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수·지분율 등 주주 간 계약 두고 갈등…패소한 창업주 항고, 최대주주 “창업주 일방적 주장”
#11월 임시주총 소집하자 의결권 행사금지 신청
지난 11월 1일 박용광 창업주는 인천지방법원에 소시어스와 소시어스에비에이션, 에어인천을 상대로 의결권 행사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에어인천 임시주총에서 소시어스 측의 의결권 행사를 막기 위해서다. 현재 에어인천 지분은 박 창업주가 19.4%, 소시어스에비에이션이 80.3%다. 소시어스에비에이션은 소시어스가 2022년 11월 에어인천 경영권을 인수하면서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이다.
앞서 10월 25일 에어인천 이사회는 11월 11일 임시주총을 열기로 결의했다. 이 임시주총에선 김관식 사내이사와 홍성표·나찬기 사외이사를 신규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됐다. 모두 소시어스 측이 추천한 인사로 알려졌다. 2022년 말 소시어스가 경영권을 인수한 뒤 이승환 에어인천 대표이사가 사내이사를 맡았다. 이외에는 이병국 소시어스 대표, 김락구 소시어스 부사장, 신중현 씨, 박용광 창업주가 기타비상무이사를 맡고 있다.
박용광 창업주는 소시어스가 자신과 맺은 주주 간 계약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2022년 11월 박 창업주는 소시어스에 본인이 보유한 에어인천 주식 29만 2200주와 특수관계인인 박미현 씨의 주식 7만 5000주를 소시어스에 매각하는 계약을 맺었다. 당시 에어인천 이사를 6명으로 하고 이 중 2명은 박 창업주가 지명하는 자로 선임하기로 약정했다는 것이 박 창업주 입장이다. 당초 박 창업주 측 인사로 알려진 김종철 사내이사는 지난해 8월 사임했다. 때문에 소시어스 측 이사를 선임하기에 앞서 박 창업주가 추천하는 사람으로 이사를 선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용광 창업주는 현재 소시어스의 의결권에도 문제가 있다는 주장을 폈다. 2022년 11월 박 창업주가 소시어스에 주식을 매각했을 당시 박 창업주와 소시어스에비에이션 지분율은 각각 48.3% 대 51%였다. 지난해 12월 에어인천이 실시한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박 창업주가 참여하지 않으면서 박 창업주 지분은 19.4%, 소시어스에비에이션 지분은 80.3%로 격차가 벌어졌다. 박 창업주는 주주 간 계약에 따라 본인과 소시어스 측이 48.3%와 51%의 지분율을 유지하기로 했는데 이를 지키지 않았다고도 주장했다.
반면 소시어스 측은 박용광 창업주의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소시어스와 에어인천을 대리한 박보희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는 “에어인천의 이사 수를 6명으로 하기로 한 내용도, 박용광 씨에게 이사선임권을 부여한 내용도 없다는 것이 소시어스 측 입장”이라며 “주주 간 계약에 박 씨와 소시어스에비에이션의 지분율을 처음 그대로 유지하기로 한 내용이 없다. 지분율 변경은 박 씨가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서 본인 책임이다. (박 씨는) 신주발행 결의에 동의해 자발적으로 자신에게 배정된 신주 인수를 포기했다”라고 말했다.
일단 법원은 11월 8일 소시어스 측 손을 들어줬다. 인천지방법원 제21민사부는 “(박용광 창업주와 소시어스가 맺은) 주주 간 계약에는 에어인천 이사 총수의 3분의 2 이상에 해당하는 수의 이사를 소시어스에비에이션이 지명하는 자를 선임한다고 돼 있을 뿐, (박 창업주에게) 이사 총수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선임권을 유지하거나 보장하기로 한 조항이 없다”고 밝혔다.
법원은 소시어스와 박용광 창업주가 맺은 주주 간 계약이 무효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주주 간 계약 제12조에는 ‘소시어스와 박 창업주가 별도 합의에 의해 소시어스에비에이션이 박 창업주 주식을 추가 취득하는 등 소시어스에비에이션이 에어인천 지분율을 80% 이상 보유하게 될 경우 특정 조항을 제외하고는 장래를 향해 효력을 잃는다’고 적혀 있다.
11월 11일 에어인천 임시주총은 그대로 열렸다. 소시어스에비에이션은 의결권을 행사했고 소시어스 측이 추천한 이사 3명이 이사회 멤버로 선임됐다. 박 창업주는 법원 결정에 항고했다. 이와 관련, 민사소송 전문 한 변호사는 “항고가 인용되면 이를 근거로 임시주총 결의 무효 확인 가처분이나 소송을 진행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계약 효력 조항 문제 있다” 박 창업주 항고
박용광 창업주는 항고를 통해 주주 간 계약에 관해 판단을 다시 받아보겠다는 입장이다. 박 창업주는 계약 효력을 다룬 주주 간 계약 제12조의 경우, 계약서 내용 그대로 ‘소시어스와 박 창업주가 별도 합의를 거쳐 소시어스에비에이션이 박 창업주 주식을 추가 취득한 경우’로만 좁게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주 간 계약에는 소시어스가 엑시트(투자금 회수)할 경우 수익 분배 구조를 기재해둔 것으로 전해진다. 박 창업주 입장에서 추가 수익을 노려볼 수 있었지만 주주 간 계약 효력이 없어지며 이를 기대할 수 없게 된 상황으로 풀이된다.
지난 11월 22일 일요신문과 만난 박용광 창업주는 “대표를 맡았던 2022년 말 기준 약 176억 원 순이익이 나왔는데, 대표직을 떠나고 2023년 순손실 156억 원으로 돌아섰다. 2023년 말경 유상증자 얘기가 나오길래 내가 차입을 해주겠다고 했는데 유상증자를 강행했다”며 “최대주주 측이 본인 주식을 직접 매수한 게 아니라 신주를 발행해 지분이 희석된 경우인데, 대부분의 주주 간 계약 조항이 무효라고 하니 억울한 입장”이라고 밝혔다. 앞서의 민사소송 전문 변호사는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해 볼 수도 있는데, 계약을 위배했는지 여부가 쟁점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에어인천은 2012년 설립된 국내 유일한 화물 운송 전문 항공사다. 지난 8월 대한항공과 에어인천은 아시아나항공(아시아나) 화물사업부 매각에 대한 기본합의서를 체결했다. 11월 28일 유럽집행위원회(EC)는 에어인천에 아시아나 화물사업부 인수 적격성이 있다고 보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기업 결합을 최종 승인했다. 에어인천은 내년 7월 1일 통합 운항을 목표로 한다.
에어인천은 B737-800F 화물기 4대로 10개 국제노선을 운항 중이다. 에어인천은 아시아나 화물사업부 인수로 아시아나 화물기 11대와 미주·유럽 등 장거리 노선 네트워크를 확보하게 된다. 지난해 기준 국제 항공화물 수송 실적은 에어인천이 3만 9000톤, 아시아나항공이 72만 5000톤이다. 에어인천은 대한항공(146만 4000톤)에 이어 국내 2위 항공화물 사업자가 될 전망이다. 소시어스는 내년 에어인천 기업공개(IPO·상장)를 추진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와 관련, 에어인천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에서 도입하는 대형기들을 운항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미주와 유럽 운항 인허가를 받는 작업에 집중하려 한다”고 말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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