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세 표준액 설정 최대 변수는 해외 거래소…과세 유예 둘러싼 기대와 우려 공존하는 까닭
가상자산 과세 유예는 최근 정치권 화두로 떠오른 바 있다. 이미 두 차례에 걸쳐 유예된 가상자산 과세를 또 다시 유예할 필요성을 두고 여야가 서로 다른 입장을 냈다. 국민의힘은 2년 과세 유예를 통해 제도적 정비 필요성을 제기했고, 민주당은 공제 한도를 상향하며 과세를 시작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예산 정국’을 앞두고 민주당은 정부 예산안에서 4조 1000억 원을 감액하는 안을 추진 중이다. 여야 합의에 따른 예산안 가결이 불투명한 상태에서 민주당은 가상자산 과세 유예 카드를 꺼냈다. 2030 투자자들로부터 강한 반발을 사고 있는 가상자산 과세 이슈에 대해 한 발 물러서는 스탠스를 취한 셈이다.
가상자산 업계에서도 과세가 시기상조라는 분석이 잇따랐다.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및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가상자산법) 등 정부 규제를 담은 법률이 시장 상황을 반영하기에 아직 애매한 구석이 많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법률과 현실 시장의 괴리가 여전히 큰 상황에서 과세가 된다면, 정부가 가상자산 투자자들을 보호하는 데에도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다”면서 “가상자산 과세와 관련해서도 국내와 해외 거래소 및 개인 지갑 등 자산 보관 장소에 따른 불공정한 과세가 이뤄질 가능성도 농후하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런 부분들에 대한 교통정리가 이뤄지지 않고, 과세만 시작한다면 많은 문제가 생길 것”이라면서 “투자자들 입장에선 과세를 과세로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현재 우리나라 투자자들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뿐 아니라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를 이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거래 내역을 당국에 보고하는 국내 거래소와 달리 해외 거래소는 개개인의 거래 내역을 확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해외 거래소에서만 가상자산을 사고파는 투자자들에 대한 과세 표준액을 설정할 기준이 모호하다.
국회에서는 미인가 해외거래소가 국내에서 영업하는 것을 제한하는 방안이 꾸준히 논의돼 왔다. 이런 과정에서 몇몇 해외 거래소가 공식적인 국내 진출을 노려왔다. 그러나 금융당국에선 ‘쇄국정책’ 기조가 뚜렷한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당국은 해외 거래소가 북한 자금 이동 경로가 될 가능성이 상존하는 까닭에 해외 거래소에 대한 회의론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에선 주요국 수사당국과 해외 거래소들이 공조를 통해 북한 관련 의심 계좌에 대한 선제적 동결조치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관련기사: ‘글로벌 공조’ 절실한데…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북한 해킹 사각지대 우려)
한 해외 가상자산 프로젝트 관계자는 “국경이 없는 가상자산 시장 특성 상 한국에만 한정된 규제안은 시장에 혼란을 가중시킬 것”이라면서 “글로벌적인 요인을 제외하고 가상자산 시장 문을 걸어잠근다면, 한국 내 가상자산 업계 독과점 체제가 굳어지는 것은 물론 시장 글로벌 경쟁력을 약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여권 관계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시 취임하면서 미국을 가상자산 수도로 만들겠다는 야심을 드러냈다”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내부적인 제도 정비를 할 시간을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원내 과반 정당인 민주당 동의로 가상자산 과세는 2년 유예될 전망이다. 가상자산 업계 안팎에선 과세 유예를 두고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합리적인 제도 정비가 이뤄질 시간을 벌었다는 안도의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면서 정치권의 제도 정비 속도가 또 다른 2년 사이 격변할 수 있는 가상자산 시장의 변화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도 증폭되고 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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