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사이언스 이사회 ‘3자 연합 vs 형제 측’ 5 대 5로 재편…한미약품 성장성 우려 목소리도
#3자 연합, 이사회 주도권 잡기 실패
11월 28일 한미사이언스는 서울 송파구 서울시교통회관에서 임시 주총을 열었다. 이날 9시 40분쯤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만 주총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3자 연합인 송영숙 회장, 임주현 부회장, 신동국 회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이날 임시주총은 오전 10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의결권 대리행사 위임장 집계가 길어지면서 오후 2시 30분께 개최됐다. 의결권 있는 전체 주식 수(6771만 3706주) 중 출석률은 84.7%(5734만 864주)로 집계됐다.
임시주총 안건은 3자 연합이 제안한 이사회 정원을 10명에서 11명으로 늘리는 정관 변경의 건, 신동국 회장·임주현 부회장의 이사 선임 건, 형제 측인 임종훈 대표와 임종윤 이사가 제안한 자본준비금 감액 건이었다.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는 3자 연합 측 4인과 형제 측 5인으로 구성돼 있었다. 3자 연합은 이사회 구성을 6 대 5로 재편해 경영권 우위를 점하겠다는 구상이었다.
지분율만 놓고 보면 3자 연합이 우세한 상황이었다. 지난 10월 22일(주주명부 폐쇄일) 기준 3자 연합 측 지분율은 44.97%, 형제 측 지분율은 25.63%다. 가현문화재단(5.02%)과 임성기재단 지분(3.07%)이 3자 연합 측 특수관계인으로 묶여 있다. 이외에는 국민연금(5.89%)과 소액주주(23.25%)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3자 연합 측이 승리를 확신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정관 변경은 출석 의결권 66.7% 찬성이 필요한 주총 특별결의 대상인 데다 특수관계인 표가 이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앞서 11월 27일 국민연금이 ‘중립’ 의견을 행사하기로 결정했다.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는 11월 26일 제14차 위원회를 열고 국민연금이 보유한 의결권을 나머지 주주들의 찬반 비율에 맞춰 행사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 한 관계자는 “위원마다 생각이 달라 입장을 모으는 데 한참 걸렸다”며 “국민연금이 한쪽 편을 든다고 해서 무조건 경영권 분쟁이 끝나는 상황도 아니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고 밝혔다.
임시주총 표결 결과 3자 연합 측의 이사회 주도권 잡기는 실패했다. 정관을 변경하는 안건은 찬성표가 출석 주주의 57.89%(3320만 3317주)로 특별 결의안건 통과 기준인 66.7% 이상 나오지 않으면서 부결됐다. 소액주주들은 어느 한쪽에 표를 몰아주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신동국 회장 기타비상무이사 선임 건은 일반 결의안건 통과 기준인 과반 찬성으로 가결됐다. 정관 개정이 부결됐기 때문에 임주현 부회장의 이사 선임 건은 자동 폐기됐다. 형제 측이 제안한 자본준비금 감액 건도 가결됐다.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는 5 대 5로 재편됐다. 3자 연합 측은 사내이사인 송영숙 회장, 기타비상무이사인 신동국 회장, 신유철·김용덕·곽태선 사외이사로 구성됐고 형제 측은 임종윤 사내이사, 임종훈 대표, 사봉관 사외이사, 권규찬·배보경 기타비상무이사다. 3자 연합 측 신유철·김용덕·곽태선 사외이사는 내년 3월 주총에서, 송 회장은 2026년 3월 주총에서 이사 임기가 만료된다. 임종훈 대표를 비롯해 형제 측 이사는 모두 올해 3월 정기주총에서 신규 선임돼 임기가 2027년 3월까지다.
한미사이언스에선 내년 3월 다시 표 대결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형제 측은 자신을 지지하는 이사진 선임으로 경영권을 장악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지분율은 3자 연합 측이 앞선다. 3자 연합 측으로 분류되는 라데팡스는 11월 18일 송영숙 회장·임주현 부회장·가현문화재단으로부터 지분 3.7%를 취득했다. 11월 26일에는 해외 기관투자자로부터 추가 지분 1.3%를 취득해 라데팡스는 한미사이언스 지분 5%를 보유하게 됐다. 11월 26일 기준 3자 연합을 비롯한 특수관계인 18인의 지분율은 49.42%다. 형제 측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27.53%다.
형제 측의 제시한 중장기 전략에도 3자 연합 측의 견제가 예상된다. 지난 11월 7일 임종훈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고 2028년까지 인수합병(M&A) 등에 8150억 원을 투자하기 위해 외부 투자를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3자 연합 측은 입장문을 통해 “8000억 원 대규모 자금의 조달 방식에 대해서 아무런 답을 하지 못했다”며 “투자 자체를 반대할 이유가 없지만, 대주주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 이슈로 회사 가치가 최저평가 돼 있는 지금 이 시점에 회사 매각에 가까운 투자를 왜 시급히 받아야 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미약품 성장 방향, 어디에 방점 찍힐까
오는 12월 19일 열리는 한미약품 임시주총에도 관심이 쏠린다.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총이 끝난 직후 임종훈 대표는 “앞으로 있을 한미약품 임시 주총을 더 철저하게 준비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12월 한미약품 임시주총에서는 박재현 사내이사와 신동국 기타비상무이사를 해임하는 안건, 사내이사로 박준석 한미사이언스 부사장과 장영길 한미정밀화학 대표를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심의한다. 이들 안건은 한미사이언스가 제안했다.
한미사이언스는 한미약품의 지분 41.42%를 보유하고 있다. 다만 형제 측은 한미사이언스 이사회가 5 대 5로 재편돼도 대표이사 권한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밝힌 상태다. 이외에는 국민연금(10.02%), 신 회장(7.72%), 한양정밀(1.42%) 등이 한미약품 지분을 갖고 있다.
형제 측은 한미약품 이사회를 5 대 5 동률로 구성하겠다는 의지다. 현재 한미약품 이사회 10명 중 3자 연합 측 인사가 7명이다. 올해 6월 임시주총에서 임종윤 사내이사와 임종훈 대표, 신동국 회장이 한미약품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당시 기준으로 함께 선임된 남병호 사외이사까지 합치면 형제 측 인사는 4명이었다. 하지만 올해 6월 임시주총에서 형제 측 인사로 한미약품 이사회에 합류한 신동국 회장이 모녀 측으로 돌아서면서 형제 측 인사는 3명으로 줄었다.
지난 11월 11일 한미약품은 애널리스트와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기업설명회에서 중장기 성장 전략을 발표했다. 핵심은 자체 개발 제품을 통해 얻은 수익을 신약 개발 R&D(연구개발)에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더욱 견고하게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형제 측은 자체 R&D보다는 외적 성장 동력을 추가하자는 입장이다.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하면서 기업 성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한미약품은 2015년 국내 최초로 큰 규모의 라이선스 아웃(기술수출)을 한 기업이다. 그 후 국내 기업들의 라이선스 아웃이 물밀듯이 시작됐다”며 “여러 가지로 상징성이 있는 회사인데 성장 동력을 잃어버리지는 않을까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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