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 거듭되는 상황에서도 공격적인 차입…한세엠케이 “성장·수익성 개선 위한 전략 추진 중”
#내년까지 ‘손실’ 전망
한세엠케이의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477억 원, 영업손실은 85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153억 원가량 줄었고 손실폭은 3배 이상 커졌다. 한세엠케이는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연속 영업손실을 냈다. 한세엠케이가 자체적으로 예상한 내년 매출은 2900억 원, 영업손실은 27억 원이다. 2022년 7월 1일을 아동복 위주로 사업을 전개하는 한세드림과 흡수합병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으나 국내와 중국 시장이 둔화되면서 적자 탈출에 실패하고 있다.
라이선스 위주의 사업 방식도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NBA와 LPGA 등 라이선스제공자와 계약을 맺어 의류를 판매하고 있는 한세엠케이는 분기당 90억 원가량의 로열티를 지급하고 있다. NBA와 NBA키즈, LPGA와 PGA TOUR 모두 매장 수를 일정 수 이상으로 유지해야 하는 의무를 지고 있다. NBA와 PGA TOUR의 경우 순매출액 혹은 예상매출액의 일정 비율 이상을 마케팅 비용으로 써야 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적자가 나더라도 일단 매출은 나오니까 꼼짝없이 마케팅 비용을 써야 한다. 적자 매장을 정리해서 비용 감축하는 데도 한계가 있는 환경”이라고 지적했다.
해외 자회사들은 투자 대비 수익을 거의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3분기 가애수복식(상해)유한공사가 6억 원가량의 순이익을 냈으나 만쿤(상해)상무유한공사가 86억 원, 한세드림재팬이 51억 5200만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한세엠케이는 만쿤에 2008년 이후 지난해 7월까지 12차례에 걸쳐 약 284억 원을 투자했으나 전액 손상차손 처리한 상태다. 한세엠케이는 지난해 가애수복식(상해)유한공사에도 13억 원을 추가 출자하고 올해 3분기에는 비지배지분 0.56%인 9547만 원을 추가 취득했으나 전액 손상차손을 인식했다.
한세엠케이가 2013년 3분기 전액 손상차손 처리한 미국법인 BUCKAROO INC는 한때 매출의 40%가량을 차지했으나 현재는 영업을 중단한 채 사실상 ‘유령법인’ 형태로 남아있다.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 상태에서 분기순손익만 늘어나면서 BUCKAROO INC은 현재 13억 원 남짓한 부채만 남은 상태다. 한세엠케이는 홍콩법인 MKTREND(HK) LIMITED도 전액 손상차손 처리한 후 2017년 청산한 바 있다.
패션업계의 ‘악몽’인 재고는 늘어나는 추세다.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재고자산 규모는 약 1053억 원으로 지난해 3분기 985억 원에 비해 증가했다. 2023년 2월 중국에서 NBA스타일의 영업을 정지하기로 결정하면서 올해 3월 말까지 이월상품을 소진하기로 돼 있었는데 중국 사업 부진으로 재고가 더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재고는 빨리 털어야 한다. 보통 아울렛에 첫 입고된 상품들은 약 30% 할인해서 판매가 되는데 시즌이 지날수록 할인율이 높아지기 때문에 나중에는 마진이 거의 안 남는다”며 “재고는 빨리 못 털면 손해보고 파는 상황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몹시 치명적”이라고 지적했다.
한세엠케이는 투자를 통해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올해 브랜드·매장 리뉴얼, 대형 매장 확대에 이어 투자·운영자금 확보 등의 목적으로 차입을 확대했다. 한세엠케이는 올해 5월 27일과 9월 25일에 각각 1년 내 상환해야 하는 150억 원, 100억 원 규모의 무보증 사모사채를 발행했다. 이어 10월 15일에는 100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CB) 발행을 통해 자금 조달에 나섰다.
재무건전성에는 적색등이 들어온 상태다. 올해 3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유동성 사채 등을 포함해 1년 내 만기가 도래하는 유동부채만 2022억 5673만 원 가량인데 현재 한세엠케이의 현금성 자산은 45억 2763만 원 남짓이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기업들은 통상 만기가 돌아오는 시기에 맞춰 채권을 발행하거나 CB를 찍거나 부동산 등 각종 자산을 담보로 대출을 해서 리파이낸싱을 한다. 그렇지만 실적과 재무건전성이 악화하면 점점 금리가 올라가거나 자금조달 환경이 더 어려워지기 때문에 차후 상환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아복·골프웨어가 주력 상품인데…
한세엠케이는 캐주얼 시장과 유아동복, 골프웨어를 중점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성인복(28.95%)보다 아동복(57.67%)이 더 잘 팔리고 국내(86.61%), 중국(9.97%), 일본(3.22%) 순으로 매출 비중이 높다.
다만 국내와 중국 모두 고물가와 내수부진을 겪고 있다. 올해 초 한세드림재팬 매출이 27억 원에서 38억 원으로 40.74% 증가했으나 매출 비중이 낮아 주요 시장의 부진을 상쇄하기는 어려운 수준이다.
이은희 교수는 “신생아가 줄어들고 있어 아동복 시장도 보다 이르게 포화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 요새 물가도 너무 높고 아이들이 빨리 자라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신상품을 사기보다는 당근 등으로 중고거래를 하는 추세도 부쩍 많아졌다”라며 “무엇보다도 중국 시장을 어떻게 해야 할지 종합적으로 판단을 내려야 한다. 특히 중국 정부가 ‘애국소비’를 장려하고 있는 환경에서 NBA 브랜드는 어중간하고 확장성이 없다”라고 지적했다.
앞서의 패션업계 관계자는 “골프웨어도 코로나 때는 골프 붐이 일면서 전망이 밝았지만 요즘은 침체기라서 지포어나 타이틀리스트 같은 전통 있는 브랜드들을 제외한 브랜드들은 힘을 잘 못쓰고 있다”며 “일본이 그나마 국내 화장품·패션 기업들이 모두 공 들이고 있고 성과 내는 브랜드들이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세엠케이는 올해와 내년 매출 둔화와 영업이익 감소 극복을 위해 성장성이 좋은 브랜드의 글로벌 판매채널을 확대하고 메가스토어를 확장할 방침이다. 모이몰른·플레이키즈프로 등 수익성이 좋은 키즈 브랜드를 필두로 본격적인 시장 점유율을 확대에 나선다. 이커머스 비중을 끌어올리고 NBA와의 재계약에 따른 매장 투자 확대에도 본격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한세엠케이 관계자는 “올해 3분기 패션업계는 경기침체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 이상기온 등의 영향으로 업계가 전반적으로 어려운 시기였다”며 “한세엠케이는 어려운 시장 상황 속에서도 성장과 수익성 개선을 위해 적극적인 전략을 추진 중이다. 브랜드 체험 및 온라인 강화, 오프라인 매장 대형화 및 다변화 등을 통해 매출과 수익 확대에 주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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