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제적 대응에서 돋보인 행정력과 그보다 중요한 약자에 대한 배려
그 흔한 교통대란도 경기도에서는 발생하지 않았다. 경기도와 31개 시군이 사전 폭설 대응에 단단히 나섰기 때문이다. 경기도는 말 그대로 선제적 대응에 나서며 ‘행정력’이 왜 중요한지 보여줬다. 지난 2년간 여러 재난 상황에서 정부가 보여준 대처와는 달랐다.
특히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재난 대응은 한마디로 차고 넘칠 정도였다. 김 지사는 대설 예비 특보가 발효된 11월 26일 재난안전대책본부 비상1단계를 가동하고 대비에 나섰다. 공문을 통해 “27일~28일 대설에 따른 도민들의 안전이 우려된다”며 시군과 협조해 상황 관리에 들어갔다.
김 지사는 실시간 기상정보를 토대로 도로 살얼음 예방 등 체계적 사전 대비를 주문했다. 또한 △제설 자재‧장비 사전 작동 점검 및 배치 △출퇴근 시간 도로 정체, 교통사고 및 보행자 안전사고 대비 사전 제설 작업 △적설 취약 구조물 등 재해우려지역 관리도 지시했다. 다가올 폭설에 대한 만반의 준비를 한 것이다.
11월 26일 저녁 눈이 쏟아졌다. 오후 10시경 김동연 지사는 경기도 재난안전대책본부 1단계를 발령했다. 27일 오후 2시에는 2단계, 같은 날 오후 10시에는 3단계로 격상하는 등 실시간 대응에 나섰다. 김 지사는 각종 상황을 보고 받고 적절한 지시를 내렸다. 경기도 컨트롤 타워에는 김동연 지사가 있었다.
김동연 지사는 피해 현장을 찾는 일도 잊지 않았다. 28일에는 의왕 도깨비시장을 찾아 “최대한 빨리 다시 영업할 수 있도록 돕겠다”며 재해구호기금을 설명했다. 29일 안양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도 피해 상황을 살피고 상인들을 위로했다. 이 자리에서도 △습설로 인한 붕괴 우려 구조물 등 위험 지역 순찰 강화 △해빙에 따른 누전 등 전기화재에 대비한 전통시장 예찰 활동 강화 △농축산 농가의 피해 시설물 철거 및 폐기 비용 지원을 지시했다. 이날 김 지사는 폭설 피해에 301.5억 원 규모의 재정 지원을 긴급 결정하는 신속한 의사 결정도 보여줬다.
이번 폭설뿐만 아니다. 선제적 대응과 행정력은 김동연의 전매특허였다. 앞선 7월과 9월 많은 비가 예상된다는 예보가 나오자 김동연 지사는 재난안전대책본부 비상1단계를 가동하는 등 최일선에서 지휘에 나섰다. 취임 직후인 2022년 7월 2일에도 취임 1호 결재로 경기도 수해 피해를 점검하고 지원하는 ‘비상 경제 대응 민생 안전 종합계획’에 서명하며 어려운 도민의 삶을 즉시 도울 수 있게 조치했다. 행정의 역할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김동연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폭설을 겪으며 경기도의 선제적 대응 못지않게 주목받은 것이 있다. 피해를 받은 사람들, 즉 인간에 대한 배려다. 김동연 지사는 어려운 곳부터 챙겼다. 김 지사는 11월 27일 주거용 비닐하우스 등 취약 시설물 거주민에 대한 긴급 대피 지시를 내렸다. 폭설로 비닐하우스가 무너질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긴급대피에 들어가는 숙박비 등의 예산은 전액 도가 부담했다.
도내 비닐하우스 거주자는 2700개 동 5500여 명으로 추산된다. 도는 눈으로 인해 거주지에서 대피가 필요한 도민이 인근 모텔 등 숙박시설로 대피하는 경우 숙박비와 식비를 경기도 재해구호기금에서 전액 지원할 방침을 세웠다. 경기도의 소식을 듣고 28일 오전 기준 56명이 폭설을 피해 긴급대피했다.
앞선 7월 호우에도 김동연 지사는 저지대 반지하 주택 등의 안전을 살폈다. 침수 피해를 겪지 않도록 거듭 신경 썼다. 누구도 돌아보지 않는 곳에 김동연의 시선은 머물렀다.
김동연 지사는 6월 화성 아리셀 화재 당시에도 피해자와 유가족부터 챙겼다. 화재가 발생했다는 소식에 김 지사는 모든 일정을 중단하고 현장으로 달려갔다. 도지사를 위한 별도 브리핑 준비 등은 하지 못하게 했고 인명 구조와 소방대원의 안전 확보를 지시했다. 김 지사는 무너진 잔해물을 직접 살피다 신발 바닥에 못이 박혔지만, 현장을 나설 때까지 못이 박힌 것을 인식하지 못했다.
이후에도 희생자에 대한 배려는 이어졌다. 6월 26일 희생자와 유족 지원을 위한 직원 배치, 합동분향소 설치, 휴식 공간 마련을 추진하며 희생자들을 위로했고 사고와 관련한 소방대원, 유가족,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심리치료 대책을 내놓으며 고통받는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졌다. 다른 참사에서 정부가 보여준 태도와는 달랐다.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힘이 김동연에게는 있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을 만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김동연 지사는 10.29 참사 직후인 2022년 11월 3일 “참사의 예방과 관리, 수습 모든 것이 공공의 책임”이라며 “공직자로서 부끄럽고 죄송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시가 합동분향소 위치를 두고 유가족과 다툴 때 김 지사는 “추모 공간을 차가운 지하에 가두지 말아달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경기도 청사에 합동분향소를 마련하고 희생자의 명복을 빌었다.
매년 이태원 참사 유가족을 도담소에 초청해 만나는 김동연 지사는 올해 유가족들이 추모 플래카드를 걸어주길 부탁하자 단박에 “그렇게 하겠다. 그게 뭐 어렵겠나. 저는 매일 그런(추모의) 마음”이라고 답해 유가족을 놀라게 했다. 선뜻 응하는 김 지사에게 유가족들은 진심으로 위로를 받았다고 말했다. 희생자와 유가족을 밀어내고 책임을 피하기 위해 애쓰는 비정한 세상에서 김동연에게는 그들의 고통을 나누려는 마음이 있었다.
김창의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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