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단 연봉 최고 높은데 승강 PO행 거쳐 가까스로 생존…포지션 자원 불균형과 부상 속출도 원인
전북 구단은 야심차게 시즌을 시작했지만 역대 최악에 가까운 성적을 냈다. 2009년 첫 리그 우승 이후 줄곧 선두권을 지켜왔던 구단이다. 14년 연속 3위 밖을 벗어나지 않았으나 지난해 4위에 머물렀고, 올 시즌 10위로 떨어졌다.
승강제 도입 이후 구단 역사상 최저 순위다. 시즌 중 감독에 이어 주장까지 바꿨으나 끝내 강등권을 벗어나는 데 실패했다. 2부리그 3위팀 서울 이랜드 FC와의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한때 종합 스코어에서 동률로 강등 직전까지 몰리기도 했다. 영원히 우승후보일 것 같았던 전북은 왜 몰락하게 됐을까.
#팀 구성의 불균형
전북은 팀의 균형이 무너지며 저조한 성적을 냈다. 올 시즌 허용한 59실점은 구단 창단 이래 한 시즌 최다 실점 기록이다. 팀의 중심이 전방에 쏠리며 나온 결과도 아니다. 득점기록마저 49골로 저조했다.
이번 시즌 전북의 선수 구성은 불균형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한 포지션에 활약할 수 있는 선수들이 너무 많이 몰려 있는가 하면 또 다른 포지션에는 선수가 부족하다. 한 예로 왼쪽 측면 공격수 자리에서 좋은 활약을 보이는 선수만 에르난데스, 문선민, 이승우, 송민규, 전병관 등 5명이다. 어린 나이의 유망주까지 더하면 그 숫자는 더 늘어난다.
4위에 머무르며 실망감을 안겼던 지난 시즌에는 중앙 미드필드 자원이 많다는 평이 이어졌다. 2022시즌 우승 실패 이후 이어지는 부진으로 이적 시장마다 '패닉 바이'를 일삼았다는 지적이 자연스레 나온다.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무계획적으로 선수를 사들였다는 것이다.
아낌없는 투자를 펼친 전북은 리그 내 가장 큰 선수단 덩치를 자랑한다. 2023시즌 기준 전북은 K리그 전체에서 가장 높은 선수단 연봉을 기록했다. 구단이 한 시즌 동안 선수단 연봉에 지출한 금액만 198억 767만 7000원이다. 아직 자료가 발표되지 않은 이번 시즌에는 20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리그 내 선수단 연봉에 가장 많은 돈을 쓰면서도 순위는 10위에 머물렀다.
연이어 발생하는 부상도 전북의 시즌을 힘들게 만들었다. 야심차게 영입한 외국인 선수 에르난데스는 전북 유니폼을 입고 뛴 첫 경기에서 골망을 흔들며 기대감을 높였으나 부상이 이어지며 출전 시간이 길지 않았다. 수비진에서도 홍정호가 전반기 대부분을 결장했고 여름에 영입된 연제운도 불의의 부상으로 빠지는 기간이 길었다.
#바람 잘 날 없는 선수단
부진이 계속되던 시즌 중반, 전북은 '음주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전주 홈경기 대패 이후 선수단 일부가 당일 늦은 밤 서울의 한 클럽에서 목격된 것이다. 경기 이후 행보는 사생활의 영역이지만 라이벌 구단을 상대로 대패한 직후였기에 팬들의 실망감은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구단 내에서는 또 다른 음주 문제가 벌어졌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사건은 팀 내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도 이어졌다.
이외에도 선수단 내 파벌설이 나올 정도로 분위기가 흉흉했다. 일부 베테랑 선수들을 중심으로 팀이 갈라져 있다는 내용이었다. 일각에선 파벌의 중심에 선 선수들의 이름이 언급될 정도로 '설'의 농도는 짙었다. 시즌 도중 부임한 김두현 감독이 일부 선수들의 기용 빈도를 급격히 줄이자 이를 두고 갖가지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전북의 이 같은 상황에 한 축구계 인사는 "성적을 내지 못한 팀에서는 다양한 '뒷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심지어 국가대표팀도 마찬가지다. 어느 팀이나 크고 작은 갈등은 있다. 성적이 좋으면 무마되는 것"이라며 "그런데 최근 전북은 유독 '뒷말'이 심했다. 어떤 형태로든 정리는 필요해 보인다. 프런트나 코칭스태프에서 강한 드라이브를 걸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전히 남은 과제
2부리그 강등이라는 위기에서는 가까스로 벗어났다. 생존의 기쁨을 만끽하기에는 과제가 많다.
이번 시즌 10위에 그치며 전북은 오랜만에 국가대항전 참가 티켓을 손에 쥐지 못하게 됐다. 이들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 참가하지 못하는 것은 2017년 이후 8년 만이다. 전북은 챔피언스리그 포함, 복수의 대회에서 우승을 노리기 때문에 대규모 선수단을 유지해왔다. 다른 팀이었으면 주전으로 뛸 자원들이 벤치에서 대기할 정도다. 챔피언스리그에 나서지 못하게 된 상황에서 전북은 이제 결단을 내려야 한다.
코칭스태프의 유임 여부도 고민이 되는 상황이다. 1부리그 잔류를 확정 지은 이후 아직 별다른 움직임은 없다. 하지만 '팬심'은 다르다. 전북 홈에서 열린 지난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 관중석에서는 감독 사퇴를 종용하는 문구가 내걸렸다. 김두현 감독은 지난 5월부터 지휘봉을 잡고 9월 한때 반등하는 듯했으나 결국 위기 상황을 끝까지 이어갔다.
꾸준히 하위권에 머무르던 전북은 지난 7월 박지성 테크니컬 디렉터가 직을 내려놨다. 박 전 디렉터가 부임한 2022년 이후 구단은 지속적으로 내리막을 걸었다. 그가 떠난 자리에는 파울루 벤투 감독 시절 국가대표팀 코치를 맡았던 마이클 김이 새롭게 부임했다. 구단 운영상 변화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구단 창단 30주년이었던 2024시즌, 전북은 역사상 가장 큰 상처를 안았다. 구단이 준비한 각종 기념행사는 큰 조명을 받지 못했다. 이들은 시즌 최종전 이후 "2025시즌에는 새롭게 태어나고 다시 도약하는 한 해가 되도록 최선 다하겠다"는 말을 남겼다. 전북이 명문으로서의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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