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특활비·특경비 전액 삭감 강경 입장…대법원 예산 증액 놓고 이재명 대표와 연결 짓는 주장도
#검찰 특활비 전액 삭감
2023년 7월 검찰 특활비 사용 내역이 공개됐다. 독립언론 뉴스타파, 시민단체 세금도둑잡아라·함께하는 시민행동·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등이 4년 동안의 소송 끝에 받아낸 자료였다. 이에 따르면 검찰은 2017년 5월부터 2019년 9월까지 292억 원의 특활비를 사용했다. 이 중 136억 원은 검찰총장에게 지급됐고, 나머지 156억 원은 전국 검찰청과 검찰 간부들에게 분배된 것으로 분석됐다.
이 시기 검찰총장으로 있었던 윤석열 대통령 이름도 나온다. 특활비 내역을 보면 윤 대통령이 중앙지검장으로 재직하던 시절인 2017년 5월 22일부터 2019년 7월 24일까지 사용된 특활비는 38억 6300만 원이다. 하루 평균 약 480만 원을 사용한 셈이다. 전후임 중앙지검장보다 유독 많은 특활비가 집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총장 시절에는 임기 2개월 동안 16억 416만 원 등을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국정감사 우수 검사 격려금, 공기청정기 대여, 기념사진 촬영 등에 특활비가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이 특활비를 ‘쌈짓돈’처럼 사용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검찰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민주당은 특활비 등 부정사용 의혹을 받는 검찰 예산을 근본적으로 손질하겠다고 공언했다.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검찰의 특활비 예산 중 영수증이 첨부되지 않아 입증되지 않은 부분은 전액 삭감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11월 8일 법사위는 2025년도 검찰 특활비와 특경비를 전액 삭감하는 내용의 예산안을 야당 단독으로 의결했다. 예산안이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심사와 본회의 의결을 통과하면 특활비 80억 900만 원과 특경비 506억 원이 전액 삭감된다.
법사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재명 대표 수사에 대한 보복성 삭감이라며 반발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검찰청과 감사원의 특수활동비 특정업무경비에 대한 심사자료가 제출되지 않았다는 사유로 한 푼도 남기지 않고 전액 삭감한 것은 상식 밖의 조치”라고 비판했다. 주 의원은 “이재명 대표가 검사들을 탄핵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보복성으로 활동 예산을 다 깎아 버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왜 이재명 대표를 수사했다는 사유로 종전보다 더 심사자료를 더 많이 내야 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검찰은 특활비뿐 아니라 검사와 수사관에게 지급되는 특경비까지 전액 삭감되면 업무에 심각한 차질이 생길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특경비는 절반 이상이 검사와 수사관 계좌로 지급되고, 나머지도 영수증 처리를 하기 때문에 증빙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 검찰의 입장이다. 사전에 법사위 자료 제출 요구를 전달받지 않아 전국 검찰청 자료를 취합하지 못했을 뿐이라는 해명이다.
야권은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조국혁신당은 ‘이번만큼은 검찰 예산이 정치적 협상 카드로 사용되면 안 된다’고 못을 박았다. 민주당은 특활비 전액 삭감을 주도한 장경태 의원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보임했다. 예결위원장도 박정 민주당 의원이다. 검찰이 증빙 자료를 모두 제출하지 않으면 특활비와 특경비 전액 삭감은 강행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검찰 예산안은 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로 넘어간 상황이다. 특활비와 특경비는 심의 보류됐고, 양당 간사 협의로 넘어갔다. 예산소위 위원들이 결정을 내리지 못해 보류된 예산안은 ‘소소위’에서 다뤄진다. 소소위에서는 여야 간사인 허영 민주당 의원과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 예결위원장 박정 민주당 의원 3명이 참여한다. 소소위는 법적 근거가 없는 비공식 논의 창구다. 속기록도 남지 않는다. ‘밀실 협상’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이 밀실 협상에서 특활비와 특경비를 일부만 삭감하는 합의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앞서 21대 국회 때도 민주당은 전액 삭감을 예고했다. 그러나 여야 협상 끝에 10% 삭감에 그쳤다. 다만 27일 현재까진 여야 협상은 진행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예결위 소속 한 국민의힘 의원은 합의 가능성에 대해 “아직 알 수 없다. 여야 간 (대립이) 첨예하다”고 전했다.
#민주당과 법원, 묘한 기류
검찰 특활비와 특경비를 전액 삭감하는 예산안이 통과되던 11월 8일 대법원 예산은 246억 원을 증액됐다. 법관의 초과 근무 수당, 국선변호인 증원이 예산 증액의 주요 내용이다.
위증교사 1심 판결을 앞둔 11월 22일에는 이재명 대표가 사법부에 대한 압박을 자제하라는 메시지를 냈다. 이 대표는 사법부를 믿는다고 했다. 개별 판결이 아닌 사법부 전체를 비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11월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김동현 부장판사)는 이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 대표는 1심 선고 공판 이후 기자들과 만나 “진실과 정의를 되찾아준 재판부에 감사드린다”며 “국민께서 겪는 어려움에 비하면 제 어려움은 참으로 미미하다. 국민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관련기사 넘어야 할 산 첩첩…‘위증교사 무죄’ 이재명 웃지 못하는 이유).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보수 진영에서는 이재명 대표 재판을 염두에 둔 민주당의 전략 아니냐는 의구심이 고개를 들었다. 조선일보는 11월 11일 사설에서 “오는 15·25일 이 대표 사건의 판결을 내릴 법원을 예산 증액으로 회유하려는 모양새”라고 적었다. 김연주 국민의힘 대변인은 ‘사법부 압박 자제령’에 대해 “갑자기 이 시점에만 사법부를 존경하는 마음이 샘솟는 것인지 알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 대표가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상법개정안에 대한 대법원의 입장변화도 미묘하다는 분석이다. 11월 11일 머니투데이는 대법원이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와 총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에 대해 ‘신중 검토’에서 ‘입법 취지에 공감한다’는 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고 전했다.
상법 개정안은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이 추진하는 중점 법안 중 하나다. 이를 두고 대법원과 민주당 사이에 우호적인 기류가 형성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대법원은 21대 국회와 22대 국회의 달라진 여건에 맞춰 사법부 입장도 변화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러한 해석이 무리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우선 국선변호인 지원 확대는 여야가 공감대를 형성한 사안이다. 사법부를 비롯한 법조계에서도 증액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2008년 이후 16년 동안 물가상승률이 반영되지 않는 보수가 지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 법원 내 청소노동자 휴게시설 개선을 위한 예산과 대법원 기금에서 나가는 노인에 대한 사법지원 강화 예산이 각각 5억 원과 20억 원이 늘었다. 법관 처우와 직접 관련된 예산은 ‘장단기 해외연수’ 항목이다. 이 예산은 3억 원 증액됐다.
이러한 점을 들어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11월 13일 페이스북에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판결을 앞두고 법원을 회유하기 위해 대법원 예산을 증액했다는 허위보도를 했다”고 반박했다.
국민의힘에서는 민주당이 ‘의미 없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이 사법부를 회유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이 의원은 “사법부의 역량과 양심의 문제다. 법원이 (예산안 같은 것 때문에) 더 우호적인 판결을 내릴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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