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평영 전 대표, 주가조작 혐의로 김영우 대표 고소…김 대표 “사실 아냐, 회사 기대감에 주가 올랐던 것”
경영권 분쟁이 파국으로 치달으면서 주가조작 의혹까지 제기됐다. 정평영 전 씨씨에스 대표와 초전도체 연구진 2명(권영완·김지훈 씨) 등 씨씨에스 사내이사 3명(정평영 측)은 “김영우 씨씨에스 대표 등은 주가조작 등을 통해 씨씨에스를 인수했다”며 지난 12일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고소장을 냈다. 반면 김영우 대표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주가조작 의혹을 반박했다.
정평영 측은 고소장에서 “씨씨에스에서 발생한 대규모 주가조작 사건을 사정당국에 알리고, 핵심 주범들을 처벌케 해 더 이상의 피해를 막고자 고소에 이르렀다”며 “피고소인들(김영우 측)은 거액의 현금성 자산을 빼돌리고자 고의적으로 상장폐지까지 계획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평영 측은 이어 “피고소인들은 주가조작을 위한 소재로 초전도체 테마를 활용하기로 마음먹었다. 초전도체를 연구개발해왔던 권영완과 김지훈에게 50억 원을 투자해주겠다면서 사내이사로 선임하고 씨씨에스를 대외적으로 초전도체 관련 회사로 부각시켰다”고 강조했다. 이어 “향후 거액의 투자금을 유치해 신사업을 하는 것처럼 일반 투자자들을 속였다”고 덧붙였다.
정평영 측은 또 “피고소인들은 자기자금이 아닌 사채시장에서 빌린 돈으로 씨씨에스를 인수했다. 사채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는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양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피고소인들은 씨씨에스 인수 계약 전부터 주가조작을 실행할 팀을 섭외했다. 주가 부양 시 부당한 이익을 얻고자 주식을 매집해 2023년 9월부터 주가를 부양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정평영 측은 아울러 “피고소인들은 주가조작을 통해 거액의 시세차익을 얻은 후 경영권을 고소인들(정평영 측)에게 넘기고 씨씨에스에서 빠져나가려던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되자 고소인들을 상대로 경영권 분쟁을 제기했다”고 주장했다.
씨씨에스 주가가 2023년 9월 많이 오른 건 사실이다. 김영우 대표가 사내이사로 있는 컨텐츠하우스210은 씨씨에스 전 최대주주 이현삼 씨 지분 1358만 2287주(24.24%)를 200억 원에 양수하는 계약을 2023년 9월 25일 체결했다. 주당 가격 1472.5원에 거래가 이뤄진 셈이다. 당시 주가의 2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해도 높은 금액이다. 주식양수도계약 전 한 달간 씨씨에스 평균 종가는 612원이었다.
의문은 주식양수도계약 공시 직전 주가가 급등했다는 점이다. 씨씨에스 주가는 2023년 9월 15일 619원에서 9월 22일 951원으로 일주일 만에 53.6% 급등했다. 특별한 호재가 알려진 것도 아니었다. 이에 따라 씨씨에스는 2023년 9월 22일 단기과열종목으로 지정됐다. 9월 25일부터 27일까지 사흘간 30분 단위 단일가 매매가 이뤄졌다. 그럼에도 파죽지세는 이어졌다. 씨씨에스 주가는 2023년 9월 25일 20.93% 급등했다. 주식양수도계약은 이날 장 마감 후 공시됐다.
당시 씨씨에스 주가 급등은 소수의 투자자가 이끌었다.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는 이날 소수계좌 매수관여 과다를 사유로 씨씨에스를 투자주의종목으로 지정했다. 이날 씨씨에스 주식 거래량 중 상위 20개 계좌의 매수가 차지하는 비중(매수관여율)은 60.99%에 달했다. 특히 상위 3개 계좌의 매수 관여율은 19.24%였다.
씨씨에스는 2023년 11월부터 연일 주가가 급등락했다. 초전도체 관련주로 주목 받으면서다. 씨씨에스는 2023년 11월 1일 공시를 통해 임시주주총회 안건을 공개했다. 초전도체 연구진 권영완·김지훈을 사내이사로 선임해 초전도체 신사업을 추진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권영완·김지훈 두 사람은 2023년 7월 세계 최초로 상온 초전도체를 개발했다고 주장해 화제를 모은 논문 저자였다. 씨씨에스 주가는 2023년 11월 2일과 3일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해 3590원까지 올랐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2023년 11월 말부터 씨씨에스에 악재가 잇따랐다. 씨씨에스 주가는 2023년 11월 28일 장중 돌연 하한가로 떨어지는 등 급락했다. 이날 컨텐츠하우스210은 씨씨에스 주식 1358만 2287주 중 873만 6617주를 반대매매 당했다. 컨텐츠하우스210은 씨씨에스 인수자금 대부분을 대부업체를 통해 마련했다. 돈을 빌리면서 조건으로 걸었던 주식 담보유지비율 밑으로 주가가 내려가면서 반대매매가 이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1월 30일 컨텐츠하우스210은 씨씨에스 최대주주로 부적격하다고 판단했다. 방송법에 따라 방송사 경영권을 갖기 위해선 과기부 또는 방송통신위원회 승인을 얻어야 한다. 과기부는 “컨텐츠하우스210의 방송 공익성 실현 의지 부족, 재무적 안정성 미흡 등이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날 씨씨에스 주가는 하한가로 직행해 1274원까지 떨어졌다. 이에 따라 컨텐츠하우스210은 씨씨에스 지분율은 0.79%(44만 5670주)로 낮아졌다. 남은 지분마저 반대매매된 것이었다.
씨씨에스는 지난 3월부터 경영권 분쟁이 시작됐다. 정평영 측 씨씨에스 이사진은 지난 3월 이사회를 열어 김영우 대표를 공동대표에서 해임했다. 정평영 단독대표 체제로 변경했다. 지난 2월 23일 유상증자를 통해 정평영 측 회사인 그린비티에스·퀀텀포트가 씨씨에스 최대주주로 올라선 뒤였다.
그러자 김영우 측 이사진은 이사회 결의 무효를 구하는 등 경영권 분쟁 소송을 지난 3월 잇따라 제기했다. 1심 법원은 지난 9월 13일 김영우 측 승소 판결을 내렸다. 정평영 측은 1심 판결에 즉각 항소했다. 또 정평영 측은 지난 9월 26일 김영우 측 이사진의 직무 집행을 정지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정평영 측과 김영우 측은 지난 11월 초 서로 제기한 소송을 취하하면서 합의에 이르는 듯했다. 씨씨에스는 지난 11월 5일 정평영·김영우 공동대표 체제로 다시 복귀했다. 그런데 김영우 측은 한 달 만인 지난 6일 이사회를 열어 정평영 대표를 공동대표에서 해임했다. 또 씨씨에스는 정평영 측을 횡령·배임 혐의로 고소할 예정이라고 지난 17일 공시했다.
김영우 대표는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닌 내용”이라며 “구체적인 내용도 없고 카더라 수준이다. 의심은 할 수 있지만, 저희는 누구를 동원한 적도 없고 시세에 영향을 미친 적도 없다”고 지난 17일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밝혔다.
김 대표는 “회사가 대단한 실적이 있었던 게 아니라 기대감에 주가가 올랐다”며 “씨씨에스는 소액주주가 대부분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주식을 팔고 나가는 사람도 있다 보니까 줄줄 흘러내리면서 반대매매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말 주가조작 세력이 있었다면 반대매매를 안 당하고 주가를 올렸을 것”이라며 “반대매매를 당하는 주가조작 세력이 어디 있느냐”고 항변했다.
남경식 기자 ngs@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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