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산수로 제품 라인업 확대 전망…수요처 증가 가능성 있지만 증산은 쉽지 않다는 지적
#합병 앞둔 시점, 탄산수 라인 확대
한진이 11월 14일 ‘제주퓨어워터 스파클링플러스’ 상표권을 신규 출원했다. 상품분류는 32류로, 32류는 과일향 탄산음료·청량음료·탄산광천수·탄산수 등으로 지정상품에는 모두 ‘제주도에서 채취/생산한 깨끗한 물을 원재료로 하여 제조한 상품에 한한다’는 단서가 붙어 있다.
‘제주퓨어워터’는 한진그룹 계열사인 한국공항이 생산해 납품하는 생수로 대한항공과 진에어의 기내에서 제공된다. 시중에서는 대한항공 이스카이숍을 통해 판매되고 있다. 계열회사 간 주요 상품·용역거래 내역에 따르면 한국공항이 올해 상반기 대한항공과 진에어에 생수를 납품해 얻은 매출은 각각 50억 3300만 원, 4억 400만 원으로 파악된다. 한 해 계열사에 납품해 올리는 먹는샘물 매출만 약 100억 원에 육박하는 셈이다.
1984년 제주퓨어워터 출시 이후 40여 년간 한진이 관련 상표권을 출원한 것은 2008년·2014년 단 두 차례다. 당시 지정상품은 무탄산수·생수·식탁용 미네랄워터·음료용 샘물 등으로 이번 상표권 출원을 기해 한국공항이 탄산수 라인을 늘리려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공항의 먹는샘물 수요처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현재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의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심사 최종 승인이 임박한 상황이다.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마무리되면 아시아나 기내식 생수 공급 업체인 하이트진로가 납품하는 생수 매출을 한국공항이 가져올 수도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인 에어부산·에어서울 역시 잠재적인 수요처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사업 볼륨이 커지는 만큼 그에 따라 기내식 관련 사업을 확장하려고 준비 중일 수 있다”라며 “아시아나항공뿐만 아니라 저비용항공사(LCC)까지 합병해 메가 캐리어가 된다면 기내식 사업에서도 규모의 경제를 통해 서비스 품질 제고와 고객 선택권 확대를 함께 도모하기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진 관계자는 “당장 제품군을 확대하겠다는 것은 아니고 해당 사업부에서 준비·검토 단계에서 요청이 들어와 당사가 상표권 출원을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생산 라인 확대 어려운 이유
제주산 먹는샘물은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에서 제조하는 ‘삼다수’와 한국공항에서 생산하는 제주퓨어워터밖에 없다. 제주도의 경우 도민들이 마시는 물과 수돗물을 대부분 지하수로 공급하기 때문에 2002년 개정된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지하수를 공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한국공항은 제주특별법이 제정되기 전에 먹는샘물 생산 허가를 받았기 때문에 민간기업 중 유일하게 생수의 개발에 대한 허가권한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공항은 대한항공 기내용 생수 공급을 목적으로 지난 1984년 제주도로부터 지하수 개발·이용 허가를 받은 바 있다. 1993년부터 2년마다 제주도의회에서 유효기간 연장 허가를 받아 이용 기간을 늘리고 있으며 1996년부터 인가받은 허가량은 100톤(t)이다. 한국공항의 지하수 개발·이용 허가 기간은 지난해 연장 허가를 받은 이후 2025년 11월 24일까지 만 1년 남짓 남은 상태다.
문제는 연장 허가와 관련한 논란이다. 1991년 제정된 제주도개발특별법을 2000년 1월 개정하면서 지방공기업의 먹는샘물 개발·이용 외에는 허가하지 않는다는 도지사의 의무사항이 신설된다. 그런데 이때 신설조항에 대한 단서조항 혹은 부칙으로 사기업인 한국공항의 먹는샘물 제조·판매를 위한 지하수 개발·이용에 관한 허가 혹은 연장허가와 관련된 내용이 없었다는 점이 뒤늦게 알려진 것이다.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특별법이 제정되면서 비로소 ‘이 법 시행 당시 종전 규정에 의해 지하수 개발 및 이용허가 등을 받은 자’에 대한 경과조치를 부칙으로 두면서 연장허가와 관련된 근거가 마련됐다. 그러나 이미 종전의 법률에 따르면 한국공항은 지하수 개발 및 이용 자격을 잃은 상태이기 때문에 경과조치의 적용을 받을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제주도가 2017년 한국공항 먹는샘물 지하수 개발 연장허가와 관련해 자문변호사, 법제관실 등 5명의 법률 전문가로부터 자문을 받았으나 전문가들도 의견이 엇갈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도가 법제처에 유권해석을 의뢰했으나 권한 밖의 일이라는 이유로 답변을 받지 못했다.
제주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이 문제는 법원의 판단을 받아보는 게 가장 공정하지만 그러려면 제주도가 우선 연장 허가를 불허하고 한국공항이 행정 소송을 내는 수순이 뒤따라야 하기 때문에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라며 “지금도 연장 허가의 적법성 여부와 관련해 불씨는 남아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한국공항이 제주퓨어워터의 생산 라인을 확대하고 싶어도 취수할 수 있는 양에 제한이 있어 증산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진이 한국공항의 지하수 취수량을 증산할 수 있도록 거듭 요청한 적 있으나 제주도의 유권해석 의뢰를 받은 법제처가 2017년 증산 신청은 기존 허가범위를 벗어나는 내용이라는 해석을 내놓으며 일단락된 바 있다.
제주도민사회에는 공공 자원인 지하수를 개발해 이윤을 창출하고 있는 한국공항의 이익 환원이 부족하다는 불만도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공항이 2020~2022년 3년간 납부한 지하수 원수대금 및 수질개선부담금은 약 7억 원으로 한국공항이 이 기간 생수와 축산물을 합한 제품판매 부문에서 약 500억 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린 것에 비하면 너무 적은 비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의 제주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삼다수의 취수와 증산에도 도민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하물며 사기업의 이윤창출활동에는 어떻겠나”라며 “다만 신선도가 중요한 겨울철 채소류 등을 항공편을 이용해 출하해야 하는 만큼 도민사회가 대한항공 화물운송 부문에 의존하는 바가 커서 연장허가는 계속 내주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국공항 관계자는 “당사는 11월에도 제주 지역 취약계층을 위해 5000만 원의 후원금을 기탁했으며 최근 친환경 장비 도입과 사회복지시설 지원, 환경정화 활동 등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며 “2022년부터 제주도 장애인 운동선수들을 정기 채용해 지역사회 상생에 앞장서고 있고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 10월 한국ESG기준원(KCGS)의 ‘2024년 ESG평가’에서 국내 지상조업사 최초로 A등급을 획득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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