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 지라시’ 해명했지만 불안감 여전…신 부사장 그룹 미래와 승계 위해 경영 능력 입증해야
롯데그룹의 반전 카드로 추진 중인 신사업을 이끄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인 ‘오너 3세’ 신유열 전무의 역할이 중요해 보인다. 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성장한 롯데바이오로직스를 빼고는 눈에 띄는 성과가 보이지 않아 그의 경영 능력에는 아직 물음표가 붙는다.
지난 18일 증권가와 온라인 정보지 등에 ‘롯데 제2의 대우그룹으로 공중분해 위기’라는 글이 나돌았다. 롯데가 유동성 문제로 12월 모라토리엄(채무불이행)을 선언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 글에 따르면 롯데그룹의 불어난 차입금, 롯데그룹이 투자한 기업들의 실적 부진, 롯데건설 미분양 등이 이유다.
롯데그룹은 “지난달 기준 총자산은 139조 원, 보유 주식 가치는 37조 5000억 원에 달한다. 그룹 전체 부동산 가치는 지난달 평가 기준 56조 원이며 즉시 활용 가능한 예금도 15조 4000억 원을 보유하는 등 안정적 유동성을 유지하고 있다”며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그룹 전반에 걸쳐 자산 효율화 작업 및 수익성 중심 경영을 진행할 것”이라며 주식시장에 나도는 불안감을 지우기에 나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안감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여러 지표가 긍정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롯데지주는 최근 3년 동안 연결기준 부채가 2021년 10조 2925억 원에서 2022년 12조 4091억 원, 지난해 13조 4875억 원으로 불어났다. 부채비율은 106%에서 139%까지 올랐다.
롯데지주 부채 중에서도 유동부채가 증가했다. 롯데지주의 연결기준 유동부채는 2021년 4조 5670억 원에서 올해 3분기 기준 7조 1643억 원으로 치솟았다. 반면 유동자산은 2021년 4조 7724억 원에서 올해 3분기 기준 5조 3390억 원으로 소폭 상승에 그쳤다. 통상 유동부채가 유동자산보다 많으면 유동성에 문제가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롯데지주는 2021년에는 유동자산만으로 유동부채를 감당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지표상 불가능한 셈이다.
영업활동으로 부채를 상환하기에는 롯데그룹의 실적이 시원하지 않다. 올해 3분기 기준 롯데지주의 누적 매출은 11조 988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6% 상승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약 14% 감소(4792억 원→4134억 원)했으며, 당기순이익은 손실(2715억 원→-1871억 원)로 전환했다.
투자 기업들의 실적 및 기업 가치도 온전치 못하다. 롯데쇼핑은 롯데하이마트와 함께 국내 인테리어 기업 한샘에 2995억 원을 투자했지만, 한샘의 부진한 실적 탓에 인수 가격(22만 1000원) 대비 주가가 4분의 1 수준으로 떨어져 있다. 한샘도 유동성 확보를 위해 본사를 매각해야 했다. 롯데쇼핑은 300억 원을 투자한 중고 거래 플랫폼 중고나라의 실적 부진으로 경영권을 인수할 수 있는 콜옵션(주식매도청구권) 행사 기한을 1년 연장했다. 2022년 3134억 원에 미니스톱을 인수한 코리아세븐은 이후 영업손실이 2022년 48억 9000만 원, 2023년 551억 원,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528억 원으로 적자 폭이 늘고 있다. 코리아세븐은 현재 저수익 점포를 대상으로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롯데그룹은 채무 상환에 회사채나 기업어음증권 등을 발행해 빚을 갚고 있다. 롯데지주는 올해에만 약 4100억 원의 회사채 및 기업어음증권을 발행해 만기가 도래하는 채무 상환에 사용했다. 이 과정에서 그룹의 이자비용까지 늘고 있다. 2021년 1164억 원 수준이었던 롯데지주의 연결기준 이자비용은 2023년 이자비용은 3361억 원으로 증가했다. 올해 3분기 기준 누적 이자비용은 3047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이자비용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이나 사업 매각도 검토되고 있다. 롯데쇼핑은 올해도 매출 하위권 점포들의 매각을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에는 호텔롯데도 지방 호텔을 비롯해 수도권 호텔 매각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칠성음료의 서울 서초동 물류창고도 최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비공개 일정으로 해당 부지 현장 점검에 나서면서 잠재적 매각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계열사 중에서는 롯데렌탈과 롯데캐피탈이 매각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롯데그룹은 ‘신성장 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2022년부터 4가지 신성장 테마 △바이오앤웰니스 △모빌리티(이동 수단·전기차 충전 인프라 사업) △지속가능성 △뉴라이프 플랫폼(메타버스) 등을 밝히고 앞으로 5년 동안 37조 원을 투자해 새로운 롯데를 완성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신사업은 신동빈 회장의 아들 신유열 부사장이 맡고 있다. 롯데지주는 지난해 정기 임원 인사에서 신사업 관리 및 성장동력을 발굴할 미래성장실을 신설했는데, 신유열 부사장을 당시 전무 승진과 동시에 실장으로 임명했다. 신 부사장은 28일 정기 임원 인사를 통해 전무 승진 1년 만에 롯데지주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신유열 부사장은 그룹의 미래와 승계를 위해 경영 능력을 입증해야 한다. 현재까지 신유열 부사장이 보여준 성과는 미미하다. 바이오앤웰니스 영역인 롯데헬스케어는 지난해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 플랫폼 ‘캐즐’을 내놨지만 12월 서비스를 종료한다. 첫해 매출은 약 8억 원에 불과했다. 롯데헬스케어에 12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던 롯데지주는 지난 25일 투자금 200억 원 삭감을 결정했다.
순항하던 모빌리티 사업도 삐걱거리고 있다. 렌터카 업계 1위 롯데렌탈은 그룹의 매각 검토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롯데렌탈은 롯데그룹의 UAM(도심항공교통) 컨소시엄으로 인프라 구축 및 운영에 참여할 예정이었지만 매각 시 컨소시엄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전기차 충전기 사업에 뉴라이프 플랫폼까지 담당하는 ‘롯데이노베이트’도 전기차 캐즘 장기화와 메타버스 관련 자회사인 칼리버스의 실적 부진으로 올해 역성장했다.
바이오의약품 CDMO(위탁개발생산)가 주 사업 영역인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순항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2030년까지 롯데바이오로직스에 총 4조 60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매출 2285억 원에 영업이익 265억 원을 기록하며 설립 1년 만에 실적을 내고 있다. 올해는 지난 6월 송도 바이오 캠퍼스 1공장을 8750억 원에 취득하겠다고 공시하며 규모를 더 키우고 있다.
바이오 업계에서는 CDMO는 시설 투자할 돈만 있으면 들어갈 수 있는 사업으로 평가받는다.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그룹 차원에서 자금 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에 절대 실패할 사업이 아니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성공이 신유열 부사장의 성과라고 보기에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순항은 신유열 부사장의 승진에 명분을 주고 그가 경영 전면에 나서는 계기가 됐을 수 있지만 그것이 온전히 신 부사장의 성과라고 보기에 합당한 근거가 별로 없는 것 같다”며 “부사장 승진은 롯데그룹의 세습 오너 시스템에 따라 예정된 수준 정도로, 오히려 성과가 없거나 좋지 못한 기업에서 빠른 의사 결정 등 자신의 역량으로 성과를 냈다면 평가가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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