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률 둔화 전망에 주식 시장도 먹구름…외국인 자본 이탈 가능성
비상계엄 사태 직후인 지난 12월 5일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8.44배였다. 이는 2010년 집계 이후 12월 기준으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선행 PER은 현재 주가를 향후 12개월간 예상되는 총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수치다. 통상적으로 PER의 역수(1/PER)는 주식시장의 기대수익률로 계산된다. 선행 PER이 8.44배면 기대수익률은 연 11.85%다. 기대수익률만 놓고 보면 주식 매수 의견이 나올 만하다.
PER은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값이다. 기업들의 순이익이 늘어나면 PER이 낮아지고, 순이익이 줄어들면 PER은 높아진다. 선행 PER이 낮아진 것은 한국 기업의 부정적 실적 전망을 반영한 결과일 수 있다. 실제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최근 한국의 내년 경제 성장률을 2.0%로 전망했다. ADB의 지난 9월 전망 2.3%보다 0.3%포인트(p) 하향 조정된 수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앞서 지난 11월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2.0%로 1%p 낮췄다.
2005년 이후 통계를 보면 경제 성장률이 둔화되면 증시 수익률도 낮아졌다. 성장률 전망은 국내총생산(GDP) 기준이다. 내년 성장률이 올해보다 둔화되고 증시도 하락하면 IMF 외환위기 직전(1995~1997년) 이후 처음으로 2년 연속 증시 수익률이 마이너스가 된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 되는 셈이다.
국내 경제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업종은 반도체와 자동차다. 삼성전자는 최근 반도체 기술경쟁에서 뒤처진 가운데 이렇다 할 반전 카드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뉴욕 증시에서는 반도체에서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양자컴퓨터 등으로 기술주의 흐름 변화 조짐이 포착되고 있다. 국내 증시에서 좀처럼 수혜 종목을 찾기 어려운 업종들이다.
자동차는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가장 어려움이 예상되는 업종이다. 전기차 전환에 제동이 걸리고, 내연기관 자동차도 관세장벽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새 행정부와 통상 협상이 필요하지만 이번 12·3 비상계엄 사태로 정상적인 외교통상 기능은 작동하기 어렵게 됐다. 기업 실적 주도 성장 전망은 어둡다.
수급을 봐도 내년 증시는 하락할 확률이 높다. 비상계엄 이후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곳이 외환시장이다. 원·달러 환율 상단 전망치는 이미 1450원을 넘어서고 있다. 환율이 하락하면 환차손을 피해 외국인 자본이 이탈하게 된다. 외국인 매도는 자산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수입물가가 상승하면 시중금리 인하도 어려워진다. 그렇다고 시중금리가 상승하면 내수가 위축되고 부채 부담이 커진다.
과거 증시에서 외국인의 주식 매도 물량은 개인과 기관이 매수했다. 그런데 최근 추세를 살펴보면 개인은 물론이고 일부 기관들도 국내보다 미국 증시에 적극적이다. 국내보다 미국 주식으로 유동성 흐름이 쏠릴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의 내년 경제 성장률 전망은 2.2%로 한국보다 높다.
증권가에서는 상법 개정안에 기대를 걸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상법 개정안은 이사가 회사뿐 아니라 주주에도 충실하도록 의무화했다. 대주주와 일반주주의 이해가 충돌할 때 이사회가 대주주 편에만 설 수 없게 된다. 정부와 여당이 12·3 비상계엄 사태로 궁지에 몰리면서 야당이 주도하는 상법 개정안이 법제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최열희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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