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재판만 3건 더 남아…민주, 당 차원 이재명 방어 전략 검토…현행법 위반 소지 ‘부메랑’ 될 수도
#한숨 돌린 이재명
11월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김동현 부장판사)는 위증교사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이재명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위증교사 정범으로 기소된 김진성 씨(고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수행비서)에게는 위증 일부가 인정돼 벌금 500만 원이 선고됐다. 앞서 이 대표는 2019년 2월 자신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에서 김진성 씨에게 거짓 증언을 요구한 위증교사 혐의로 2023년 10월 불구속 기소됐다.
이 대표는 2018년 경기도지사 후보자 토론회 때 이른바 ‘검사 사칭’ 사건에 대해 “억울하게 누명을 썼다”는 취지로 대답해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이에 이 대표는 김진성 씨에게 전화해 자신의 토론회 발언을 뒷받침할 수 있는 허위 증언을 해달라고 요청한 혐의를 받았다. 이 대표는 2002년 ‘분당 백궁 정자지구 파크뷰 용도변경 및 특혜분양 사건’을 취재하던 최철호 KBS PD와 짜고 김병량 전 성남시장에게 검사를 사칭한 혐의로 벌금 150만 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관련기사 ‘총선 전 선고 나올까’ 이재명 위증교사 재판 톺아보기).
재판부는 “2018년 12월 22일과 24일경의 각 통화 행위 및 변론요지서 교부 행위를 위증교사로 보기 어렵고, 피고인 이재명에게 교사의 고의가 있다고 볼 수도 없다”며 “피고인 김진성이 진술서를 작성하고 신 아무개 변호사와 통화·면담을 한 후에 이 사건 증언을 하게 되었다고 하여 이러한 사정만으로 피고인 이재명이 피고인 김진성에게 이 사건 증언과 관련하여 위증을 교사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이재명이 김진성과 통화할 당시 김진성이 증언할 것인지 여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증언할 것인지 여부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였다. 이재명이 각 증언이 거짓이라는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보기도 부족하다”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재명에게 김진성으로 하여금 위증하도록 결의하게 하려는 고의, 즉 교사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결했다.
이재명 대표는 1심 선고 공판 이후 기자들과 만나 “진실과 정의를 되찾아준 재판부에 감사드린다”며 “국민께서 겪는 어려움에 비하면 제 어려움은 참으로 미미하다. 국민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여당을 향해 “죽이는 정치보다 사람을 살리는 정치를 하자. 정치가 서로 죽이고 밟는 게 아니라, 공존하고 함께가는 정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이재명 로펌?
이재명 대표가 한숨 돌리긴 했으나 사법리스크는 여전히 산적해 있다. 11월 15일에는 공직선거법 1심 재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란 중형을 선고받았다. 이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될 경우, 이 대표는 의원직을 잃고 피선거권을 10년간 박탈당해 차기 대선에 출마하지 못한다. 또 민주당은 지난 대선 비용 434억 원을 모두 반환해야 한다. 법조계에선 무죄가 나오지 않는 이상 항소심과 대법원에서 당선무효형 기준인 벌금 100만 원 이하로 형량이 떨어질 가능성이 낮다고 점친다.
이 밖에도 이 대표는 △대장동·백현동·성남 FC 사건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경기도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 등으로 재판을 받는 중이다. 이 대표와 관련된 재판에서 이 대표 측근들 모두 1심과 항소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상황이다.
정가에서는 이재명 대표가 사법리스크에도 불구하고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트럼프의 길’을 따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1월 7일 친명계 좌장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만에 하나 유죄가 나오면 어떡하느냐’는 질문에 “이번에 미국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지 않았냐. (트럼프에게) 굉장히 많은 사법적인 문제가 있었지만, 미 연방대법원의 기본적 입장은 딱 한마디로 요약한다고 하면 ‘미국 국민들의 선택권을 그런 걸로 박탈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국민주권주의가 최우선 아니겠느냐”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민주당은 전방위적으로 전략을 쏟아내고 있다. 우선 장외집회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재판이 확정되기 전에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하고 조기 대선을 통해 집권하겠다는 시나리오를 짜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다만 민주당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수차례 장외집회를 열고 있으나 조기 대선을 이끌어낼 정도로 동력을 모으지 못하고 있다는 평이다.
‘이재명 사법리스크’ 방어를 위해 당 차원의 변호인단을 구성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11월 17일 김윤덕 민주당 사무총장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대표의 재판 결과에 대해 “유죄가 확정될 경우 보증금(선거 비용) 반환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이는 더 이상 이 대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당의 직접적인 문제”라며 “지금까지 변호사 선임 등 문제를 이 대표가 (혼자) 관리했다면, 이제는 당 차원에서 구체적으로 변호인단을 구성하거나 율사(변호사) 출신 의원들이 법률위와 함께 대책을 마련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물밑에서 지원하던 것과 달리 이재명 대표 방탄에 당과 의원들을 공식적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힌 셈이다. 민주당 정치검찰사건조작 특별대책단(대책단)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쌍방울 대북송금’ 1심 판결문에 3가지 문제점을 지적하며 이 대표의 대북송금 재판 논리를 구축한 바 있다. 이 대표 재판에 집중하기 위해 시민들의 피해 사례 수집 의견을 묵살하기도 했다(관련기사 [단독] 이재명 1명 구하기 올인? 민주당 정치검찰사건조작대책단 내부에선).
민주당 전략을 두고 현행법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정치자금법 위반 횡령과 배임죄 등에 저촉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선관위에 유권해석도 요청했다. 11월 19일 조응천 개혁신당 총괄특보단장도 채널A ‘정치시그널’에서 “민주당 전체를 이 대표를 방어하는 로펌으로 만들겠다는 걸 공식적으로 선언한 것”이라며 “당비의 절반 정도는 국고보조금인데 나라에서 준 돈을 가지고 개인의 변호에 쓰겠다고 하면 정치자금법에 문제가 된다”고 주장했다.
11월 21일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KBS라디오 ‘전격시사’에서 “이게 당의 문제니까 변호사비나 대응도 당이 해야 된다는 것은 민주당이 냉정함을 상실한 모습 중 하나”라며 “표현도 그렇고 행위도 그렇고 조금 더 침착하고 냉정하게 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법조계에선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이 늦어도 내년 중에 확정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 대표가 대선 출마 전에 낙마할 가능성이 높단 뜻이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전반적인 재판 지연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며 이른바 ‘6·3·3 규정’을 강조했다. 공직선거법 270조에는 선거범과 공범 재판 1심은 기소 뒤 6개월 이내, 항소심과 상고심은 각각 3개월 이내에 반드시 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지난 9월 법원행정처도 전국 법원에 “선거법 위반 사건의 재판 강행규정 기한을 지켜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이에 민주당이 면소(법 조항 폐지로 처벌할 수 없음) 판결을 노리고 법 개정에 착수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판사 출신인 박희승 민주당 의원은 공직선거법 개정안 2건을 11월 14∼15일 잇달아 발의했다. 14일 발의한 개정안에는 허위사실공표죄와 후보자비방죄 관련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을 담았다. 15일 발의된 개정안에는 선거권 및 피선거권 결격 사유, 당선무효의 기준이 되는 선거범죄 벌금형의 금액을 기존 100만 원에서 1000만 원으로 높이는 내용이 담겼다.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허위사실공표죄로 유죄 선고된 이 대표는 면소 판결을 받을 수 있다.
11월 20일 이재명 대표도 국회에서 열린 선거법 개정 토론회 축사에서 “현행 선거법은 선거운동을 지나치게 제약하기도 한다”며 “지나친 규제와 ‘이현령비현령’ 식의 법 적용은 정치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역기능도 갖고 있다. 선거법 개정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여권에선 즉각 반발했다. 11월 21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선거법 개정안 발의에 대해 “이재명 대표의 판결을 국회의 힘으로 바꿔보겠다는 발상”이라면서 민주당을 직격했다. 이날 장동혁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개정 논의만 있어도 법원에서 이를 유리한 양형으로 참작하는 경우가 있기에 어떤 경우에도 이 대표를 위한 꼼수법안”이라며 “명백한 입법권 남용이고 이 대표 본인이 이와 같은 발언하는 건 명백한 이해충돌”이라고 말했다.
비명계 한 의원은 “당에서 이견을 내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재명 대표가 위증교사 재판에서 유죄를 받았다고 해도 목소리를 내기 어려울 정도로 여야가 강대강 대치 중”이라며 “윤석열 정부가 야당에 투쟁 동기를 제공하긴 했지만, 이재명 대표 한 명만을 위해서 당이 전방위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온당한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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