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구매해준 복권가게 주인 실물 복권 빼돌려 거액 당첨금 가로채…주인공 5년 법정싸움 끝에 승소
시안에서 생수 배달을 하는 야오 씨는 2019년 7월 17일 오후 평소 친하게 지내던 복권 가게 주인 왕 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야오 씨는 그에게 일련번호 5세트가 있는 스포츠 토토 2장을 사달라고 부탁했다. 돈은 위챗페이로 지불했다. 왕 씨는 복권 2장이 찍힌 사진을 야오 씨에게 보냈다.
그날 밤 야오 씨는 복권 당첨자 발표 생중계를 보기 위해 TV를 켰다. 야오 씨는 “내가 당첨되리라곤 생각도 하지 않았다. 가끔 재미로 복권을 샀을 뿐이다. 그날도 예전처럼 술과 안주를 준비해 TV를 봤다”고 떠올렸다.
방송을 보던 야오 씨는 눈을 의심했다고 한다. 그가 산 복권 중 한 장이 1만 위안(196만 원)에 당첨됐기 때문이다. 야오 씨는 환호했다. 그러나 이게 끝이 아니었다. 다음 발표에서 야오 씨의 복권은 무려 1000만 위안(19억 원)에 당첨됐다. 이번엔 소리조차 지를 수 없었다. 야오 씨는 그때의 기억이 생생하다고 했다.
다음날 아침 야오 씨는 곧바로 복권 판매점으로 갔다. 실물 복권을 받아 복권 당첨금을 수령하러 가기 위해서였다. 문제는 이때부터 발생했다. 왕 씨는 야오 씨의 복권은 다른 사람 소유였고, 사진을 보낼 때 실수를 했다고 주장했다.
야오 씨는 어이가 없었다. 평소 친하게 지냈던 왕 씨가 이런 식으로 나올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야오 씨는 “왕 씨가 거액의 복권을 차지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야오 씨와 왕 씨는 가게 안에서 몸싸움까지 벌이며 심하게 다퉜다. 실랑이 끝에 둘은 합의에 도달했다. 야오 씨는 왕 씨로부터 15만 위안(3000만 원)을 받는 대신, 더 이상 추궁하지 않기로 했다.
야오 씨는 “복권 사진을 잘못 보냈다는 왕 씨의 말을 믿기 어려웠지만 그렇다고 다른 방법은 없어 보였다”면서 “애초에 직접 가서 사지 않고, 대리로 산 내 잘못도 있었다”고 했다. 또 야오 씨는 “15만 위안도 적은 돈이 아니지 않느냐”고 했다.
그로부터 두 달여 뒤 야오 씨는 우연히 충격적인 얘기를 들었다. 자신이 포기했던 복권 당첨금을 수령한 인물이 바로 왕 씨의 사촌형이라는 소식이었다. 야오 씨는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가 이 내용의 진위를 파악해달라고 요청했고, 이는 사실로 드러났다. 야오 씨는 왕 씨가 복권을 빼돌린 뒤 사촌형과 짜고 당첨금을 수령했다고 의심했다.
왕 씨에게 속았다고 생각한 야오 씨는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기로 결심했다. 앞서의 합의는 무효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법적 다툼은 쉽지 않았다. 비용과 시간이 너무 많이 들었고, 중간에 포기하고 싶은 적도 많았다고 했다.
2021년 10월 28일 시안 중급 인민법원은 당첨 복권은 야오 씨 소유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왕 씨와 사촌 고 씨가 받은 돈을 야오 씨에게 돌려주라고 명령했다. 왕 씨 등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즉시 항소했다. 2022년 4월 8일 2심에서도 같은 결론이 나왔다. 왕 씨 등은 다시 상급법원에 이의를 제기했다.
왕 씨 등은 일관되게 야오 씨를 속일 의도가 없었다고 항변했다. 야오 씨가 주문했던 복권은 다른 것이었고, 사진을 잘못 보냈을 뿐이었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이를 입증할 만한 증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야오 씨 것이라고 했던 ‘다른 복권’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2024년 7월 30일 법원은 원심을 유지하는 최종 판결을 내렸다.
법원 판결로 돈을 돌려받을 수 있게 된 야오 씨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지난 몇 년 동안의 소송으로 내 삶이 많이 황폐해졌다. 건강도 악화됐다. 매일 혈압과 혈당을 체크해야 한다”면서 “복권이 없었더라면 내 삶은 훨씬 나아졌을 것”이라고 했다.
야오 씨는 “잠에서 깨어나 아침에 일어나면 이게 뭐하는 건가 하며 멍하니 침대에서 앉아있을 때가 많았다. 소송을 괜히 시작했나라는 후회도 많았다. (소송이) 이렇게 힘든 건 줄 몰랐다”면서 5년 전 자신의 사진을 보여줬다. 그는 “이때는 흰머리가 하나도 없었다. 지금은 보다시피 거의 백발이 됐다”며 웃었다.
온라인상에선 복권 판매점 주인을 비난하는 글이 주를 이루고 있다. 왕 씨가 복권 당첨금 외에도 소송비용과 위자료 등을 물어줘야 한다는 주장도 봇물을 이룬다. 다만, 야오 씨에게도 책임은 있다는 얘기도 있다. 한 블로거는 “복권을 대신 구매해달라고 한 게 문제의 근본이다. 당첨 시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고 충분히 예상할 수가 있었다”고 했다.
중국=배경화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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