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청 특이반응 사례 관찰, 국회 지적 이후 규명 언급 내용 삭제…식약처 “국외 규제기관 사례 모니터링”
#잇따라 GMO 신종 단백질, 혈청 특이반응
국가과학기술지식정보서비스(NTIS)에 따르면, 식약처는 2009~2021년 약 10억 1000만 원을 들여 신규 GMO의 단백질의 알레르기성 평가 연구 용역을 성균관대학교 산학협력단에 위탁해 진행했다. 이 기간 GMO 안전성심사위원회 심사위원을 맡은 바 있는 성균관대 의대 교수가 연구책임자를 맡았다. 국내 의과대학 연구진들은 주로 국내에 승인된 GMO에 삽입된 신종 단백질이 알레르기 환자로부터 채취한 혈청에 특이반응을 나타내는지 알아보는 실험을 진행했다. 이 기간 총 6건(계속과제는 한 과제로 합산해 집계)의 연구가 이뤄져 7개의 연구용역보고서가 식약처에 제출됐다.
연구용역보고서를 살펴보면, 2012~2013년 연구 1건을 제외하고는 5건의 연구에서 유전자재조합식품에 있는 신종 단백질이 환자 혈청에서 특이 반응을 일으켰다. 알레르기 환자로부터 채취한 혈청에서 ‘특이 면역글로불린E(IgE)’이 발견된 것이다. IgE는 알레르기성 천식이나 알레르기성 비염, 만성 두드러기와 아토피 피부염 등 여러 알레르기성 질환 발생에 관여하는 단백질이다.
예컨대 2009년 8월부터 2011년 6월까지 진행된 연구에서 GM옥수수에 삽입된 신종 단백질인 PMI와 Cry1F에서 환자 혈청이 특이 IgE을 일으켰다. 2014년 2월부터 2016년 11월까지 진행된 연구에서는 환자 혈청이 GM콩에 삽입된 단백질인 avhppd-03에 반응해 특이 IgE가 관찰됐다. 2021년 2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실시된 연구에서는 환자 혈청이 GM면화에 들어가 있는 단백질인 mCry51Aa2, GM콩에 들어간 단백질 Cry14Ab-1에서 특이 IgE를 일으켰다.
연구진은 연구 결과를 두고 원인 규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앞서 2009년 8월부터 2011년 6월까지 진행된 연구에서 연구진은 “PMI와 Cry1F 단백질에 대한 특이 IgE가 발견됐으나 병력상 옥수수에 의한 알레르기 증상이 유발된 적이 없었다. 이 삽입단백질들이 펩신(위액에 들어있는 단백질 분해효소) 및 인공위액에 의해 쉽게 분해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식품알레르기의 발생 가능성은 현저히 떨어진다고 판단된다”면서도 “특이 IgE의 존재가 어떤 기전에 의해 일어나는지에 대해서는 추후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고 밝혔다.
2014년 2월부터 2016년 11월까지 진행된 연구에서도 연구진들은 원인 규명 필요성을 언급했다. 연구진은 2016년 11월 식약처에 결과를 보고했고, 식약처는 2017년 10월 국정감사를 앞두고 국회에 용역연구개발과제 보고서를 제출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제공한 이 보고서에 따르면 연구진은 “유전자재조합콩 단백질 avhppd-03에 대해 특이 IgE가 발견됐다. 이는 펩신 처리에 의해 쉽게 분해돼 식품 알레르기를 일으키지는 못할 것으로 판단되나, 특이 IgE에 대해서는 추후 규명이 필요하겠다”고 밝혔다.
2017년 국정감사에서 후속 연구를 요구하는 국회 지적도 나왔다. 당시 김현권 민주당 의원은 “GMO의 영향을 밝혀내기 위한 그동안의 연구가 쥐 등 동물을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사람에 대한 영향을 파악하는 연구도 통계학적 조사 등이 주류를 이뤄온 것을 감안하면 GMO 단백질이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연구 결과는 커다란 의미를 갖는다”며 “특이반응을 일으킨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연구가 반드시 수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현재 식약처 내부 시스템이나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서 운영하는 사이언스온(ScienceON)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는 연구용역 최종 보고서에는 “추후 규명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삭제된 상태다. 이후 2017년과 2021년 진행된 연구에서도 GMO에 있는 신종 단백질이 환자 혈청에서 특이반응을 일으키는 사례가 관찰됐지만 원인 규명에 대한 얘기는 더 이상 연구 보고서에 기재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 보고서를 살펴본 한 세포분자병리학 전문가는 “일반적으로 해당 연구에서 밝혀지지 않았으면 추후 규명해야 한다는 멘트를 보고서에 넣곤 한다”면서도 “식품 알레르기가 있는 환자 혈청에 GMO 단백질을 반응시켜보니 반응은 하는데, 왜 반응하는지는 모르는 상태라 원인이 불명확하다”라고 분석했다.
#“GMO 개발 안전성 높여야” 주장
GMO는 인위적으로 유전자를 재조합하거나 유전자를 구성하는 핵산을 세포 또는 세포내 소기관으로 직접 주입하는 기술 등 생명공학기술을 활용해 재배·육성·생산된 농·축·수산물, 미생물 등과 이를 원료로 제조·가공한 식품 또는 식품첨가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식품위생법 제18조에 따라 안전성을 심사해 승인된 GMO만 국내에 수입·유통된다. 국내에서 안전성 심사 승인을 받은 농산물은 콩·옥수수·면화·카놀라·사탕무·알팔파다. 식약처에 운영하는 식품안전사이트 ‘식품안전나라’에 따르면 올해 10월 29일 기준 총 252개의 유전자변형식품이 승인됐다.
한국은 미국과 마찬가지로 GMO 안전성 평가에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에서 제안한 ‘실질적 동등성 원칙’을 적용한다. GMO와 기존 식품의 독성, 알레르기성, 영양성 등을 비교·평가해 차이가 없으면 안전하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알레르기성 평가의 경우 새롭게 발현된 단백질에 대해 기존 생물체와 비교평가를 실시한다. 알레르겐(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단백질)의 서열 상동성 비교 분석 등 일반적인 방법으로 알레르기성 평가가 어려울 때, 알레르기 환자 혈청을 이용해 혈청 스크리닝(선별검사) 실험을 진행한다.
일각에서는 GMO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GMO 단백질의 특이반응에 대한 원인을 밝혀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원인 파악이 안 되면 계속 이런 문제를 방치하겠다는 뜻”이라며 “학자들이 원인규명이 필요하다고 거듭 밝혔으면 정부는 마땅히 그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정부가 혈세를 들여 연구하는 용역의 취지일 것”이라고 밝혔다. 임영석 강원대 의생명과학대학 생명건강공학과 교수는 “국민 알 권리 차원에서도 실제로 왜 특이반응이 일어나는지 등 원인 규명이 이뤄지는 것은 긍정적”이라며 “다만 규명 주체와 비용 등이 걸림돌이 될 수는 있다”라고 말했다.
김현정 의원은 “국회에서 국정감사를 통해 지적한 내용을 받아들이기는커녕 국감 이후 정부 용역 보고서를 수정해 국민 건강을 위해 마땅히 개선해야 할 사항을 오랫동안 덮어버린 일은 용납할 수 없다”며 “국내 식품 안전 컨트롤타워인 국무조정실 식품정책안전위원회는 앞선 연구에서 두 차례 요청한 GMO 신종 단백질의 알레르기 반응 원인을 규명하고 GMO 개발의 안전성을 드높이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일요신문은 11월 26일부터 여러 차례 문의했으나 식약처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관계자는 “보고체계 때문에 답을 언제 줄지 확답할 수 없다”라고만 답했다. 다만 후속 연구 진행 상황을 묻는 김현정 의원실에 제출한 답변에서 “식품으로 섭취 시 알레르기 발생 우려가 없을 것으로 결론 내렸다”며 “지속적으로 국외 규제기관 승인 사례를 모니터링했다”고 밝혔다. 김현정 의원실의 보고서 내용 수정 질의와 관련해서 식약처는 답을 주지 않았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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