용차 포함) 등록 대수는 총 4563대로, 이중 중국산은 1451대로 집계됐다.
반면 중국 자동차 제조사들은 국내 승용차 시장에 수차례 진출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중한자동차가 2017년 베이징자동차 자회사 북기은상기차의 켄보600을 수입한 것이 첫 사례다. 켄보600은 1.5L(리터) 가솔린 엔진을 장착한 중형 SUV로 2000만 원 수준으로 출시됐다. 당초 목표 판매량이 연 3000대였으나, 누적 판매량은 500대를 넘지 못했다.
중한자동차는 신원CK모터스로 이름을 바꾼 뒤 2019년 중국 둥펑쏘콘 펜곤 ix5를 수입했다. 쿠페형 중형 SUV인 펜곤 ix5의 판매 가격은 2380만 원. 초도 물량인 100대가 모두 팔렸지만, 이후 추가 판매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누적 300여 대 판매에 그쳤다.
중국 자동차에 대한 불신이 판매 부진의 원인으로 꼽힌다. 2022년 시장조사업체 컨슈머인사이트가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향후 2년 내 신차를 구매하겠다고 밝힌 2102명 가운데 38.8%가 “아무리 값이 싸도 중국 전기차를 구매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BYD 씰 4000만 원대 예상, 경쟁력 있을까
국내 자동차 업계도 BYD의 국내 진출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내 완성차 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 당초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불신이 크기 때문에 진출 초기에는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큰 힘을 내지는 못 할 것”이라면서도 “중국산 자동차가 성능이 뛰어난 건 아니지만 큰 하자가 없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에 가성비를 원하는 소비자는 중국산을 선택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BYD는 지난해 중형 전기 세단인 씰과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아토3, 해치백 돌핀 등 6개 모델의 상표를 국내 출원했다. 씰의 중국 현지 가격은 9만 9800~23만 9800위안(약 1940만~4660만 원)이다. 아토3의 중국 현지 가격은 11만 9800~14만 7800위안(약 2330만~2875만 원)이다.
BYD가 앞서 진출한 일본 판매가격을 살펴보면 씰은 528만 엔(4800만 원), 아토3는 450만 엔(4100만 원), 돌핀은 363만 엔(3300만 원)부터 시작된다. 씰의 경우 국내에서는 5000만 원대에 출시되고 보조금을 받으면 4000만 원대가 될 가능성이 있다. 현대 아이오닉6(4695만~6182만 원)의 하위 트림과 가격대가 겹친다.
전문가들은 과거와 같은 상황은 아니라고 진단하고 있다. 단기적으로 중국 브랜드가 고전할 수 있지만 중장기적인 관점에선 위협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권용주 국민대학교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는 “중국산 전기차에 관세를 비롯해 소비세, 교육세 등이 붙고, 한국법인이나 딜러의 마진까지 남겨줘야 한다고 생각하면 가격대가 높게 형성될 수 있다”며 “중국 자동차 기업들이 한국 시장에 진출해도 당장 큰 위협이 되지 않지만 중국 기술력에 대한 불안이나 선입견 등이 사라진다면 중국산 차에 대한 수요가 커질 수 있기 때문에 그 시점 전까지 한국 기업들이 대비를 단단히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BYD가 생산하는 차는 글로벌 시장에서 이미 증명된 상태다. 과거 중국산 내연기관차와 달리 중국산 전기차와 국산 전기차 간 성능 차이가 크지 않다”며 “중국 브랜드라는 이미지가 중국산 전기차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국내 기업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노영현 기자 nog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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