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한 교수 “대통령 부부와 친하다며 소개 받았지만 거절…캠프 조직도엔 없던 사람”
최근 논란을 촉발한 '비밀캠프' 의혹도 한 예다. 일요신문 취재 결과 비밀캠프로 쓰인 갤러리 '예화랑' 관계자로서 대통령실 비서실에도 몸담았던 김용식 씨(48)는 윤 대통령 대선캠프 시절 공식 구성원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각종 의사결정에 개입했다. 특히 예화랑은 최근 한미약품그룹 분쟁 과정에도 등장해 이목이 쏠린다.
#"안철수 바보 만들어도…" 비밀캠프서 논의
서울 강남구 가로수길에 위치한 '예화랑'은 남매인 김방은 대표(53)와 김용식 감사(48) 등이 소유한 갤러리다. 이곳은 20대 대선 당시 후보였던 윤 대통령의 '비밀캠프'로 쓰였단 의혹에 휩싸였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선거사무소는 관할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해야 한다. 하지만 예화랑은 신고 없이 선거전략 등을 논의하는 공간으로 쓰였다는 게 핵심이다.
공직선거법이 캠프 설치를 신고하도록 한 이유는 투명성 때문이다. 국가나 지역사회의 비전을 제시할 공약을 논의하고, 그 과정을 시민과 언론 등도 감시할 수 있도록 하려는 취지다. 신고 없이 비밀캠프를 운영하면 국정과제 등 마련에 누가 참여했는지, 혹은 불법 요소로 논의가 이뤄지진 않았을지 등 의심이 따르게 마련이다.
일요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예화랑은 지난 대선에 윤 대통령 캠프의 선거 전략을 논의하고 주요 인사들 만남을 주선하는 공간으로 사용됐다. TV토론팀도 여기서 자주 활동했다. 고용·교육·경제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문서를 작성해 넘기면 TV토론팀이 이를 토대로 토론을 준비했다고 한다. 이는 선거 운동에 해당한다.
일요신문은 당시 예화랑에서 논의된 캠프 자료 일부를 입수했다. 'TV-토론 대장동게이트 등 질문 아이템 및 포인트'라는 문건은 그중 하나다. 29쪽 분량으로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를 겨냥한 네거티브 질문들로 채워졌다. 이재명 후보 측근의 사망 의혹과 친형 논란 등이 주를 이룬다.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대선후보와의 단일화 관련 질의응답 전략도 있었다. 문건은 "캠프는 안철수를 바보 만들어도 후보는 그러시면 안 된다"며 "특히 '단일화 안 해도 이긴다'식 발언은 오만하게 비춰질 가능성 크다"고 분석했다. 이 밖에 '토론방어용 준비양식' 문건은 그 무렵 논란이 된 주 120시간 발언의 방어 논리 등이 기재돼 있었다.
예화랑은 주요 인사들의 회동 장소로도 쓰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일요신문과의 텔레그램 대화에서 "(예화랑) 주소를 전달받은 사실은 있다"면서도 "그 위치로 가다가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이 '오늘은 안 보는 게 좋겠다'고 해서 그냥 돌아온 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 논란에서 주목되는 대목은 예화랑 김방은 대표와 김용식 씨가 윤 대통령 취임 후 공직을 맡았다는 점이다. 김 대표는 청와대 관리·활용 자문단 위원으로 위촉됐다. 김 씨는 대통령실 비서실에 합류했다는 언론보도가 2022년 3월 15일 있었다. 다만 김 씨가 어느 부서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전해지지 않았다.
이들 가운데 김 씨는 윤 대통령 검찰 선배인 정상명 전 검찰총장의 사위이기도 하다. 정 전 총장은 윤 대통령과 매우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윤 대통령 결혼식에서 주례도 봤다. 올 7월엔 이원석 전 검찰총장 임명을 위한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밥 먹는 장면 빼, 한가해 보여"
문제는 이처럼 윤 대통령과 사적 연결고리로 얽힌 '비밀캠프 소유자' 김 씨가 대선캠프 시절 각종 의사 결정에도 적극 개입했다는 정황이다. 일요신문은 윤 대통령 캠프의 텔레그램방 대화 내역 일부를 입수했다. 여기서 김 씨는 '총장님 지시' 등을 언급하며 홍보 자료 제작·배포 등에 나섰다. '총장님'은 윤 대통령으로 추정된다.
구체적으로, 김 씨는 2021년 7월 10일 '총장님이 서울 광화문 캠프에서 북에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유족을 위로했다'는 기사를 캠프 구성원 5명이 모인 방에 공유하며 "동영상은 총장님 지시사항이 있으셔서 지금 편집 중"이라고 말했다. 또 "동영상 파일도 공보팀 통해서 기자들에게 전달될 것"이라고 공지했다.
김 씨는 특히 "정무팀 일부 형들은 이거 페북에 올리는 게 좋다고 하신다"며 "유족들 얼굴 나오는 거 말고 마지막에 김기흥 부대변인이랑 마무리 말씀 하신 게 있다"고도 했다. 그가 윤 대통령과 직접 소통함은 물론 대선캠프 공보팀 등 주요 인원들하고도 긴밀히 협업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김 씨는 김기흥 당시 캠프 부대변인을 포함한 공식 공보단이 속한 텔레그램방에도 들어가 있었다. 김 부대변인이 "(윤 대통령 관련 이슈가) 아주 실시간으로 나와 주변에 적극 알려야 할 듯하다"고 말하자, 김 씨가 "저는 지금 부산이랑 통영에 시켜놨다"고 답하기도 했다.
아울러 어느 행사 참석자를 모집하는 공지에는 "다른 업무를 봐야 하는 시간과 겹쳐 참석이 어렵다"면서도 "장관님께 따로 보고 드리겠다"고 대답했다. 여기서 '장관님'이 누구를 지칭한 표현인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이 부분 역시 김 씨가 캠프 핵심 인사들과 직접 소통해왔음을 보여주는 단면으로 꼽힌다.
이 밖에도 김 씨는 캠프 일부 구성원들에 업무지시를 할 만큼 핵심 역할을 자주 했다. 예컨대 윤 대통령과 모 지역 상인회장 만남을 홍보하는 방식으로 "밥 먹는 장면은 넣지 말자, 한가해 보이면 안 되니까"라며 "부동산 간담회 때문에 점심을 못 먹어서 급하게 곰탕 먹고 돌아가는데 시민들이 덮쳤다고 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이 텔레그램방에는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과 이원모 전 대통령실 공직기관비서관 등 최소 15명 넘는 인사가 입장해 있었다. 이 전 비서관이 '정대택 씨의 거짓 주장들'이란 글을 법률팀 페이스북에 올렸다며 "전파 부탁합니다"라고 밝힌 부분도 눈에 띈다. '세간에 떠도는 윤석열 X파일은 돈을 노린 소송꾼 주장'이란 내용이었다.
김 씨는 캠프 주요 인사들끼리 소개를 주고받을 만큼 실질적 영향력도 컸다. 당시 캠프에서 정책총괄실장으로 일한 신용한 전 서원대 석좌교수는 일요신문에 "캠프가 한창 진행 중이던 시기 김 씨와 가깝게 지내던 이가 '김 씨가 윤석열·김건희 부부와 아주 가까운 사이'라며 소개시켜주겠다고 한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 교수는 "당시 나는 윤 후보에게 수시로 정책 관련 대면 보고를 했기에 (소개를 받으면) 오버한다고 비칠 수 있어 거절했다"고 했다. 이어 "김 씨는 캠프 조직도엔 없던 사람"이라며 "자원봉사자로서 밖에서 백업한다면 이해할 수 있지만, 권한이나 직책이 없는데 책임자처럼 지시·명령을 하는 행위는 분명 문제가 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텔레그램방 같이 있었는데…'모르쇠' 일관
윤 대통령 대선캠프 관계자들은 입을 닫고 있다. 일요신문은 이 텔레그램방에 있던 이들에 '김 씨의 캠프 활동 여부' 등을 물었지만 누구도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김기흥 전 부대변인은 "모르겠다"고 했다. 이원모 전 비서관은 통화가 안 됐고, 기자가 보낸 메시지를 읽었지만 외면했다. 주진우 의원은 통화도 메시지도 연결되지 않았다.
당시 텔레그램방의 또 다른 인사 A 씨는 "김 씨 캠프 소속 및 활동 여부를 왜 궁금해 하는지 모르겠다"면서도 "워낙 민감한 문제라 대답하기 곤란할 듯싶다"고 대답을 회피했다. 당사자인 김 씨 역시 통화 연결은 되지 않았고, 관련 메시지 질의를 읽었지만 답변하지 않았다.
주현웅 기자 chescol2@ilyo.co.kr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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