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이 갖는 최대의 꿈은 내집 마련이다. 기회만 되면 무리를 해서라도 은행 대출을 받아 집을 산다. 이는 내집을 소유하는 것은 물론 재산을 쌓는 길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자를 내느라고 허리가 휘고 생활이 어려워도 즐거운 마음으로 감내한다. 이런 견지에서 볼 때 은행들은 서민들에게 집과 재산을 동시에 안겨주는 고마운 존재다. 그러나 외환과 금융의 양대위기를 겪은 후 은행은 더 이상 고마운 존재가 아니다. 서민들을 상대로 이자벌이를 하는 돈장사로 모습을 바꾸었다. 금융의 덫을 놓고 서민들을 대출을 받으라고 유인한 후 평생 번 돈을 이자로 앗아간다.
이러한 현상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더욱 극심하게 나타났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서민들이 애써 번 근로소득을 아껴 저축을 하려 하면 금융회사들은 원금을 날릴 수 있는 고위험 상품을 권유한다. 그것도 거래횟수가 많아야 수수료수입이 높아 수시로 사고 팔도록 유도한다. 이에 따라 많은 서민들이 재산을 날리고 피눈물을 토한다. 그 대가로 외국자본과 대형 투자자들은 막대한 이익을 번다. 금융회사 임원들은 수억 원의 연봉을 받고 직원들은 상여금 잔치를 벌인다.
경제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고 국민을 빚더미에서 해방시켜줘야 하는 대선이 목전에 왔다. 그러나 박근혜, 문재인 양 후보가 내놓은 가계부채 대책이 신통치 않다.
박 후보는 18조 원 규모의 국민행복기금을 설치하여 자활의지가 있는 경우 서민들의 고금리 부담을 경감하고 금융채무 불이행자들의 신용회복을 지원할 예정이다. 또 채무감면율을 일반채무자의 경우 50%, 기초수급자 등에 대해서는 최대 70%까지 높여서 상환부담을 대폭 낮출 계획이다. 그러나 날로 증가하는 가계부채에 비해 지원규모가 작아 실효성이 의문시된다.
문 후보는 가계부채에 대해 정부의 재정지원과 금융회사의 손실부담을 제시했다. 또 이자율 상한선을 25%로 내리고 금리 10%대의 서민대출 시장을 육성한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재정지원과 손실부담에 대한 방법과 규모를 밝히지 않아 실현가능성이 낮다.
서민가계의 연쇄부도를 막기 위해서는 정부와 금융회사의 지원책 마련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따라서 실제 서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안을 빨리 내놔야 한다. 물론 자활의지와 도덕적 해이의 방지를 전제로 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담보를 잡고 이자 버는 돈장사가 아니라 산업발전을 이끌고 일자리를 만드는 생산적인 제도로 금융회사들의 운영체제를 바꿔야 한다.
여기에 부동산 시장을 살려 주택거래를 활성화하고 시중자금이 정상적으로 돌게 해야 한다. 그리하여 채무자들이 스스로 빚을 갚고 다시 일어서게 하는 것이 올바른 길이다. 대선 후보들은 어설픈 선심정책으로 채무자들을 현혹하고 문제를 악화시킬 것이 아니라 근본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을 강구하여 건전한 정책대결을 벌여야 한다.
고려대 교수·전 총장 이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