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논란의 중심에 선 인물은 차기 국방장관으로 내정된 피트 헤그세스(44)다. ‘폭스뉴스’ 진행자 출신이자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복무한 육군 출신이기도 한 헤그세스는 고위급 군복무 경험이 전무하다는 이유로 이미 지명 때부터 반대에 부딪쳤던 인물이기도 하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끝난 게 아니었다. 속속 그의 신변에 관한 문제들이 밝혀지면서 공화당 내부에서도 당장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점은 정치적 극단주의 신봉자라는 점과 성폭력 의혹 등이다.
그가 극우주의 사상에 물들어 있다고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은 2020년에 출간한 ‘미국 십자군 전쟁: 자유를 지키기 위한 우리의 투쟁’에서도 드러나 있다. 이 책에서 성소수자, 여성인권, 인종 평등을 주장하는 좌파가 사회 곳곳에 숨어 있어 미국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주장한 그는 노골적인 언어를 사용하면서 공격적인 모습을 드러냈다.
가령 “좌파들은 상상보다 더 다양한 방식으로 미국의 전통적인 애국자들을 사방에서 포위하고 있다. 그들은 우리의 건국의 아버지들을 죽이고, 국기, 자본주의를 죽이려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나는 폭력을 부추기는 게 아니다. 현실을 지적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하면서 “우리의 역사적인 순간에는 미국의 십자군 전쟁이 필요하다”라며 공격적인 언사를 서슴지 않았다.
이 책의 핵심 주제는 ‘아메리카니즘’이다. 즉, 본질적으로 우파 포퓰리즘으로 분류되며, ‘아메리카니즘’이 승리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죽음’이 온다고 경고한다. 또한 그는 “미국은 좌파의 재앙에 시달리고 있다. 지금 우리의 상황은 매우 나쁘다. 우리는 조국의 영혼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2024년에 발간한 ‘전사들에 대한 전쟁’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이 책에서도 그는 여성과 성소수자의 군복무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피력했다. “전투 임무에 여군을 포함시켜선 안 된다”고 주장하거나 “군대 내 좌파 장교들을 숙청해야 한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요컨대 군의 기득권층을 뒤엎어야 한다고 주장한 그는 “미국의 차기 대통령은 그들 모두를, 아니면 적어도 대부분을 해고해야 한다. 헌법에 대한 진정한 충성을 가진 지도자들을 임명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이런 점에서 진보적인 장교들을 숙청하자는 그의 제안은 트럼프의 선거 캠페인 구호였던 ‘내부의 적을 겨냥하라’는 것과 일치한다.
헤그세스가 평소 ‘거꾸로 된 성조기’를 자주 사용한다는 점도 그가 극우주의라는 사실을 나타낸다. ‘거꾸로 된 성조기’를 모자로 착용하거나, ‘전사들에 대한 전쟁’ 책 표지로도 사용했을 정도다. ‘거꾸로 된 성조기’는 역사적으로 선원들이 위험 신호로 사용한 것으로, 특히 트럼프 지지자들 사이에서 2020년 선거 결과에 불복하고, 트럼프의 형사 판결에 항의하는 상징으로 널리 사용되어 왔다.
보다 충격적인 증거는 헤그세스의 온몸에 새겨진 문신들이다. 마치 암호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이 문신들은 저마다 극우주의 신념들과 연관이 되어 있다. 가령 가슴에는 커다란 예루살렘 십자가, 그리고 오른팔에는 라틴어 문구인 ‘데우스 불트(Deus Vult)’가 각각 새겨져 있다. 둘 다 중세시대 기독교 십자군 전쟁과 관련이 있으며, ‘신께서 (전쟁을) 원하신다’라는 의미인 ‘데우스 불트’는 십자군이 전쟁을 시작할 때 외친 구호였다. 이 밖에 어깨에 새긴 미국 건국 당시의 별 13개짜리 성조기나 오른 팔뚝의 ‘바이세 피플(Weiße People)’이라는 문신 역시 극우주의를 상징한다. ‘바이세(Weiße)’는 독일어로 ‘화이트’ 즉, ‘백인’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이런 비난에 대해 헤그세스는 “엄연히 반기독교적 편견”이라며 항변했다. 그는 “언론이 나를 표적으로 삼는 건 상관없다. 하지만 기독교인, 보수주의자, 애국자, 평범한 미국인을 겨냥하는 이런 공격은 트럼프 행정부의 국방부 첫날에 멈출 것”이라며 으름장을 놓았다. JD 밴스 부통령 당선인 역시 X(옛 트위터)를 통해 “그들은 헤그세스가 팔에 기독교 좌우명을 문신으로 새겼다는 이유로 공격하고 있다. 이는 역겨운 반기독교적 편견이며, 부끄러워해야 하는 일이다”라며 거들었다.
헤그세스의 문신이 논란이 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런 극단주의적 문신들은 워싱턴 주방위군 복무 시절에도 문제가 됐으며, 바로 이 문신 때문에 2021년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 당일에는 경호 임무에서 배제되기도 했다. 당시 주방위군 보안 책임자였던 데리코 게이더는 이에 대해 “앞서 1월 6일 벌어졌던 미국 의사당 폭동에 수십 명의 현역 및 전직 군인들이 가담했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헤그세스를 개인적으로 공격하려는 건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절차를 따랐을 뿐, 다른 군인이었어도 같은 대우를 받았을 것이라는 의미였다. 하지만 헤그세스는 결국 이 조치 후 군에 혐오감을 느끼고 군복무를 끝냈다.
헤그세스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있다. ‘폭스뉴스’에서 근무하던 시절 한 여성을 성폭행한 후 돈으로 입막음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졌기 때문이다. 2017년, 캘리포니아 공화당 여성 당원 행사에 참석했던 피해 여성은 당시 연설자였던 헤그세스에게 호텔방에서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 여성은 당시 경찰 조사에서 “헤그세스의 호텔 방에 있었던 순간부터 내 방까지 비틀거리면서 걸어올 때까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다시 말해 헤그세스를 만난 후 6~9시간 동안의 기억이 까맣게 지워졌다는 것이다.
이 여성은 다음 날 집으로 돌아온 후 성폭행 당한 기억이 떠올라 응급실을 찾았고, 검사를 통해 자신이 강간당한 사실을 확인했다. 사건 발생 후 4일이 지나서야 용기내서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지만 결국 이 사건은 기소까지 이르지는 못했다. 경찰은 당시 이 사건을 기소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 “신고자가 모든 세부 사항을 기억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사건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뻔했던 건 2020년, 미국 전역에서 ‘미투(Me Too)운동’이 한창 벌어지고 있을 때였다. 이 여성은 헤그세스에게 소송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헤그세스는 당시 여성의 입을 막기 위해 돈을 지불했고, 그렇게 이 사건은 다시 묻히고 말았다. 정확한 액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헤그세스의 변호인 측은 합의금을 지불한 이유에 대해 “폭스뉴스에서 해고될까봐 두려서워”라고 밝혔다.
하지만 결국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헤그세스가 국방장관으로 지명되자 마침내 이 사건은 수면 위로 떠오르고 말았다. 다만 현재 헤그세스 측은 성폭행 혐의를 강력히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 오히려 자신이 여성으로부터 협박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헤그세스의 변호인은 당시 목격자들의 증언을 인용해 당시 헤그세스가 “눈에 띄게 술에 취한 상태”였으며, “오히려 신고자가 가해자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증거로 팔짱을 끼고 호텔 방으로 걸어가는 두 사람의 모습과 여성이 미소 짓는 모습이 담긴 CCTV 영상을 제시했다. 다시 말해 이 여성이 “성관계를 유도했다”는 것이다. 변호인은 “헤그세스는 완전히 무죄다. 그 여자는 그를 이용했을 뿐만 아니라 미투운동이 한창일 때 자신이 입만 열면 헤그세스가 ‘폭스뉴스’에서 즉시 해고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그를 갈취했다”라고 비난했다.
트럼프 캠페인의 스티븐 청 대변인 역시 “헤그세스는 모든 혐의를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우리는 그가 미국을 안전하고 위대하게 만드는 첫날에 직무를 시작할 수 있도록 국방부 장관으로 임명되기를 기대한다”라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성비위 파문에 휘말린 또 다른 인물은 법무장관으로 지명된 맷 게이츠 전 플로리다주 하원의원(42)이다. 하원의원 시절 17세 미성년자를 포함해 여러 여성에게 돈을 주고 성관계를 맺었다는 것이다. 성매매 혐의로 2년간 법무부 조사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법무장관으로 지명됐다는 사실에 경악한 사람들은 당장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그는 심지어 마약 파티에도 여성들을 대동하고 다녔으며, 이들 가운데 한 명은 “당시 파티에서 엑스터시 등이 널리 사용됐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에 돈을 지불한 후 바하마 여행에 동행하도록 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런 까닭에 공화당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졌고, 결국 게이츠는 지명된 지 8일 만에 전격 사퇴했다.
보건장관으로 지명된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70)를 둘러싼 논란 역시 끊이지 않고 있다. 그가 지금까지 내세운 건강과 관련된 다소 황당한 주장들을 보면 과연 어디까지가 진짜인지 의심이 든다. 이를테면 “식수의 화학 물질이 사람들을 트랜스젠더로 만든다”거나 “벌레가 내 뇌의 일부를 갉아먹었다” 혹은 “백신이 어린 아이들의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식의 주장이다.
수년 전부터 식수의 안전성에 깊은 관심을 보였던 케네디는 특히 내분비 교란 물질로 알려져 있는 아트라진의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을 촉구하고 있다. 식수에 들어 있는 이 화학 물질로 인해 아이들이 자신의 성정체성에 대해 혼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아이들, 특히 남자 아이들에게서 나타나는 많은 문제들은 상당 부분이 화학물질에 노출되어 발생한다. 그 가운데 일부는 종종 목격되고 있는 성정체감 장애, 성적 혼란과 관련이 있다”라고 주장했다.
케네디의 기괴한 주장 가운데 다른 하나는 그의 뇌 속에 있는 기생충이 뇌의 일부를 ‘갉아 먹었다’는 주장이다. 2010년 기억력 감퇴와 ‘브레인 포그(머리에 안개가 낀 듯 뿌옇고 멍한 느낌)’를 호소하면서 병원을 찾은 그는 처음에는 뇌종양이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추가적으로 뇌 스캔을 한 결과 또 다른 진단이 내려졌다. 즉, 머릿속에 있는 기생충이 뇌 속에서 죽어있는 상태라는 것이다. 이 기생충은 돼지 촌충 애벌레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갤버스턴에 있는 텍사스대 의과대학의 전염병 교수인 클린턴 화이트 박사는 “미세한 촌충 알은 이곳저곳으로 쉽게 옮겨간다”고 말하면서 “부화하면 그 유충이 혈류를 타고 이동해 모든 종류의 조직으로 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뇌의 일부를 ‘갉아 먹었다’는 주장은 정확한 표현이 아니라고 말한다. 기생충은 인체 조직을 직접적으로 섭취하는 게 아니라, 인체의 영양분을 자양분 삼아 생존하기 때문이다.
케네디의 근거 없는 주장 가운데 또 다른 하나는 백신이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다. 과거 어떤 백신도 ‘효과적’이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그는 특히 어린이용 백신이 자폐증 발병률을 높일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백신 접종을 강요하는 학교들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케네디는 다른 백신 접종 반대자들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기간 동안에도 주목을 받았다. 당시 마스크 착용자들을 가리켜 ‘노예처럼 산다’고 비난하거나, 코로나19가 ‘인종적으로 표적화된’ 생물학적 무기라거나, 가장 면역력이 있는 사람들은 유대인이나 중국계라는 등 논란의 여지가 있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 밖에도 HIV 바이러스가 에이즈의 원인이 아니라거나, 와이파이가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식의 모호한 주장을 했는가 하면, 항우울제가 미국에서 발생한 학교 총격 사건들의 원인일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이러한 사건에서 정신과 약물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라고 말하면서 “‘프로작’이 도입되기 전에는 미국에서 이런 사건은 거의 벌어지지 않았다”라고 의심했다.
의학 전문가들은 케네디의 이런 주장에 대해 반대하면서 만일 케네디가 보건장관직에 오를 경우 나타날 수 있는 영향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옥스퍼드 백신 그룹 책임자인 앤드류 폴라드 경은 “백신에 대한 가짜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증거를 왜곡하고 잘못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면서 “이로 인해 부모들이 자녀들의 예방 접종을 주저하게 만든다면 그 결과는 치명적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레이트 오먼드 스트리트 아동 병원의 소아과 전문의인 데이비드 엘리먼 박사 역시 “케네디가 임명되어 이와 같은 방식으로 행동한다면, 미국의 백신 접종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유사한 프로그램들에 대해서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UFC 챔피언 존 존스도 ‘쿵짝’…트럼프 댄스 열풍 조짐
트럼프 특유의 독특한 춤 동작이 미국 스포츠계에서 유행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사실 이 동작을 춤이라고 부르기는 어렵다. 춤이 아니라 그저 몸을 흔드는 동작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러나 확실한 건 묘하게 중독성이 있는 데다 누구나 흉내낼 수 있을 만큼 쉽다는 사실이다. 가령 팔을 구부정하게 접은 상태에서 주먹을 앞뒤로 뻗는 동시에 엉덩이를 살짝 흔들면 된다. 대부분의 음악에 어울리지 않으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거의 모든 음악에 어울리는 묘한 동작이다.
이 동작이 유행이 될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건 UFC 헤비급 챔피언인 존 존스 때문이다. 3라운드에서 스티페 미오치치를 KO로 이긴 후 링 위에서 이 동작을 흉내낸 존스는 현장에서 경기를 관람하고 있던 트럼프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웃어 보였다. 트럼프 역시 그 순간 함박미소를 지으며 기뻐했고, 존스의 이 퍼포먼스가 담긴 영상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퍼져 나갔다.
내셔널풋볼리그(NFL)에서도 최소 다섯 명의 선수들이 터치다운 후 세리머니 동작으로 이 춤을 흉내냈다. 이에 대해 국가대표 선수인 크리스티안 풀리시치는 “그냥 모두가 추는 춤일 뿐이다. 재미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그런가 하면 이 동작이 다분히 정치적이기 때문에 스포츠 규정을 위반한다는 주장에 대해 NFL 리그 측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스포츠맨십에 위배되는 세리머니 동작은 지나치게 길거나, 폭력적이거나, 성적인 행위를 암시하거나, 모욕감을 일으키는 경우 등이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