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공작 계획’ 언론 장악, ‘YS 프로젝트’ 하나회 척결 다뤄…현실을 거울처럼 담아내는 영화인 역할 계속돼
영화 ‘서울의 봄’을 연출한 김성수 감독이 12·3 비상계엄 사태와 이어지는 탄핵 정국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이 처음 진행된 7일, 표결을 앞둔 상황에서 김성수 감독은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꼭 탄핵으로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지켜달라고 촉구했다.
2023년 11월 개봉해 1312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서울의 봄’은 분명 허구의 상상을 가미한 영화였다. 하지만 느닷없는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난 3일 이후 ‘서울의 봄’은 현실이 됐다. 영화의 상황이 재현되자 놀라움을 표한 대중은 ‘서울의 밤’ ‘서울의 겨울’이라는 표현으로,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현실에 분노했다. “서울의 봄 후속편이 이렇게 빨리 나올 줄 몰랐다”는 한탄도 나온다.
12·3 비상계엄 사태에서 영화 ‘서울의 봄’이 뜨겁게 주목받고 있다.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 시해 직후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전두환을 중심으로 육사 출신의 사조직인 하나회가 부당하게 권력을 차지한 12·12 군사 반란의 긴박한 순간을 담았다. 개봉 당시 1312만 명의 관객을 사로잡았고, 작품성도 인정받아 올해 백상예술대상의 대상과 청룡영화상 작품상 등 각종 상을 휩쓸고 있다.
국민 영화로 떠오른 ‘서울의 봄’은 또 다른 영화로 이어진다. 1980년대 초반 신군부에 의해 자행된 언론 통폐합 등 언론 통제와 탄압을 그린 영화 ‘K-공작 계획’, 1993년 김영삼 전 대통령이 취임 직후 시행한 하나회 척결을 다룬 ‘YS 프로젝트’가 현재 제작을 준비하고 있다. 이 두 영화를 모두 ‘서울의 봄’을 기획하고 제작한 영화사 하이브미디어코프에서 추진한다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한국 현대사의 중요한 변곡점을 영화를 통해 정리하려는 영화사의 대담한 추진력이 돋보인다.
#‘서울의 봄’에서 이어지는 영화들
그동안 비상계엄을 둘러싼 사건이나 인물들을 다룬 영화는 꾸준히 제작됐다. 1979년 10월 27일 선포된 계엄령은 이후 45년 동안 당시 엄혹한 사회상을 다루는 영화와 드라마의 단골 소재가 됐다. ‘서울의 봄’뿐 아니라 송강호가 주연해 1000만 관객을 모은 ‘택시운전사’와 그 이전에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그린 ‘화려한 휴가’, 이병헌이 박정희 전 대통령을 시해한 김재규를 연기한 10·26 사태 이야기인 ‘남산의 부장들’, 무고한 청춘들이 계엄령의 폭력에 희생된 고민시‧이도현 주연의 비극의 드라마 KBS 2TV ‘오월의 청춘’까지 그 편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계엄을 직접 겪지 않은 세대는 계엄과 관련한 사안을 이런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접했다. 적어도 지난 12월 2일까지는 그랬다. 하지만 비상계엄은 이제 모두가 체험한 현실이 됐다. 45년 전 비상계엄 이후 신군부에 의해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를 익히 알고 있는 국민은 이제 12·3 비상계엄 그 후를 걱정하고 있다. 그 두려움에 영화가 답을 내놓는다.
‘서울의 봄’을 이어가는 영화로 주목받는 ‘K-공작 계획’과 ‘YS 프로젝트’는 모두 전두환이 이끄는 하나회로 대표되는 신군부 세력과 연관된다는 점에서 크게 하나의 시리즈로도 볼 수 있다. 이들 영화의 제목은 현재 ‘가제’인 상태. 기획 단계로 시나리오 작업이 진행 중인 만큼 추후 연출을 맡을 감독과 배우 등이 구체화되면서 제목이 바뀔 가능성도 있다.
먼저 ‘K-공작 계획’은 1980년 전후 신군부 세력이 주도한 언론 장악 공작 소재의 영화다. ‘K-공작’은 신군부가 언론을 통폐합하면서 언론을 통제하고 탄압한 과정을 일컫는다. 12·12 군사반란으로 권력을 쥔 전두환은 언론을 활용해 집권을 강화하려는 계획을 세운다. 통폐합을 통해 언론사를 줄이고 보도 제한으로 검열이 일상화됐다. 시기적으로 ‘서울의 봄’에서 이어지는 이야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영화는 언론 통제를 넘어 당시 전두환의 신군부가 자행한 일들이 5‧18 광주민주화운동까지 어떻게 이어지는지도 함께 다룰 가능성이 있다. ‘서울의 봄’과 결을 같이 하면서 그 직후 이어지는 상황을 담는다는 점에서도 주목받는다.
‘YS 프로젝트’는 1993년 김영삼 전 대통령이 취임 직후 전격적으로 시행한 하나회 척결 과정을 다룬다. ‘서울의 봄’의 또 다른 주인공이기도 한 하나회는 권력을 잡은 뒤 민주주의를 군홧발로 짓밟으면서 5‧18 당시 유혈진압 등을 자행했다. ‘YS 프로젝트’는 10여 년 동안 공고하게 권력을 다진 하나회를 일격에 척결한 김영삼 전 대통령의 비밀스러우면서도 전격적인 작전을 그린다.
실제로 김 전 대통령은 취임 11일째인 1993년 3월 8일 당시 김진영 육군참모총장과 서완수 기무사령관을 전격 경질한다. 이를 통해 하나회 척결의 신호탄을 올린 뒤 5월 23일까지 특전사령관과 수방사령관 등을 비롯해 하나회와 연관된 장군 18명을 잘라낸다. 김 전 대통령과 당시 권영해 국방부 장관 둘이서 비밀리에 수행한 작전이었다. ‘서울의 봄’이 어긋난 역사의 비극을 담았다면 ‘YS 프로젝트’는 잘못된 역사를 다시 제자리로 돌리는 순간을 아우른다.
#탄핵 시국에 목소리 내는 감독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12·3 비상계엄 사태를 둘러싸고 영화계에서도 분노와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훗날 이번 사태를 영화로 옮긴다면 어떨지에 대한 대중의 궁금증도 증폭한다. 이들 모두 믿을 수 없는 현실에 대한 비판이자 민주주의를 짓밟은 권력자의 조속한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들이다.
특히 그동안 연출작들을 통해 부당한 권력과 세상을 억압하는 세력을 비판해온 영화감독들은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성수 감독이 지난 7일 그 물꼬를 연 가운데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시리즈의 황동혁 감독도 주저하지 않고 힘을 보탰다. 지난 9일 ‘오징어 게임’ 시즌2를 공개하는 제작발표회 자리에서 황 감독은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탄핵이든 자진 하야든 책임을 져야 하는 분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계엄 발표를 믿을 수 없었고, 새벽까지 잠을 안자고 TV로 지켜봤다”며 “탄핵안에 대한 투표도 생중계로 지켜봤는데 말도 안 되는 일로 온 국민이 잠을 못 자고 거리고 나갔다. 불안과 공포, 우울함으로 연말을 보내야 한다는 것이 국민으로서 불행하고 화가 난다”고 지적했다. 책임지는 행동으로 국민에게 “행복하고 축복이 되는 연말을 돌려줘야 한다”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상영 중인 영화 ‘소방관’의 곽경택 감독은 동생인 국민의힘 곽규택 의원으로 인해 직격탄을 맞았다. 국민의힘이 7일 탄핵소추안 표결에 불참하면서 분노한 국민의 여론이 ‘소방관’까지 옮겨 붙었기 때문이다. 곽 감독은 지난 총선에서 동생인 곽 의원의 선거 운동을 적극적으로 돕기도 했다.
영화 ‘소방관’을 향한 보이콧 움직임이 확산하자, 곽 감독은 11일 공식입장을 내고 “대한민국에 대혼란을 초래하고 전 세계에 창피를 준 대통령은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며 “만약 그렇지 않다면 반드시 탄핵을 받는 것이 마땅하다”고 밝혔다. 영화는 현실을 따라갈 수 없지만, 현실을 거울처럼 담아내는 영화와 영화인의 역할은 계속되고 있다.
이호연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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