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칠성 서초동 부지·L7호텔 등 ‘리츠’에 넘길 가능성…롯데 “부동산 매각 검토하지 않아”
당초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롯데그룹의 롯데렌탈을 시작으로 계열사 추가 매각을 예상했다. 그러나 롯데그룹은 최근 일부 사모펀드에 추가 계열사 매각 계획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롯데그룹이 부동산 등 추가 자산 매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롯데쇼핑은 롯데백화점 부산 센텀시티점 매각 계획을 공식화했다. 이외에도 롯데백화점 일산점, 롯데백화점 부산 동래점, 호텔롯데 L7과 롯데시티호텔, 롯데칠성음료의 서초동 부지도 매각 후보로 거론된다.
#비선호 매물로 평가받는 자산들
문제는 롯데그룹이 팔고자 하는 자산이 서울 서초동 롯데칠성 부지를 제외하면 비선호 매물로 평가받는다는 것이다. 이마저도 서초동 부지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최근 직접 방문했다는 언론 보도 때문에 매각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을 뿐이다. 롯데그룹이 서초동 부지 매각을 공식화한 적은 없다.
롯데백화점 센텀시티점의 연매출은 한때 3000억 원에 달했다. 하지만 롯데백화점 센텀시티점의 지난해 매출은 1334억 원에 그쳤다. 이는 롯데백화점 전체 32개 점포 중 29위에 해당한다. 더구나 롯데백화점 센텀시티점 인근 지역은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이 장악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의 지난해 매출은 2조 원을 기록했다. 롯데백화점 센텀시티점의 매출은 하락세인 반면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의 매출은 상승세에 있다.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의 연면적은 29만㎡(약 8만 7725평), 롯데백화점 센텀시티점의 연면적은 11만 1927㎡(약 3만 3667평)다.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의 규모가 롯데백화점 센텀시티점의 두 배가 넘는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백화점은 ‘규모의 경제’가 확실히 들어맞는 업권”이라며 “사이즈가 돼야 더 많은 브랜드를 유치하고, 그런 만큼 고객도 몰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IB업계에서는 용도 변경을 하지 않는 이상 롯데백화점 센텀시티점 부지는 경쟁력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백화점도 지난해 6월 부산시에 빈 매장을 실내 체육시설, 공유 오피스 등으로 채울 수 있도록 지구단위계획 용도 변경을 신청한 바 있다. 롯데백화점 센텀시티점 인수 의사를 보이는 곳도 용도 변경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르게 말하면 부산시가 용도 변경을 허가하지 않으면 롯데백화점 센텀시티점 매각은 좌초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재계에서는 롯데그룹의 리츠(REITs·부동산투자신탁) 계열사 롯데리츠에 주목한다. 일각에서는 롯데그룹이 롯데백화점 센텀시티점을 비롯한 자산을 외부 업체가 아닌 롯데리츠에 매각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롯데리츠가 주주들의 문의에 애매모호한 태도를 보였다는 후문도 나돈다.
롯데리츠는 상당수의 롯데쇼핑 영업점을 소유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강남점처럼 비교적 요지에 있는 자산도 있지만 롯데백화점 창원·광주·안산·구리, 롯데물류센터 김포센터, 롯데프리미엄아울렛 이천점, 롯데아울렛&마트 대구율하·청주점, 롯데마트 의왕·계양·춘천·김해장유·경기양평 등 지방권이 절대 다수다. 수도권 역세권에 있는 자산은 쇼핑몰이 아닌 다른 용도로 활용할 수 있지만 지방 아울렛은 입지 가치가 떨어져 활용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롯데리츠 주가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호텔롯데는 지난 11월 28일 롯데그룹 공동 기업설명회에서 롯데리츠와의 협업을 포함한 유동성 확보 방안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롯데리츠는 2030년까지 총운용자산(AUM)을 현재 2조 6000억 원에서 4조 5000억 원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리츠가 AUM을 늘리는 방법은 회사채 발행 등 부채를 늘리는 것을 제외하면 유상증자뿐이다.
이와 관련, 롯데그룹 관계자는 “롯데칠성 서초동 부지와 같은 부동산 매각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호텔 사업에서 롯데리츠 협업을 통한 4성급 호텔(L7, 씨티호텔)의 위탁전환은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리츠의 현 상황은?
물론 롯데리츠가 롯데그룹 계열사 자산을 매입하더라도 매각가가 저렴하면 롯데리츠로서는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다. 그러나 전례를 감안했을 때 우려는 남아있다. 롯데리츠는 지난 9월 마스턴일반사모부동산신탁으로부터 L7호텔 강남을 인수했다. 인수 가격은 3300억 원이었다. 호텔롯데는 마스턴일반사모부동산신탁 지분 99.55%를 갖고 있다. 사실상 롯데리츠와 호텔롯데의 거래인 셈이다. 롯데리츠는 이 과정에서 1640억 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롯데리츠의 L7호텔 강남 인수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김선영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L7호텔 강남에 대해 “입지가 우수하고, 호텔 특성상 용도는 다소 제한적이나 투자 부문 다변화 효과가 존재한다”며 “향후 강남권 호텔 및 오피스 신규 공급이 제한적이고, 관광경기 회복에 따른 호텔 실적이 개선될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수익률을 이유로 L7호텔 강남에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L7호텔 강남에서 나오는 월 임대료는 11억 9000만 원이다. 그간 롯데리츠가 편입한 수도권 롯데백화점 점포 매입가 기준 수익률은 연 5% 선이었다. 그런데 L7호텔 강남은 연수익률이 4.35%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확정 수익이 아니다. L7호텔 강남은 오피스와 호텔로 구성돼 있다. 호텔은 객실매출액과 연동된 영업수익을 벌어들이게 된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과 같은 외부 요인이 발생하면 배당 수익률이 떨어질 수 있다.
김세련 LS증권 연구원은 “L7호텔 강남 편입을 고려한 주당 순자산가치(NAV)는 4500원으로 자산가치 자체로는 주가 업사이드(상승 여력)가 제한적”이라고 에둘러 부정적 의견을 밝힌 바 있다.
롯데리츠는 양호한 재무 상태를 보여 왔지만 최근 몇 년간 금융비용이 증가했다는 점은 우려 요인이다. 롯데리츠의 금융비용은 지난해 상반기 295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323억 원으로 9.49% 증가했다. 김석우 NICE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2022년 하반기 이후 기존 차입금의 차환과정에서 금융비용이 크게 증가했다”며 “회사는 부동산투자회사법에 따른 리츠사로서 배당가능이익의 90% 이상을 의무적으로 배당해야 함에 따라 잉여현금창출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 여력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민영훈 언론인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
소음·진동에 집값도 뚝? 동탄2신도시 물류센터 추진 갈등
온라인 기사 ( 2024.12.13 17:31 )
-
‘업황 부진한데 국제 정세도 뒤숭숭’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먹구름
온라인 기사 ( 2024.12.13 15:27 )
-
또 후발주자로 참전…롯데백화점 '복합쇼핑몰 전환'에도 우려 나오는 이유
온라인 기사 ( 2024.12.12 16: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