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 따라가는 인간 표현 위해 전라 불사…“노출 고민? 캐릭터 어떻게 나올지 기대감이 더 컸다”
11월 20일 개봉한 ‘히든페이스’는 욕망을 좇는 인간이 어디까지 다다를 수 있는지를 보여주면서 배우들의 과감한 노출을 담았다. 박지현을 비롯해 송승헌과 조여정이 주연을 맡아 밀실에서 벌어지는 위험한 관계를 그린다. 욕망과 관음의 코드를 전면에 내세운 영화는 전라 노출 연기에 대담하게 도전한 박지현의 활약으로 단숨에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최근 지상파 드라마의 주연으로도 활약하는 그는 감독을 향한 믿음으로 “계산을 하지 않고 임했다”고 밝혔다.
#‘히든페이스’는 어떤 영화
이야기 무대는 오케스트라다. 젊은 지휘자 성진(송승헌 분)은 오케스트라 단장의 딸이자 첼리스트인 수연(조여정 분)과 약혼한 사이. 수연은 성진이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는지 확인하고자 영상 편지만 남기고 돌연 자취를 감춘다. 수연이 숨은 곳은 집안 깊숙한 곳의 밀실. 하지만 실수로 밀실에 갇혀 빠져나오지 못하는 수연의 앞에서 약혼자 성진과 첼리스트 후배인 미주가 위태로운 육체적인 관계를 맺는다. 아무도 모르는 밀실에서 그 모습을 고스란히 지켜봐야 하는 수연과 밀실의 존재를 알고 있는 미주 사이에서 팽팽한 긴장감이 형성된다.
2011년 제작된 동명의 콜롬비아 영화가 원작인 ‘히든페이스’는 김대우 감독의 신작이다. 각본가이자 연출자로 줄기차게 금기의 욕망에 빠져드는 인간들의 관계에 주목한 감독은 시나리오를 쓴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를 시작으로 연출 데뷔작인 ‘음란서생’과 ‘방자전’, ‘인간중독’을 통해 세상의 시선을 피해 은밀한 욕망을 실현하는 이들의 이야기에 집중했다. 이번 ‘히든페이스’에서도 그 흐름은 계속된다.
영화를 상징하는 인물은 박지현이다. 소위 ‘금수저’인 수연의 자리를 대신해 첼리스트 자리를 원하는 그는 선배의 약혼자인 성진과 묘한 관계를 형성한다. 사라진 수연으로 인해 상실감에 시달리던 성진의 마음을 파고들어 깊숙한 곳에 자리한 욕망을 끄집어내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 과정에서 박지현은 송승헌과 맺는 육체적인 관계를 표현하며 전라의 노출도 불사했다. 미처 알지 못한 욕망을 어디까지 실현할 수 있는지 몸소 표현하는 과감한 도전이다.
#‘재벌집 막내아들’의 그 배우
박지현은 2022년 인기리에 방송한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의 성공으로 인기를 얻은 배우다. 최근 한국영화에서 대담한 노출 연기에 도전한 배우들이 대부분 얼굴이 낯선 신인 연기자였다는 점을 떠올리면 박지현의 ‘히든페이스’ 출연 결정은 뜻밖으로 다가온다. 배우에게 노출 연기는 그 자체로 화제의 중심에 서는 기회가 되지만, 오랫동안 노출과 연결된 시선에도 시달려야 하기 때문이다.
박지현은 ‘재벌집 막내아들’을 한창 촬영 중인 상태에서 김대우 감독을 만나 ‘히든페이스’ 제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몸담은 소속사와 감독이 오랜 기간 맺은 인연으로 첫 만남이 이뤄졌다. 김대우 감독은 박지현의 소속사(나무엑터스)의 배우들과 여러 차례 영화 작업을 해왔다. 2006년 연출한 ‘음란서생’의 주인공 김민정은 영화에 참여할 당시 지금 박지현이 몸담은 소속사의 배우였고, 2010년 영화 ‘방자전’의 주인공인 고 김주혁 역시 소속사가 같았다. 그렇게 형성된 신뢰로 ‘히든페이스’의 주인공 미주 역과 박지현이 만났다. 감독은 배우를 보는 탁월한 눈을 지닌 소속사 대표에 대한 신뢰와 실제 박지현을 만난 자리에서 느낀 ‘감’으로 그에게 미주 역을 맡겼다.
물론 박지현에게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연기와 무관한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스페인어를 전공한 그는 뒤늦게 연기에 관심을 두고 2018년 공포영화 ‘곤지암’의 주연으로 얼굴을 처음 알렸다. 이후 MBC 드라마 ‘신입사관 구혜령’, tvN ‘유미의 세포들’ 시리즈 등에 출연하다가 ‘재벌집 막내아들’을 통해 유명해 졌다. 송중기와 맞붙는 재벌가 며느리로 시청자를 사로잡은 덕분에 이후 SBS 드라마 ‘재벌X형사’,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은중과 상연’ 등의 주연으로 발탁돼 활약하고 있다.
성공적인 길을 걷는 도중에 노출 연기를 소화한 박지현의 행보는 그 자체로 파격이다. ‘재벌집 막내아들’을 촬영하는 도중 ‘히든페이스’ 출연을 결정하고, 드라마가 방송하기 전 영화 촬영을 소화한 박지현은 정작 “노출에 대한 고민은 크게 하지 않았다”고 했다. 시나리오를 보면서 자신이 그릴 캐릭터 미주가 어떻게 나올지 기대하는 마음이 더 컸다고도 했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가진 시사회와 여러 인터뷰에서 “미주의 욕망을 따라가는 게 재미있었다”며 “밀실에서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설정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만 평소 경험하지 못한 것들을 해낼 때 쾌감을 느끼는 스타일이라 흥미로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옆에서 박지현의 도전을 지켜본 조여정은 “대단하다”고 놀라워했다. 조여정 역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등을 통해 연기 도전을 거듭하는 배우로, 김대우 감독과는 ‘방자전’에서 처음 만나 대담한 노출 연기를 소화하기도 했다. 이번 ‘히든페이스’는 ‘인간중독’에 이어 김 감독과 맞추는 3번째 호흡이다. 조여정은 “(박지현의 나이에) 저는 그런 연기를 못했다”며 “영화에서 저와 박지현의 관계가 아주 긴밀한 사이여서 중요했는데, 제가 그의 매력에 빠져서 영화를 찍었다”고 만족을 표했다.
개봉 첫 주말에 접어든 ‘히든페이스’는 같은 날 개봉한 할리우드 대형 뮤지컬 영화 ‘위키드’와 스코어 경쟁을 벌이고 있다. 가족 단위 관객을 노리는 ‘위키드’가 더 많은 상영관을 확보해 박스오피스 순위는 1, 2위로 나뉘었지만 정작 관객의 선호도를 확인할 수 있는 좌석판매율에서는 ‘히든페이스’가 앞서고 있다. 개봉일인 20일에 이어 21일에도 ‘히든페이스’의 좌석판매율(15.1%)이 ‘위키드’(7.7%)를 두 배 차이로 앞질렀다. 극장가에 따르면 ‘히든페에스’는 4050세대 관객의 집중적인 선택을 받고 있다.
이호연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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