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그때보다 기업가치 개선 판단 어려워…롯데그룹 유동성 위기도 걸림돌
MBK파트너스가 최근 롯데카드 매각을 위한 주관사로 USB를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롯데카드를 인수했던 MBK파트너스가 롯데카드 매각에 나선 것은 2022년 이후 두 번째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최대주주 측의 매각 추진에 대해서는 따로 답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MBK파트너스는 2019년 특수목적법인(SPC) 한국리테일카드홀딩스(주)를 세운 뒤 우리은행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롯데카드 지분 79.83%를 1조 3800억 원에 매입했다. 현재 롯데카드의 주주 구성을 보면 한국리테일카드홀딩스(주)가 59.83%로 최대주주다. 우리은행과 롯데카드는 각각 지분 20%씩 가지고 있다.
2022년 매각 추진 당시 MBK파트너스가 원했던 매각가는 3조 원 이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2년이 지난 지금, 이 매각가가 가능하냐는 데는 의문이 따른다. 현재 상황이 당시보다 나을 것이 없어서다.
카드업계는 경기 불황 여파로 연체율이 오르고 있는 추세다. 롯데카드도 이 흐름을 피하지 못했다. 롯데카드는 연결기준 지난 3분기 누적 신용손실충당금 전입액은 5505억 원으로 전년 4798억 원 대비 14.7%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영업수익 증가율 8.5%를 웃도는 수준이다. 현금흐름도 뚜렷이 악화됐다. 매각 추진 당시인 2022년 3분기 롯데카드의 영업이익은 3398억 원이었으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1293억 원으로 61.9% 감소했다.
그 결과 재무구조가 악화됐다. 지난 3분기 자산 대비 부채비율은 85.6%로 2022년 3분기 85.4%에 견줘 0.2%포인트 상승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롯데카드의 지난해 말 기준 자산 대비 부채비율은 86.2%로 더욱 높았다는 점이다. 롯데카드는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신종자본증권 규모를 약 4000억 원 가까이 늘렸다.
신종자본증권은 부채지만 이론상 만기가 없어 자본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발행 5년 뒤부터는 이자율이 가산돼 가파르게 높아지기 때문에 발행 5년 뒤 상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올해 롯데카드는 신종자본증권을 4차례에 걸쳐 약 6000억 원 규모로 발행하고 2000억 원을 상환했는데, 그 과정에서 신종자본증권 발행 조건이 불리해졌다.
이번에 발행한 이자율은 5.68~6.20% 수준으로 기존 이자율 3.95%보다 최대 2.25%포인트 높은 이자율을 적용했다. 그 영향으로 금융비용이 크게 증가했다. 지난 3분기까지 롯데카드가 지급한 금융비용은 5457억 원으로 전년 1207억 원보다 28.4% 급증했다.
롯데그룹의 유동성 위기도 MBK파트너스의 롯데카드 매각에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지분 20%를 들고 있는 롯데쇼핑이 그룹 유동성 위기를 감안해 동반매각참여권(태그얼롱)을 행사할 수 있다. 태그얼롱은 지배주주가 지분을 매각할 때 같은 가격에 매각할 수 있는 권리다. 인수자 입장에서는 지배주주의 지분 외의 태그얼롱을 행사하는 지분도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야 하는 부담이 있다.
롯데쇼핑이 태그얼롱을 행사할 경우 롯데카드의 롯데그룹과 관계가 끊어지는 점도 부담이다. MBK파트너스가 롯데카드를 인수했을 때 롯데쇼핑이 지분 20%를 들고 있어 롯데그룹과의 영업적 시너지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하지만 롯데쇼핑이 롯데카드 지분을 매각하면 시너지 효과가 사라질 우려가 있다.
롯데카드의 엑시트(투자금회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지 않을 경우 국내 사모펀드 시장에서 MBK파트너스 김병주 회장의 존재감은 약화될 수 있다. 현재 MBK파트너스가 투자에 관여하고 있는 상당수 회사는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홈플러스(-5742억 원), 딜라이브(-376억 원), 네파(-1054억 원), 메디트(-272억 원) 등이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다. 상당수 회사가 수년간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엑시트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이 때문인지 최근 MBK파트너스의 투자 전략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된다. 지배주주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방식이 아닌 경영권을 강제로 가져오는 이른바 적대적 M&A(기업인수합병)를 시도하고 있는 것. 지난해에는 한국타이어그룹 경영권을 가져오기 위한 공개매수를 선언했다가 무산된 바 있으며 올해는 고려아연 경영권을 가져오기 위한 공개 매수, 이사회 장악 등을 시도하고 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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