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시장·조 의원 의혹 화르르, 당사자들 적극 부인…검찰, 강원지사·포항시장 공천도 들여다볼 예정
#오세훈, 여론조사 정말 몰랐을까
11월 25일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은 오세훈 서울시장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오 시장은 2021년 ‘오세훈-안철수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를 추진할 때 오 시장 후원자로 알려진 사업가 김 아무개 씨를 통해 미래한국연구소 쪽에 5차례에 걸쳐 3300만 원을 건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명태균 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여론조사업체 미래한국연구소는 서울시장 보궐선거 기간 미공표 여론조사를 13차례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 비용을 오 시장 후원자인 김 씨가 대납했다는 것이다.
강혜경 씨 측은 사업가 김 씨가 2021년 2월 1일부터 3월 26일까지 5회에 걸쳐 3300만 원을 미래한국연구소 부소장으로 일했던 강 씨에게 송금한 내역을 공개했다. 강 씨 측은 오세훈 시장을 위한 미공표 여론조사를 대가로 김 씨가 돈을 건넸다고 주장했다.
김 씨 역시 오 시장을 위해 여론조사를 한다는 명태균 씨 말에 3300만 원을 건넨 사실을 인정한 상황이다. 또 비공표 여론조사를 김종인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직접 보고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다만 김 씨는 오 시장 캠프와 어떤 상의도 없이 개인적으로 한 일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김 씨가 강혜경 씨를 회유하려는 정황이 포착돼 논란이 예상된다. 11월 26일 뉴스타파 보도에 따르면 9월 10일 김 씨는 강 씨와의 통화에서 “강 실장 말고는 (증거가) 다른 데서 샐 만한 사람은 없어요. 그런 정황 증거를 갖고 있는 사람은 강 실장뿐이잖아. 그럼 강 실장만 덮으면 되네”라며 “명태균을 죽여야지. 우리가 국민의힘까지 죽일 순 없잖아”라고 말했다. 이어 김 씨는 ‘명태균에게 10억 원이나 20억 원을 건네고 사건을 덮자’는 취지로 이야기했다.
김 씨는 ‘명태균 게이트’ 서막을 알린 뉴스토마토 보도가 나간 지 5일 만에 강 씨에게 전화해 회유를 시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보도는 김건희 여사가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에게 지역구를 옮겨 출마하라는 등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골자로 한다. 김 씨는 오 시장 관련 의혹이 제기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명 씨 입을 막으려고 했던 셈이다. 명 씨가 수사를 받게 될 경우 오 시장에게도 불똥이 튈 것이란 걸 예상한 것으로 보인다.
김 씨 우려는 곧 현실이 됐다. 10월 13일 명태균 씨는 SNS에 “2021년 초 수십 개의 여론조사가 쏟아져 나왔다. 오세훈 시장이 안철수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박영선 전 장관을 이기는 여론조사는 단 한 번도 공표된 적이 없다”며 “그런데 안철수와의 단일화 여론조사는 어떻게 이겼을까”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명 씨는 당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요청을 받아 전략을 짰고, 그 덕에 오 시장이 단일화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명 씨는 “2021년 국민의힘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후보 경선 다음 날인 2021년 3월 5일 당시 김종인 위원장을 만났다. 김 위원장이 ‘국민의힘 후보가 서울시장이 돼야 한다’ ‘안철수 의원을 꼭 이겨달라’고 미션을 줬다”며 “거기에 맞춰 판을 짰다. 김 위원장에게 △오 시장과 안 의원을 3월 7일까지 접촉 못 하게 하기 △협상팀에 성일종 의원 추천 △협상 조건에 유선전화 20% 무선전화 80% 제시 등을 부탁했다”고 주장했다.
명 씨 법률대리인이었던 김소연 변호사는 11월 25일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명 씨는) 오세훈 시장이 제일 양아치라고 하면서 굉장히 분개했다. 처음 만난 날부터 되게 심하게 분개했다”며 “그 이유는 김 씨 통해서 돈 봉투 보내면서 먹고 떨어져라는 식으로 이렇게 고생한 자기들을 그렇게 굉장히 안 좋은 취급을 했다고 하면서 화를 낸 적이 있다”고 말했다.
11월 27일 김종인 전 위원장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사실은 전혀 기억을 못 하고 있었는데 최근에 와서 하도 그런 얘기가 돌아서 과거에 있었던 우리 비서 아가씨한테 물어봤더니 그런 여론조사를 한 거를 자기가 출력을 해서 내 책상 위에 놨다고 그렇게 얘기를 했다”며 “그때 나는 그래서 그런 것이 있었나 보다 하고 생각을 한 건데, 여론조사 자체라고 하는 것이 선거에 별로 그렇게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오세훈 후원자로 알려진) 김 씨가 오세훈이를 위해서 여론조사를 의뢰를 했다고 하는데 그 사람도 여론조사에 대한 너무 광신을 해서 그런 건지 모르지만 사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보궐선거에 출마해서 당선이 될 수 있는 건 뭐냐 하면 당의 공식적인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서 다 그걸 관리를 했다. 선관위 행위에 대해서도 일체 내가 관여를 한 적이 없다. 선관위에서 관리를 해서 나경원하고 오세훈하고 경쟁을 하다가 오세훈이가 당선이 된 거다. 그다음에 오세훈이가 당에서 후보로 정해진 다음에 안철수하고 단일화하는 것은 양쪽 당의 대표가 나와서 자기네들끼리 협의해서 여론조사를 하는 방법을 정해서 했지, 거기에 명태균의 여론조사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해명했다.
오세훈 시장은 후원자 김 씨가 여론조사 비용을 대납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면 반박했다. 11월 26일 오 시장은 시청에서 열린 소상공인 지원 사업 기자설명회에서 명태균 씨 관련 질문에 대해 “명 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하거나 결과를 받아본 적이 없다”며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캠프를 총괄지휘하던 강철원 전 정무부시장과 명태균이 여론조사 방식에 대한 이견 때문에 심하게 다툰 뒤 다시 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13번의 여론조사를 누구에게 넘겼는지 밝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 시장은 김 씨에 대해선 “수많은 후원자 중 한 분”이라며 “저와 인연을 맺어서 이득을 염두에 두고 후원하는 분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씨가 명 씨 쪽에 돈을 건넨 이유를 “그렇게 하는 것이 제게 도움이 됐을 거라는 생각에 했을 거라고 짐작한다”고 말했다.
11월 25일 강혜경 씨는 검찰의 소환조사에 출석하는 길에 기자들을 만나 “오세훈 측에서 (여론조사와 관련해) 다 알고 있을 텐데 자꾸 모르겠다고 꼬리자르기 하니깐 화가 난다”며 “오세훈 측에 (여론조사 결과가) 정확히 갔다고 생각한다. 이게 한두 번이면 그냥 우리가 보고 참고용으로 할 건데 13번의 자체 조사가 있었고 공표 조사까지 포함을 하면 더 많은데 우리끼리 보려고 그렇게 많이 하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김영선 이어 조은희도 공천 개입 논란
명태균 씨가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의 2022년 3월 서울 서초갑 보궐선거 당내 경선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명 씨는 김영선 전 의원과 공천을 대가로 정치자금을 주고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구속된 상황이다. 11월 24일 민주당이 공개한 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2022년 2월 8일 명 씨는 강혜경 씨에게 “(경선에서 조은희 후보가) 과반이 안 넘을 테니 결선투표에 갈 것”이라며 “설문지 내용을 수정해야 한다. 조은희-이혜훈 1:1 결선 문항을 추가하라. 나중에 문제없겠나”라고 말했다.
이에 강 씨는 책임당원 명부 출처와 비용 입금 증빙 문제 등을 우려했다. 그러자 명 씨는 책임당원 명부 출처는 후보자라며 “(비용 증빙은) 나중에 만들면 되잖아. 후보한테 쓰라고 하면 되지. 조은희인데”라고 했다. 같은 날 명 씨는 강 씨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당에서 전화가 와서 ‘여론조사를 돌리냐’(고 했다). 나중에 문제가 된다고 전화 왔다”라 “오늘 것만 정리하면 된다”고 했다.
민주당은 “명 씨가 2022년 2월 경선 때 ‘조은희를 위한 조사’를 맡은 정황”이라며 “조 의원이 명 씨에게 당원명부를 불법 유출해 불법 조사를 의뢰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 같은 의혹은 2021년 대선 경선 때와 같다”고 주장했다. 명 씨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지난 대선 당시 불법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했고, 그 대가로 김영선 전 의원이 2022년 6월 경남 창원의창 재보궐 선거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지난 대선 당시 57만 명의 당원 명부가 명 씨에게 유출된 것과 관련해 국민의힘은 당무감사에 착수한 상황이다.
11월 24일 조은희 의원은 SNS에 “한마디로 허무맹랑한 소설”이라며“2022년 2월 8일 명태균 씨가 전화를 해 ‘ARS 조사를 돌려서 추세를 알아보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했다. 이에 ‘내일모레 경선인데 지금 추세를 알아보는 것이 무슨 의미냐’며 거절했다. 8일 조사하면 다음 날 결과가 나올 텐데 경선은 10일 치러지기 때문에 조사의 실익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공은 명 씨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로 넘어가게 됐다. 11월 27일 검찰은 명 씨로부터 촉발된 ‘공천 개입’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당사 압수수색에 나섰다. 검찰은 김영선 전 의원의 2022년 창원의창 재보궐 선거 공천, 2024년 22대 총선 김영선 전 국민의힘 공천 관련 자료 등을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뿐 아니라 언론을 통해 의혹 제기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강원도지사, 포항시장 등 공천 심사 자료도 살펴볼 예정이다. 여기에 더해 오세훈 서울시장과 조은희 의원 공천 개입 의혹까지 수사를 확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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