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4일 오전 12시 30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은 수많은 시민들과 경찰의 대치로 혼잡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밤 10시 25분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약 2시간 만에 국회 앞 거리는 수백 명의 시민들로 가득했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민주주의는 파괴됐다”고 외쳤다.
4일 오전 12시 30분 국회 앞에 모인 수많은 시민들. 사진=정소영 기자현장에서 만난 이지혜 씨(35)는 “집이 근처다. 자기 전 유튜브 보다가 깜짝 놀라서 남편과 나왔다”며 “80년대도 아니고. 뒷감당 어떻게 하려고 (비상계엄을) 선포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후 공수부대가 국회 후문으로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는 내용이 보도되면서 이곳저곳에서 불만이 쏟아졌다. 시민들은 담을 넘어 국회로 들어가려는 경찰과 군을 제지했다. 물리적 충돌도 발생했다. 한 국회 출입문에선 일부 시민들이 담을 넘는 경찰에게 “국민들이 무섭지 않느냐”라며 진입을 막기도 했다.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던 이승환 씨(52)는 “대통령이 큰 실수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회 담을 넘어 진입하려는 경찰을 제지하는 시민들. 사진=정소영 기자이날 오전 12시 49분쯤 국회 상공으로 헬기가 지나갔다. 국회 인근 도로는 경찰에 의해 통제됐고 택시를 타고 온 시민들은 도로로 걸으며 국회로 향했다. 공수부대의 진입 소식이 알려진 뒤 더 많은 시민들이 국회 앞으로 모였다.
경찰과 취재진들 간 실랑이도 이어졌다. 경찰들은 국회로 진입하는 모든 출입문을 가로막았다. 이들은 국회 출입 취재진의 통행을 가로막으며 “들어갈 수 없다”고 답했다. 취재진 진입까지 통제하는 모습을 본 최은호 씨(37)는 “대한민국에 민주주의가 사라졌다”고 꼬집었다.
국회는 우원식 국회의장이 소집한 본회의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가결시켰다. 사진=연합뉴스국회는 이날 오전 1시 우원식 국회의장이 소집한 본회의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가결시켰다.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은 재석 190명 중 찬성 190명으로 가결됐다. 국민의힘 소속 친한(친한동훈)계 의원 18명과 야당 의원 172명이 가결 투표했다. 헌법 제77조 5항에는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때에는 대통령은 이를 해제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가결되자 시민들은 환호성을 외쳤다. 라이브 방송을 켜고 가결 소식을 전하는 유튜버들도 눈에 띄었다. 일부 국회 출입문에선 취재진과 직원들 출입이 허용됐다.
우 의장은 “국회 의결에 따라 대통령은 즉시 비상계엄을 해지해야 한다”며 “이제 계엄령 선포는 무효다. 국민들과 민주주의를 꼭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