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전 계약 규모·팀 드러날 듯…“마이너리그 거부권보다 중요한 것은 금액” 조언
이번 MLB 윈터미팅의 가장 큰 이슈는 윈터미팅 시작을 하루 앞둔 9일(한국시간)에 현지 언론을 통해 알려진 후안 소토와 뉴욕 메츠의 15년 7억 6500만 달러(약 1조 962억 원) 계약이었다. 후안 소토는 이번 MLB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의 최대어로 손꼽혔다. 에이전트가 ‘협상의 귀재’로 불리는 스캇 보라스다 보니 과연 후안 소토가 어떤 계약 규모를 만들어낼지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윈터미팅 전날 후안 소토와 뉴욕 메츠의 천문학적인 계약 합의 소식이 알려지면서 이번 윈터미팅은 시작부터 자연스레 후안 소토와 스캇 보라스한테 모든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후안 소토의 15년 7억 6500만 달러는 오타니 쇼헤이가 지난해 12월 LA 다저스와 10년 7억 달러에 계약한 규모를 넘어섰다. 항간에는 스캇 보라스가 후안 소토를 통해 오타니 쇼헤이의 몸값을 경신하길 바랐다는 소문도 있다. 왜냐하면 오타니 쇼헤이가 속해 있는 CAA 스포츠 공동 대표 에이전트 네즈 발렐로를 의식했기 때문이다. 오타니의 10년 7억 달러는 스캇 보라스도 달성하지 못한 최고액이었는데 1년 만에 후안 소토가 스캇 보라스의 체면을 살려준 셈이다.
12일 뉴욕 메츠는 구단 공식 소셜미디어를 통해 소토와의 계약이 공식 체결됐음을 알렸다. 9일 계약 합의 후 메디컬 테스트를 통해 사흘 만에 공식 발표한 것이다.
MLB 윈터미팅의 핫 이슈였던 후안 소토가 뉴욕 메츠 입단을 공식화한 가운데 CAA 스포츠에 속한 또 한 명의 에이전트는 윈터미팅 기간 은밀한 움직임을 가졌다. 바로 포스팅 선언으로 MLB 도전을 선언한 김혜성의 전담 에이전트 마이크 니키스였다.
CAA 스포츠 마이크 니키스 에이전트는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힐튼 아나톨리 호텔에서 MLB 단장들과 미팅을 갖고 김혜성 관련 협상을 개시했다. 그중 한 팀이 류현진이 활약했던 토론토 블루제이스였다.
미팅 시점이 좋지 않았다. 11일 ‘ESPN’ 등 현지 언론을 통해 토론토가 클리블랜드 가디언즈 2루수 안드레스 히메네즈를 트레이트로 영입한다고 알려진 것이다. 토론토는 안드레스 히메네즈와 우완 닉 샌들린을 얻는 조건으로 클리블랜드에 1루수 겸 2루수 스펜서 호위츠, 2024년 드래프트 4라운드 지명 외야수 닉 마첼을 내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히메네즈는 2023년 클리블랜드와 7년 1억 650만 달러 장기 계약을 맺은 바 있다.
취재한 바에 의하면 토론토 구단과 김혜성 선수 측과의 협상에서 구체적인 내용이 나온 건 아니었다. 서로의 입장을 확인하는 수준이었다. 김혜성 측은 토론토 외에도 여러 팀들과 미팅을 가졌던 터라 구단과의 첫 번째 만남에서 계약 규모 등 실질적인 대화를 나누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토론토 블루제이스는 올 시즌 구단 스카우트 파트의 고위 관계자를 고척스카이돔으로 보내 김혜성을 직접 체크했고, 적극적인 관심을 나타낸 바 있다. 공교롭게 토론토 관계자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김혜성의 사이클이 떨어진 시점이라 좋은 모습의 경기력을 확인하지 못했다.
김혜성이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빅리그 도전을 선언한 이후 계속해서 시애틀 매리너스와의 연관성이 부각되고 있다. MLB 소식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시애틀이 김혜성에게 관심을 갖고 있고, 이번 윈터미팅 기간에 협상을 가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2루수 보완이 중요한 시애틀 입장에선 김혜성 카드가 매력적일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 관계자는 김혜성의 포스팅 마감이 오는 1월 4일 오전 7시(한국시간)라 크리스마스 연휴 전에 구체적인 계약 규모와 해당 팀이 미디어를 통해 드러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도 전했다.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한국 선수들 대부분이 계약 내용 중 총액 다음으로 중요한 항목으로 꼽는 게 ‘마이너리그 거부권’이다. 류현진이 LA 다저스와 6년 계약을 맺을 때도 마이너리그 거부권 관련해 구단과 선수 측의 의견 대립으로 시간을 끌다 극적으로 합의를 이룬 적이 있었다. 이후 MLB 진출을 꾀하는 한국 선수들은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협상안 중 중요 내용으로 꼽았다. 김혜성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서 김하성은 지난 시즌을 마치고 가진 귀국 기자회견에서 “계약 당시 넣었던 ‘마이너리그 거부권’이 지나고 보니 필요하지 않았다”고 말한 바 있다. 당시 김하성은 MLB 포스팅을 선언한 이정후에게 이런저런 조언을 해 주면서 “연봉을 어느 정도 받으면 마이너리그로 내리기 쉽지 않다”면서 “나도 계약 때 마이너리그 거부권에 집착했는데 결국 의미가 없다. 차라리 ‘옵트 아웃’을 넣는 게 낫다고 본다”라고 설명했다. 옵트 아웃은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선수가 계약 기간을 채우지 않고도 조기에 FA 자격을 재취득하는 제도를 뜻한다. 김하성은 당시 이정후에게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넣기 위해 다른 계약 조건을 손해 보기보다는 미국 무대에 빨리 적응해 더 이른 시기에 FA 자격을 취득하라는 의미의 조언을 남겼다.
이후 이정후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6년 1억 1300만 달러의 계약을 맺으며 마이너리그 거부권과 첫 계약 기간 4년이 끝난 뒤 계약을 파기할 수 있는 옵트 아웃 선택 조항을 만들었다.
고우석은 지난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2+1년 총액 940만 달러의 계약을 맺었지만 2024시즌 개막 로스터에 포함되지 못했다. 이후 마이너리그 더블 A에서 시즌을 시작했다가 마이애미 말린스로 트레이드됐고, 트리플 A와 더블 A를 오가며 힘든 시즌을 보냈다.
2025시즌 고우석은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마이너리그 거부권은 빅리그 로스터에 진입한 이후의 일이다. 빅리그로 콜업된 후에는 마이너리그로 내려보낼 수 없지만 구단 입장에서는 이런 조항으로 인해 고우석을 빅리그로 올리는 걸 부담스러워할 수 있다. 마이너리그에서 엄청난 활약을 보이지 않는다면 고우석이 빅리그 승격 기회를 잡는 건 어려운 일일 수 있다. 즉 고우석으로선 계약서에 포함된 마이너리그 거부권이 오히려 걸림돌로 작용될 수 있는 상황이다.
KBO리그를 잘 알고 있는 MLB 구단의 한 관계자는 한국 선수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마이너리그 거부권에 대해 이런 설명을 곁들였다.
“미국 선수들은 단 한 명도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내세우지 않는다. 아시아 국가의 선수들, 그중 한국 선수들이 그 조항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사실 구단 입장에서는 그런 조항보다 총액의 높낮이가 더 중요하다. 어차피 몸값이 비싼 선수는 함부로 마이너리그로 내려보낼 수 없다. 고우석을 예로 들어보자. 그가 마이너리그 거부권이 없었다면 빅리그 선수들 중 부상자가 발생했을 경우 쉽게 올리고 내릴 수 있다. 하지만 마이너리그 거부권이 있는 선수라면 콜업 기회를 주기 어렵다. 이후 계속 로스터의 한 자리를 차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하성은 1년 차 때 마이너리그 거부권이 없었다. 그래도 계속 빅리그에서 백업 선수로 활약했고, 그 활약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즉 마이너리그 거부권 조항보다는 몸값의 총액을 높이고, 기회가 주어졌을 때 좋은 활약을 펼치는 게 중요하다.”
김혜성은 2017년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에 입단한 뒤 8시즌 통산 953경기에 출장해 타율 0.304 37홈런 386타점 211도루 OPS 0.767의 성적을 거뒀다. 2024시즌 127경기 타율 0.326 11홈런 75타점 30도루(6실패) OPS 0.841을 기록했다. 4년 연속 3할 타율을 기록하면서 꾸준하게 기량이 늘었고, 유격수(2021년)와 2루수(2022~2023년)에서 모두 골든글러브를 수상했고, 2021년에는 도루 1위에 올랐다.
위에 언급한 MLB 관계자의 설명처럼 윈터미팅이 끝난 이후부터 크리스마스 연휴 전까지 김혜성 관련 소문은 꾸준히 나올 전망이다. 또 다른 MLB의 한 스카우트는 김혜성 관련해서 “젊은 나이(25세)와 뛰어난 콘택트 능력과 수비와 주루 툴, 그리고 해마다 성장 가능성이 있는 선수”라면서 “우리도 김혜성 에이전트 측과 미팅을 가졌지만 선수 측에선 다른 구단의 협상 내용도 살펴봐야 하기 때문에 아직은 결과를 섣불리 예측하기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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