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회의 심의 과정 의문, ‘정치활동 금지’ 포고령도 논란…야권, 탄핵 추진 및 내란죄 수사 촉구
12월 3일 오후 10시 23분쯤 윤석열 대통령은 6분가량의 긴급 담화 생방송을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1980년 5·18 민주화운동 이후 44년 만의 계엄령이었다. 이후 여러 대의 군 헬리콥터는 서울 여의도 국회로 계엄군을 실어 날랐고, 서울 시내 도로 곳곳에선 장갑차가 모습을 드러냈다. 계엄군은 국회를 폐쇄했고, 본회의장이 있는 국회 본청에 진입을 시도했다. 이를 막으려는 국회 보좌진과 충돌하면서 긴장감이 극대화됐다.
국방부는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비상계엄 선포를 건의했다고 밝혔다. 계엄법 제2조 6항에 따르면 국방부 장관 또는 행정안전부 장관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등의 상황일 때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에게 계엄의 선포를 건의할 수 있다.
법조계에선 계엄 선포를 두고 위법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우선 국무회의 심의 절차를 적법하게 밟았는지부터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조선일보는 여권 관계자를 인용해 “(전날 오후) 전체 국무위원 19명 중 절반가량이 대통령실에 도착했고, 9시쯤 국무회의가 열렸다”고 보도했으나, 각 부처는 국무위원 참석 여부를 공식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
윤 대통령이 국무위원 과반수가 참석하지 않은 상태로 심의한 뒤,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면 절차적 요건을 지키지 않은 것이다. 헌법 89조와 계엄법 2조에는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거나 변경하고자 할 때에는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국무회의 규정 제6조에는 국무회의는 구성원 과반수의 출석으로 개의하고, 출석구성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규정돼 있다. 다만, 계엄 선포는 의결 사항은 아니다.
아울러 계엄법상 계엄사령관은 현역 장성급 장교 중 국방부 장관이 추천한 사람을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게 돼 있다. 또 계엄사령관을 지휘·감독할 때 국가 정책에 관계되는 사항은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국무회의 심의가 적법하지 않았다면, 계엄사령관으로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을 임명한 것부터 계엄군이 국회에 진입하도록 지휘·감독한 것까지 모두 ‘절차적 하자’로 인한 위법 행위가 될 수 있단 뜻이다.
윤 대통령이 언급한 비상계엄 사유가 헌법 제77조 제1항에서 규정하는 ‘전시,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라고 볼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사 출신인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마저도 SNS(소셜미디어)에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며 “군이 국회에 진입하고 있다. 반헌법적 계엄에 동조하고 부역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했다.
12월 4일 대한변호사협회는 성명서를 통해 “과연 지금의 상황이 헌법이 말하는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인지 우리는 말로써 대통령을 반박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한다”며 “또한, 대통령은 계엄을 선포하고 바로 이어서 국회를 폐쇄함으로써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를 물리적으로 막고 있다. 이로써 대통령의 계엄 선포는 실체적으로나 절차적으로 모두 위헌임이 명확하게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같은 날 서울지방변호사회도 “윤 대통령 계엄 선포는 요건을 갖추지 못해 위헌·위법 무효”라고 강조했다.
1997년 4월 17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96도3376)에 따르면 헌법이 정한 민주적 절차에 의하지 않고 폭력에 의해 헌법기관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정권을 장악하는 행위는 어떤 상황에도 용인될 수 없으며 그 군사 반란과 내란 행위는 처벌의 대상이 된다.
검사 출신 류혁 법무부 감찰관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반발하며 사직서를 제출했다. 12월 4일 류 감찰관은 MBC라디오 ‘김종배 시선집중’에서 “군을 투입해서 정상적인 의사진행을 방해해가면서까지 이런 식으로 계엄을 강요하려고 했던 행위 그 자체가 위법이 아니면 뭐가 위법”이냐고 반문하며 “이런 상황에서 따라가는 어떤 행위도 공무원이라는 이름으로 상사의 명령에 복종한다 이런 논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는 계엄 포고령 제1조도 위헌 요소라는 지적이 나온다. 헌법 제77조 제5항은 국회가 재적 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때에는 대통령은 이를 해제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런데 포고령이 국회의 활동을 원천적으로 막음으로써 헌법을 위배했다는 것이다.
12월 4일 김정민 변호사는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계엄이 선포돼도 국회의 권한에 대해서는 어떠한 조치도 할 수 없다”며 “계엄을 선포할 때 계엄을 해제하지 못하도록 국회 출입을 막는 거, 이게 아주 원초적이면서도 쿠데타를 성공시키는 확실한 수법이다. 실제 실행도 하지 않았습니까. 야당 대표 앞에 진을 치고 무장병력이 있고 이런 것 자체가 이미 계엄 선포의 목적이 어디에 있었느냐를 그대로 보여주는 거죠. 자기가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리자 쿠데타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계엄 선포가 내란죄에 해당돼 즉각 수사 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군을 동원해 국회를 장악, 무력화하려고 시도한 정황 등이 내란죄에 해당한다는 이유다. 대통령은 헌법 84조에 따라 재직 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으나,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할 경우는 제외하고 있다. 12월 4일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는 SNS에 “내란으로 해석될 수 있어 대통령은 즉각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같은 날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계엄사령부 포고령 제1호가 국회의 정치활동을 금한다고 규정했고 실제 국회의 해제 요구를 막기 위한 목적으로 군대가 동원, 국회 유리창을 깨고 진입했다. 경찰은 의원들의 국회 출입을 막았다”며 “내란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등 다수 범죄가 성립하고 대통령의 탄핵 사유로 추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국방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내란죄 고발과 탄핵 추진을 공식화했다. 12월 4일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윤석열 정권의 위헌적, 위법적 비상계엄을 내란죄로 단죄하겠다”며 “계엄사령관, 경찰청장 등 군과 경찰의 주요 가담자를 내란죄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수사기관을 향해서 “전 국민이 인지하고 있는 내란 사건임으로 즉각 수사에 착수해 내란범들을 법의 심판대에 세우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 6당은 12월 4일 오후 2시 40분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발의에는 야 6당 의원 191명 전원이 참여했다. 탄핵소추안은 본회의 보고 24시간 이후부터 72시간 내에 표결해야 한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
-
‘박근혜 탄핵-윤석열 계엄’ 8년의 시차, 놀라운 일치...계엄 무산에 부각된 평행이론
온라인 기사 ( 2024.12.04 01:29 )
-
국회, 비상계엄 해제 결의안 만장일치 가결…“대통령은 즉각 해제해야”
온라인 기사 ( 2024.12.04 01:06 )
-
[현장] 계엄 해제 이후에도 국회 진입 시도한 계엄군, 봉쇄 풀지 않은 경찰
온라인 기사 ( 2024.12.04 01:5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