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전금 시스템 전면 시행하면 사행성 게임 변질 우려…BJ인범 “불법행위 할 이유 전혀 없다”
유튜버 BJ인범(조인범)은 자신의 코인 ‘벅스코인(BGSC)’을 출시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리니지 게임 방송으로 이름을 알린 인범은 코인·선물 투자 관련 콘텐츠를 제작하며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특히 그는 거래소가 유저를 소개받는 대가로 수수료를 지급하는 ‘레퍼럴’ 시스템을 강하게 비판하며 “이용자들의 손실을 조장한다”고 비판해왔다. 이러한 그의 발언은 투자자들 사이에서 큰 호응을 얻었고, ‘투자자 보호에 앞장서는 인플루언서’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최근 그의 행보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벅스코인은 게이트IO, MEXC에 상장했고 12월 9일 가상자산 거래소 비트겟에도 상장이 예고된 상태다. 벅스코인은 ‘커뮤니티 기반 보상형 토큰’을 표방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이를 레퍼럴보다 더 위험한 ‘스캠 코인’이라며 강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특히 투자자 보호를 강조하며 쌓아온 ‘선한 이미지’가 하루아침에 반전됐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벅스코인은 개미톡(AntTalk) 플랫폼 내에서 투자 대회, 유료 콘텐츠 접근, 커뮤니티 활동 보상 등에 사용된다고 밝히고 있다. 지난 11월 방콕에서 열린 ‘VC Horizons – Investing Goes Parabolic’ 행사에서도 조인범은 ‘소액 투자자들에게 투자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BJ인범이 운영하는 코인 커뮤니티는 독특한 레퍼럴(추천인) 정책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가상자산 거래소에서는 레퍼럴 코드를 통해 신규 회원이 가입하면 추천인에게 거래 수수료의 일부를 지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인범은 이 수수료를 전액 회원들에게 환급해 주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과거 공개한 영상에서 인범이 비트겟으로부터 홍보비 2억 원을 제안받은 내용이 있다. 이에 따라 이번 비트겟과 레퍼럴 협업을 통해 홍보비 2억 원을 받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다. 이에 대해 인범은 “홍보비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잘라 말하며 “대신 개미톡 모의투자 대회 상금 지원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벅스코인의 특이한 운영 방식이다. 인범이 운영하는 ‘개미톡’ 커뮤니티에서는 코인 선물 모의투자 대회가 열리고 있다. 현재는 벅스코인 없이도 참여가 가능한 상태로, 벅스코인과 연계된 기능들은 아직 본격적으로 도입되지 않았다.
코인 관련 정보를 다루는 텔레그램 ‘변창호 코인사관학교’ 운영자 변창호 씨는 이 시스템의 잠재적 문제점을 제기했다. 그는 “모의투자 대회에 거액의 상금이 걸려있는데, 이러한 상금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벅스코인이 활용될 전망이다. 벅스코인 백서를 보면 벅스코인을 통해 고배율, 재충전 등을 써야 유리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억 단위의 상금이 걸린 대회의 경우, 참가자들이 필연적으로 고위험 고배율 투자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점이 지적됐다. 예컨대, 소액으로 고액의 상금을 얻기 위해서는 1000배 이상의 수익률이 필요한데, 이 과정에서 참가자들은 안정적인 투자보다는 고배율을 통한 반복적인 도전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BJ인범은 도박장 운영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벅스코인은 해외 법인 재단이며, 사설 도박장 운영은 해외 거래소 상장 심사에서 즉시 탈락 사유”라며 “이러한 불법 행위를 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 논란은 미성년자 참여 문제와 맞물려 있다. 인범은 8월 자신의 유튜브에 ‘미래가 밝은 고딩 트레이더’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이 영상에서 한 고등학생이 모의투자 대회에서 400억 원의 수익을 올려 1000만 원의 상금을 받는 장면을 공개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거액의 상금을 내세워 청소년들을 유인하는 행위가 매우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미성년자 참여 논란에 대해서 인범은 “개미톡의 모의투자는 교육 목적이다. 실제로 고등학교 에서 주식 모의투자 대회가 열리기도 한다”면서 “개미톡에서 얻은 벅스(포인트)를 벅스코인으로 바꾸는 행위는 해외 거래소 UID 인증이 필요해 미성년자는 불가능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주식 거래와 코인 선물 거래는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지적한다. 특히 정부는 미성년자 가상자산(코인) 계좌 개설 및 거래를 금지하고 있다.
선물 거래에서 고배율 투자는 사실상 도박과 다름없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나온다. 변창호 씨는 “100배 레버리지는 1%만 가격이 반대로 움직여도 모든 자금이 청산된다. 이는 동전 던지기 도박보다도 승률이 낮은 구조”라며 “모의투자 대회에서 고배율을 통해 10만 원으로 1억 원을 목표로 하듯 공격적인 고배율 투자를 해야 실제 상금이 억 단위로 걸린 대회에서 상금을 받을 수 있다. 마치 도박장에서 10만 원으로 게임하듯 모의투자 대회를 임하게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변창호 씨는 “벅스코인 백서를 보면 벅스코인을 통해 고배율, 재충전 등을 써야 유리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억 단위의 상금을 걸어 놓고 사람들이 고배율 투자에 도전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면서 “청산되면 또 다시 몇 만원어치 벅스코인을 구매하여 재도전하는 구조가 될 시, ‘한 번만 성공하면 된다’는 도박 심리가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인범이 텔레그램 벅스코인 커뮤니티에서 한 발언들은 우려를 더욱 크게 만든다. 그는 “내 목표는 대한민국 국민들 모두가 집에서 간편하게 바로바로 원화로 도박을 즐길 수 있는 것”이라며 “내가 도박장 운영을 몇 년 했는데”라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중고등학생 일진짱이나, 학생회장 없냐”는 발언까지 더해지면서 일련의 행보가 실질적인 도박장 개설을 위한 단계적 수순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텔레그램 채팅방의 도박 관련 발언에 대해서는 “텔레그램 채널에서 한 말은 내 생각으로 한 발언이며 벅스코인과는 관련이 없다. 또한 편하게 대화하던 중 나온 말 일부를 편집해서 과장하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인범은 “향후 발언 수위 조절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덧붙였다.
현재는 충전금 시스템이 본격적으로 가동되지 않은 프로모션 기간이지만, 전문가들은 이 시스템이 전면 시행될 경우 사행성 게임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모의투자라는 명목하에 실제 거액 상금이라는 금전이 오가는 구조라는 점에서 우려가 나오고 있다.
가상자산 법률에 밝은 서초동 A 변호사는 “이러한 구조는 사실상 도박장을 개설해 운영하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면서 “외형은 모의투자를 열고 상금을 지급하는 것처럼 돼있으나, 만약 실제로 벅스코인을 직접 쓰거나 고배율로 베팅하는 데 이용해서 상금을 따는 방식이라면 사실상 도박행위로 보인다”면서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경우에 따라서는 죄질이 매우 좋지 않은 도박장개설죄로 평가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10일 기준 벅스코인은 게이트IO, MEXC, 비트겟 등에서 1개에 약 4.5원에 거래 중이다. 인범은 방송에서 “에어드랍(조건에 따라 코인을 무상으로 나누어 주는 행사) 물량이 소화될 때까지 거래소에서 사는 건 조금 미뤄도 괜찮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벅스코인 논란에 대해 인범은 “시간이 해결해주고, 증명해줄 것”이라며 “현재 거래소 상장 가격 이상을 유지하는 것과 비트겟 등 거래소 상장 자체가 하나의 증명”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가상자산 정보 플랫폼 코인와이어의 연구 결과도 인범이 이끄는 벅스코인 우려를 뒷받침한다. 인플루언서가 주도하는 코인의 86%가 3개월 만에 가치의 90%를 상실했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X(옛 트위터)에서 활동하는 팔로어 1만 명 이상 가상자산 인플루언서 377명을 선정해, 약 3개월간 그들이 홍보한 밈코인 1567개 성과를 추적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고 한다.
한편 비트코인을 필두로 가상자산 시장이 뜨거워지면서 금융당국도 시장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강력한 단속 의지를 밝힌 바 있다. 특히 11월 15일 비트코인을 중심으로 가상자산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됨에 따라 이상 거래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금융당국은 과열된 시장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허위 정보 유포와 이를 이용한 선행매매 등에 대해서도 엄중 대응할 방침이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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