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미레, 한국 이적 후 최단 100경기 무서운 상승세…최정, 5번째 우승 도전 ‘에이징 커브’ 우려 벗을까
스미레는 지난 11월 18일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8기 해성 여자기성전 준결승에서 김민서 4단을 상대로 278수 만에 흑으로 8집 반승을 거두며 결승에 선착했다. 한편 최정은 하루 뒤 열린 또 다른 준결승에서 김혜민 9단에게 불계승을 거두며 결승에 올라 대회 다섯 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이창호 기록도 넘어선 스미레
스미레와 김민서의 대국 중계를 맡은 송태곤 9단은 “스미레 3단은 실력도 대단하지만, 집중력이 무섭다”면서 “오늘 대국은 명국에 가까울 정도로 두 기사가 훌륭하게 경기를 펼쳤다. 마지막의 미묘한 상황에서 나온 김민서 4단의 착각을 스미레 3단이 적시에 낚아채며 승리를 가져갔다. 스미레의 탁월한 승부감각을 볼 수 있었던 바둑”이라고 극찬했다.
스미레의 상승세는 예사롭지 않다. 스미레는 10월 13일 한국 이적 후 100번째 공식 경기를 치렀는데, 이는 한국 이적 225일 만이다. 이틀에 한 번꼴로 대국을 치른 셈이다. 그동안 최단기간 100경기 출전 기록은 이창호 9단이 보유하고 있었으나, 스미레는 이 기록을 무려 376일이나 앞당겼다. 물론 이 9단의 데뷔 초기와 지금의 환경을 단순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수십 년간 이어져 온 기록을 깼다는 점에서 스미레의 천재성을 엿볼 수 있다.
최단기간 기록뿐 아니라 승률도 압도적이다. 스미레는 올해 75승 41패를 기록하며 한국 주요 여자 기사들의 성적을 뛰어넘는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여자 기사 상대 전적은 51승 15패로, 78%라는 경이로운 승률을 기록 중이다.
첫 결승 진출에 성공한 스미레는 “결승까지 오를 줄 몰랐다. 어려운 바둑을 이겨서 기쁘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어 결승에서 맞붙고 싶은 상대를 묻는 질문에는 “어렵겠지만, 최정 사범님과 3번기를 두고 싶다. 실력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에 결승을 잘 준비하겠다”고 답했다.
#서른 앞두고 집중력 떨어진 최정
2회부터 4회까지 3연패를 달성하고, 6회 대회까지 4회 우승을 기록한 최정은 올해도 김미리 5단, 정유진 4단, 김혜민 9단을 차례로 꺾으며 5회 우승에 도전한다.
최정은 공식전에서 스미레 3단을 세 차례 만나 모두 승리했다. 2022년, 스미레가 한국으로 이적하기 전 중국 을조리그에서 첫 승리를 기록했고, 2023년 센코컵 4강에서도 스미레를 제압했다. 올해는 7월 5일 열린 닥터지 여자최고기사결정전 준결승에서도 불계승을 거뒀다.
김혜민에게 승리한 후 최정은 “결승전 상대가 스미레 선수여서 재미있을 것 같다. 스미레 선수와 김민서 선수의 4강전을 봤다. 두 선수 모두 굉장히 어리지만, 확실히 성장하고 있음을 느꼈다. 스미레 선수 스타일은 과거의 저를 보는 느낌이었다. 바둑팬들께서도 이 점을 관전 포인트로 두고 보시면 즐거우실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최정의 분위기는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특히 서른(1996년생)을 앞두고 집중력이 떨어진 듯한 모습이 종종 보인다. 삼성화재배에서 중국의 강자 구쯔하오 9단을 꺾는 저력을 보여주었지만, 난설헌배에서는 허서현 5단에게 패했고, IBK기업은행배에서는 신예 이슬주 3단에게 일격을 맞았다.
가장 뼈아픈 점은 지난 6월 황룡사배 세계여자바둑대회에서 최악의 부진으로 6연패를 기록한 뒤 반등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최근 닥터지배 결승에서 김은지 9단을 2-1로 꺾으며 우승하긴 했지만, 과거의 압도적 위용은 잃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 평가다. 이런 시기에 스미레의 도전이 이어지며 팬들의 관심이 더욱 집중되고 있다.
바둑계 한 관계자는 “김은지는 이제 최정과 같은 반열에 올랐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김은지보다 두 살 어린 스미레는 어떨까. 스미레 역시 실력적으로 거의 같은 수준에 도달했다. 스미레는 김은지와 스미레 이전 최정과 함께 트로이카를 구성했던 오유진 9단, 김채영 9단에게 각각 3승 1패, 2승 무패로 압도적 성적을 거두고 있다”며 “이제는 최정, 김은지, 스미레를 3강으로 봐야 한다. 스미레가 이번 결승에서 승리한다고 해도 이변이 아닐 것이다. 스미레가 단 한 판이라도 승리한다면 그것 또한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에이징 커브(Aging Curve)는 선수가 나이 들며 기량이 감퇴하는 현상을 나타내는 표현이다. 선수들의 기량 변화를 그래프로 나타내면 곡선 모양을 그리게 된다고 해서 붙여진 용어다. 과연 최정이 스미레를 상대로 에이징 커브라는 꼬리표를 떼어낼지, 반대로 스미레가 첫 타이틀을 획득할 수 있을지 팬들의 관심은 다가오는 결승3번기로 집중되고 있다.
결승전은 12월 3일 시작된다. 해성 여자기성전의 제한시간은 각자 1시간에 40초 초읽기 3회로 진행되며, 우승 상금은 5000만 원, 준우승 상금은 2000만 원이다.
유경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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