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피자헛 “계좌 압류 등 정상 운영 안 돼 신청”…가맹점주 “판결 이행 지연 위해 회생절차 악용” 반발
#자율구조조정 합의 결렬…ARS 프로그램도 신청
피자헛 가맹점주 94명은 차액가맹금을 사전합의 없이 부과했다며 가맹본부인 한국피자헛을 상대로 부당이득금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차액가맹금은 가맹본부가 제삼자로부터 원자재를 구입한 뒤 가맹점에 판매할 때 수익을 붙여 공급하며 취하는 이윤을 의미한다.
2022년 6월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17부는 “가맹계약에 가맹점주들이 피자헛에 차액가맹금 형태로 가맹금을 지급하기로 한 명시적 조항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한국피자헛이 가맹점주들에게 차액가맹금 약 75억 원을 반환하라고 판결했다. 2024년 9월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2심 재판에서는 반환 금액이 약 210억 원으로 늘었다. 1심 당시에는 2019~2020년분 차액가맹금에 대해서만 가맹점주에게 지급하라고 했으나, 2심에서는 가맹점주가 청구한 2016~2022년분 전부에 대해 돌려주라고 판결했기 때문이다. 한국피자헛은 2심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한국피자헛은 지난 11월 회생절차와 동시에 자율구조조정(ARS) 프로그램을 신청했다. ARS는 법적 회생절차에 앞서 한 달간의 시간을 두고 채권단과 자율 협상을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채권단 전원 동의를 얻어 합의를 하면 회생절차가 종료된다. 그러나 ARS 프로그램을 통한 합의가 불발되면서 한국피자헛은 법원 중재 아래 회생절차에 들어갔다.
한국피자헛 측이 가맹점주들에게 제안한 ARS 합의안에 따르면 △원고들은 대법원 판결 선고 시까지 차액가맹금 관련 부당이득반환채권 등을 자동채권으로 하는 상계(채권·채무를 동시에 보유한 경우 일정액의 채무를 없애는 데 합의하는 것) 등 권리주장을 하지 않는다 △채무자 회사는 대법원 판결 선고 결과 상고가 기각되는 경우 패소금액을 분할 지급하기로 한다 △원고들은 대법원 판결 선고 시까지 채무자 회사 재산에 대해 가압류 등 보전처분 또는 압류를 하지 않는다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가맹점주들은 가맹본부의 ARS 안을 거부했다. 피자헛가맹점총연합회 관계자는 “가맹본부가 확정 판결이 나면 패소금액을 분할 지급하겠다고 제안했지만 구체적 기간에 대한 명시가 없었다”며 “상계 등 우리 측 권리 없이 압류나 강제 집행을 풀어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 판단했다”고 밝혔다.
#가맹점연합회 “전체 매장 60~70%가 영업 포기”
피자헛가맹점총연합회는 한국피자헛 본사의 회생절차 신청이 경영 정상화를 위한 조치가 아니라 법적 책임을 회피하려는 시도라고 주장하고 있다. 2017년 오차드원에 지분 전량이 매각된 한국피자헛은 마스터 프랜차이즈(본사가 브랜드 사용 권한, 매장 개설과 사업 운영권을 현지 기업에 부여하는 방식) 계약을 맺었는데, 기간은 2027년 9월까지다.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이 갱신되지 않으면 채무 변제가 어려워지는 것이 아니냐는 게 가맹점주들의 입장이다.
또 가맹점주들은 한국피자헛의 실소유주인 김광호 KHI 회장에게도 이번 사태의 책임이 있다고 비판한다. 오차드원 법인등기부에 따르면 2024년 10월까지 김 회장은 사내이사로, 김 회장의 자녀 김유나 씨가 대표이사로 등록돼 있었다. 김 회장은 모나리자, 엘칸토 등 여러 기업 인수·합병(M&A)으로 수천억 원대 재산을 모은 인물로 알려져 있다.
한국피자헛이 기업 회생절차와 소송을 진행하면서 정상 영업을 하겠다고 공언했지만, 가맹점주들과의 갈등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은 모양새다. 피자헛가맹점총연합회에 따르면, 일부 가맹점은 가맹본부의 조치로 12월 16일 오전부터 물류 공급 주문이 막혔다. 피자헛가맹점총연합회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공급중단금지 가처분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한국피자헛 측은 인보이스 대금 지급과 결제가 정상적으로 진행된 매장들은 문제없이 운영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앞서의 피자헛가맹점총연합회 관계자는 “매장 운영이 점점 어려워져서 전체 매장의 60~70%가 양도·양수 신청을 한 상태”며 “지속된 매출 부진으로 대출 부담이 커지는 등 생계에 위협을 받는 가맹점주들이 생겨나는 가운데 가맹본부는 반환금 지급 등 법적 이행을 따르지 않고 정상 영업마저 방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국피자헛 관계자는 “당사의 금융기관 계좌 등이 압류되면서 사업을 정상적으로 운영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기 때문에 부득이 법원에 회생절차를 개시했다”며 “회생절차를 통해 소송으로 발생하는 법적인 책임을 회피하거나 외면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며, 적법한 절차와 회생법원의 감독 하에서 사업을 정상화하기 위해 책임 있는 자세로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영현 기자 nog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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