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환자에 1차적인 기초 진료 없이 수용 거부해 “비난 가능성 ↑”
11월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는 대구가톨릭대학병원을 운영하는 학교법인 선목학원이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낸 시정명령 등 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앞서 지난해 3월 대구에서 17세 A 양이 4층 건물에서 추락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급대에 따르면 당시 A 양은 간단한 대화가 가능할 정도로 의식이 있는 상태였다.
구급대는 대구파티마병원, 경북대병원, 계명대동산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등에 A 양을 이송했지만 "권역외상센터에 먼저 확인해 보라" "신경외과 의료진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수용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런 '응급실 뺑뺑이'가 이어지던 중 심정지가 발생한 A 양은 대구가톨릭대병원 응급의료센터로 옮겨져 처치를 받았지만 결국 숨졌다.
보건복지부는 조사 끝에 지난해 7월 병원들에 '정당한 사유 없는 환자 수용 거부'를 이유로 시정명령과 정부보조금 6개월 지급 중단 처분을 내렸다. 같은해 10월 이 처분이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을 낸 대구가톨릭대병원은 "당시 병원에 신경외과 전문의가 모두 부재 중이라는 점을 알려 다른 병원을 추천한 것일뿐 응급의료를 거부 또는 기피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응급의료를 요청한 자 또는 응급환자로 의심되는 자에 대해 기초적인 1차 진료조차 하지 않은 채 필요한 진료과목을 결정한 다음 수용을 거부한 것으로 응급의료의 거부 또는 기피의 행위에 해당한다"며 "응급실에 시설 및 인력의 여력이 있었음에도 응급환자 수용을 거듭 거절해 결국 환자가 사망에 이르는 중대한 결과까지 발생해 비난 가능성이 크다"며 병원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복지부의 보조금 6개월 중단이 재량권을 벗어났다'는 취지의 주장 역시 배척됐다. 재판부는 "시정명령 이행 기간 응급의료법에 따른 재정 지원을 중단하는 것일 뿐 병원 운영을 전면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아니어서 공익과 원고의 불이익 사이 불균형을 초래한다고 보이지도 않는다"고 설명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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