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V는 1998년 1월에 노키아가 최초 자금 30%를 출자하며 설립된 미국계 사모투자회사다. 유한회사 형태로 운영되며 주요 파트너들이 운용사에 직접 출자하고 투자금을 모아 펀드를 운용한다. 초기엔 지역 구분 없이 미국과 유럽, 중국, 한국 등에서 회사를 골라 투자했다. 이후 미국과 아시아 펀드로 운용펀드를 나눠서 투자해오고 있다. 윤 대표는 BRV의 글로벌 파트너로 아시아투자총괄을 맡고 있다.
윤 대표 사정을 비교적 잘 아는 소식통에 따르면 윤 대표가 구입한 차량은 영국의 고급 스포츠카 브랜드인 애스턴마틴이다. 애스턴마틴 모델명은 확인되지 않았으나 2억~3억 원대에 판매되고 있다. 영화 007 시리즈의 주인공 제임스 본드의 차로도 잘 알려져 있다. 해당 차량의 명의자는 BRV코리아 직원 A 씨로 윤 대표의 국내 업무를 보조하는 사람이다. A 씨는 특히 윤 대표의 국내외 체류 일수와 미팅 일정 등을 관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표는 A 씨와 다수의 해외 일정도 함께했다. 일요신문이 윤 대표의 2017년 해외 체류 기록을 입수해 확인한 결과, 윤 대표는 짧게는 이틀 길게는 보름 정도 해외에 체류했다. 가족이나 A 씨와 상당 기간 동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윤 대표의 미국 일정엔 A 씨와만 동행한 기록이 있다.
체류 목적은 여행이나 사업상 출장으로 일시적인 출국이 대부분이었다. 이런 이유로 업계 일각에선 "A 씨 명의로 구입한 스포츠카가 사실상 A 씨에게 준 선물이 아니냐"는 말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윤 대표와 A 씨가 해외 일정에 동행하곤 했다는 것은 이미 업계에서도 잘 알려진 사실”이라고 말했다.
법정 공방 핵심 쟁점은 윤 대표 거주지와 BRV 국내 사업장 등에 대한 윤 대표의 실질적인 지배력 인정 여부다. 조세조약에 따르면 국내 비거주자의 경우 고정 사업장이 있으면 원천지국에서 사업소득을 과세하고, 고정 사업장이 없으면 과세하지 않는다. 구글이 한국에 고정 사업장이 없다는 이유로 국내 매출에 비해 턱없이 적은 법인세를 내고 있는 것이 그 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BRV는 한국을 중심으로 아시아 시장에 투자하는 ‘BRV로터스’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BRV로터스는 2012년 홍콩과 세이셸공화국에 특수목적법인(SPC)을 각각 설립했다. 이후 BRV로터스는 이 두 SPC를 통해 한국 주식에 투자했고 수익을 냈다. 국세청은 'BRV→BRV로터스→SPC→국내 투자'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BRV코리아가 거점으로 이용됐다고 보고 있다.
국세청은 BRV코리아가 윤 대표가 이끄는 BRV로터스의 국내 사업에 실질적인 고정 사업장 역할을 했다는 입장이다. 현행 세법상 고정 사업장이 인정되려면 지리적으로 연결된 사업 장소가 존재하고, 그 장소가 일정 기간 유지돼야 하며, 해당 장소에서 사업이 수행돼야 한다.
국세청은 BRV코리아의 경우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상당 기간 소재해 있었고, 이곳에서 실제 투자자문 계약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고정 사업장으로 인정된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BRV코리아 사무실이 소재한 강남 언주로 빌딩 소유주가 윤 대표의 부인 구연경 대표와 장모 김영식 씨라는 점 △BRV코리아가 BRV로터스의 해외 SPC 명의 통장과 인감도장을 금고에 보관하고 있는 점 △해외 SPC 국내 계좌 주소지가 BRV코리아 주소지와 일치하는 점 등을 과세 근거로 내세운다.
이에 반해 BRV는 "윤 대표는 BRV코리아 대표가 아니고 실질적으로 지배하지도 않는다"고 주장한다. BRV 측은 “국세청 주장대로 투자 펀드의 고정 사업장을 인정한 판례를 전 세계적으로 찾기 힘들다”며 “BRV로터스와 BRV코리아는 서로 전혀 다른 법인으로 역할도 상이한 만큼 이를 하나로 본 국세청 판단을 납득하기 힘들다”고 반박했다. BRV코리아의 법인등기부상 대표는 이 아무개 씨다.
다만 윤 대표 측의 이 같은 논리라면 윤 대표와 A 씨 관계에 의문이 제기된다. BRV와 전혀 다른 법인 직원에게 업무 보조를 맡기고 해외 출장에 동행한 것도 모자라 그 직원 명의로 고급 스포츠카를 산 것이 되기 때문이다. 일요신문은 이와 관련해 윤 대표의 법률대리인 5명에게 두 차례씩 10번 연락을 취했으나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 했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
김지영 기자 young@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