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몫 재판관 3인 임명 두고 여야 공방…문재인 지명 2인 4월 퇴임 앞둬 수싸움 치열
12월 16일 헌재는 첫 재판관 회의를 열고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사건을 변론 준비 절차에 회부하고, 첫 변론준비기일을 12월 27일 오후 2시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변론준비기일은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재판을 진행하고자 변론에 앞서 미리 당사자의 주장과 증거를 둘러싼 쟁점을 정리하는 절차다. 변론준비기일에서 검찰, 경찰 등의 수사 기록도 조기에 확보하기로 했다.
헌재는 현재 심판 중인 다른 사건보다 대통령 탄핵심판을 최우선으로 심리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최재해 감사원장,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의 탄핵심판도 예정대로 진행한다. 헌재 재판관 6명 중 유일하게 윤 대통령이 지명한 정형식 재판관이 탄핵 심판을 심리할 주심으로 지정됐다. 주심 배당은 전자 자동배당으로 결정된다. 정 재판관은 이미선 재판관과 함께 증거조사 등 변론준비 절차를 주재하는 수명 재판관도 맡는다. 사실관계와 법리적 쟁점을 검토해 재판관들에게 판단 기초를 제공하는 헌법 연구관 태스크포스(TF)는 10명으로 구성됐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언론 공지에서 “주심 재판관이 누구냐는 재판의 속도나 방향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헌재는 재판관 9명 중 3명이 부족한 6인 체제에서도 탄핵심판 사건 심리와 변론이 모두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헌재법은 재판관 7명 이상 출석으로 사건을 심리하도록 규정했지만, 헌재는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이 조항의 효력을 스스로 정지시키며 6인 체제에서의 심리 등을 가능하게 한 상황이다. 다만 6인 체제에서의 결정 여부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회에서 헌법재판관 3인을 선임할 때까지 결론을 낼 수 있는지 없는지 헌재는 (결정문에) 확실히 하지 않았다”며 “통상 심리가 끝나면 결정을 하는 것이 원칙인데, 그때까지 국회에서 선임해주지 않는다면 6인으로 결정할지 말지를 또다시 내부적으로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야가 국회 몫 재판관 3인 추천을 둘러싸고 이견을 보이면서 헌재 심리가 지연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12월 17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지금은 대통령이 궐위가 아닌 직무정지 상황이기 때문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 전까지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윤석열 탄핵 지연작전’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12월 17일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헌법 제111조’를 언급하며 “지금 공석 3인은 국회 추천 몫”이라며 “따라서 국회에서 3인을 추천하면 대통령은 임명 절차만 진행하는 것인데 대통령 직무정지 시 권한대행이 임명하지 못한다는 것은 말장난”이라고 말했다. 헌법 제111조 2항과 3항에 따르면 헌법재판관 9인 중 3인은 국회에서 선출하는 자를 임명하게 돼 있다.
같은 날 김정원 헌재 사무처장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관련 질의에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재 재판관에 대한 임명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저희는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진 헌재 공보관은 브리핑에서 “예전에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2017년 3월 박근혜 탄핵 심판 당시 권한대행인 황교안 총리가 대법관 몫으로 추천된 이선애 헌법재판관을 임명한 바 있다.
야당은 탄핵 심판 인용 가능성을 높이고자 ‘9인 체제’를 강조하고 있다. 이에 12월 18일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헌법재판관 후보자 3인에 대한 ‘인사청문 실시계획’의 건을 야당 주도로 상정한 뒤 가결했다. 23일~24일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실시한 후, 오는 26~27일쯤 본회의를 열어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6인 체제에서 심리해야 탄핵이 기각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사태 사흘 뒤인 12월 6일 박선영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장을 임명했는데, 야당은 “탄핵 심판 대비해 보험을 든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위원장은 정형식 재판관 처형이다. 12월 17일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주심 재판관으로 정형식 재판관이 배정됐다. 박선영 이사장이 (정 재판관) 처형이다 보니 탄핵 심판의 공정·신뢰성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여야 대립 배경으로 조기 대선 시기가 꼽힌다. 민주당은 유력 차기 대권 주자인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선고가 나오기 전에 대선을 치르고자 헌재 심리를 빠르게 주문하고 있다. 11월 15일 이 대표는 공직선거법 1심 재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이 대표는 1심 판결에 대한 항소장을 접수했다는 통지서를 수령하지 않았고, 이에 법원은 일정 기간 홈페이지에 공고하면 서류가 전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공시 송달 방식으로 전달했다. ‘쌍방울 대북 송금’ 재판에선 법관 기피 신청을 냈다. 이 대표가 재판 지연 전략을 펼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 선고가 나오기 전까지 시간을 벌고자 ‘버티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12월 16일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2심 재판 결과가 2025년 2월 15일 이전에 나와야 한다는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했다. 공직선거법은 1심 6개월, 2심 3개월, 3심 3개월 안에 재판이 마무리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이재명 대표는 ‘이사 불명’이라는 전형적인 재판 지연 수법으로 소송 서류를 받지 않으면서 재판을 끌어왔고, (대통령) 탄핵 재판은 법상 180일 이내에 하도록 돼있다”며 “그렇다면 당연히 사법기능 원칙상 이 대표에 대한 재판이 먼저 선고되는 것이 원칙이고 그렇게 진행돼야 여야 균형이 맞다”고 했다.
여야 대립으로 인해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헌법재판관의 임기 종료일인 2025년 4월 18일까지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 대한 결론을 내지 못한다면, 장기화될 것이란 관측이다. 이들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명한 ‘대통령 몫’ 재판관들이다. 후임 임명 절차는 ‘대통령 추천-국회 인사청문회-대통령 임명’ 등을 거쳐야 한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 재판관을 임명하기 쉽지 않으리란 전망이 나온다.
12월 17일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은 YTN라디오 ‘신율의 뉴스정면승부’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4월 18일 이후다. 4월 18일 이후에 대통령 추천 몫 둘이 있다. 그러면 진짜 거기는 임명하기가 어려워진다”며 “그래서 저는 예상컨대 헌법재판소에서도 이러한 예상을 하고 있다면 3명은 빠르게 추천해 달라고 요청을 할 것으로 보인다. 탄핵 심판은 4월 18일 이전에 끝날 것이라고 예측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김준일 시사평론가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헌재 심리가) 180일을 넘기느냐 안 넘기느냐. 그런데 넘어갈 수도 있어요. 이거는 강제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라며 “(윤 대통령은) 어떻게 해서든 시간 끈다는 거거든요. 그러면 이거 다 넘겨서 6월 이후에 할 수도 있다. 그러면 가을에 열릴 수도 있다. 이게 지금 벚꽃 대선이냐 장미 대선이냐 그런데 단풍 대선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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